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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2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평점 :
항설백물어란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주인공 모모스케는 가난을 이유로 상인에게 양자로 들어갔으나 상업에는 도통 관심도 재주도 없다. 그의 본가는 무사의 집안이나 그는 무사도 아니다. 다만 세상의 기이한 이야기들을 모으는 것에 관심이 있고 그 이야기들을 책으로 펴내는 것에 작은 재주가 있을 뿐이다. 상식을 벗어난 사건들이 줄줄이 일어나고 그 사건들은 요괴의 짓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을만큼 기이한 면이 있다. 사건을 맡은 관리들은 범인을 잡아낼 수 없어 요괴의 짓으로 치부하려고 하지만 각각의 사건에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다. 모모스케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는 무리가 있으니 그들은 바로 세 치 혀로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는 잔머리 모사꾼 마타이치, 변장술의 달인 신탁자 지헤이, 홍일점 인형사 오긴이 그들이다. 모모스케는 자의로 혹은 이 소악당 마타이치 일당에게 속아서 사건 해결의 한 복판으로 걸어들어간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권선징악을 실천한다. 권력자들이 힘을 남용하던 에도시대의 한복판에서 요괴의 짓처럼 기이하기 이를 데 없는 사건들로 한 바탕 연극을 벌이고 힘없는 서민들의 억울한 마음을 풀어준다.
귀신이나 요물들이 벌이는 짓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것들이 벌이는 짓처럼 꾸며 만든 한 판 연극에 불과하다. 힘만 믿고 남용하는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힘없이 당하고 망가진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데는 한을 품은 귀신만한게 없다. 한참 즐겨보면 <별순검>을 떠올리게 하는 재미난 옛날 이야기 같은 분위기이다. CSI처럼 고도로 발달한 법의학이나 지문감식 같은 건 없지만 귀신이나 벌일 법한 일들로 사람들을 홀려 놓고서 결국은 정의가 승리하는 쾌감을 맛보게 하는 맛깔나는 이야기이다. 6편의 단편이 한 편의 이야기로 완성되기도 하지만 또 그 여섯편의 이야기들이 모두 얽히면서 등장인물들의 과거도 함께 알려주고, 그래서 마지막 단편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도 모두 절정으로 치닫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꽤나 실한 두께를 자랑하는 책이지만 단편인 듯, 장편인 듯 흘러가는 재미난 이야기 전개로 편하게 읽어내릴 수 있는 시원하면서도 재미난 미스터리 물이다.
한 여름 기나긴 밤이 지루하다면 오싹하면서도 재미난 기묘한 이야기들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