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 가디언이 심층취재한 줄리언 어산지의 모든 것
데이비드 리.루크 하딩 지음, 이종훈.이은혜 옮김, 채인택 감수 / 북폴리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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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실제로 위키리크스,라는 단어를 쳐보면 수많은 연관검색어들이 나오고 있고 책으로 나온 위키리크스도 몇 권씩이나 된다. 시사에 별 관심이 없는 나로써도 위키리크스라는 말을 뉴스에서 몇 번씩이나 들었고 그들이 폭로한 미국의 방대한 문건들로 인해 미국이 난처한 입장에 놓였었다, 라는 사실에 대해 알 정도이니 이쯤이면 위키리크스라는 것에 대해 정확히 알 때도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2010년 미국정부의 외교전문 25만건이 공개되었다. 이것은 아마도 미국 정부가 비밀리에 관리하던 문건이었을테고, 그것의 내용은 미 국무부가 전 세계 270개국 해외공관과 주고받은 것으로 외교관 등이 상대국 정부의 주요 인사를 만나 전해들은 이른바 '비밀문서'였는데 그것이 그대로 유출된 것이다. 이를 공개한 것이 바로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이다. 이 문건 안에는 미국 대사관이 자국의 외교관은 스파이로 활용한 기록, 뒷거래, 각국 지도자들의 거칠고 솔직한 언사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렇게 비밀에 붙여져야 할 문건들이 세상으로 갑작스럽게 튀어나옴으로 인해 미국은 격분했고, 영국은 당혹해했으며, 튀니지는 시민혁명의 불길에 휩싸였다. 그럼 이 위키리크스는 어떻게 이런 문건을 공개할 수 있었는가. 바로 줄리언 어산지라는 사람과 관련이 있다. 이 사람은 2006년부터 정부와 기업, 단체의 불법과 비리등 비윤리적인 행위를 알린다는 목적으로 웹상에 숨어 있는 각국의 기밀문서를 해킹하거나 익명의 내부 고발자에게 제보받아 이를 폭로하던 사람이다. 위키리크스는 설립당시부터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과 손을 잡고 그들이 수집한 정보들을 <가디언>을 통해 공개하였는데 그들의 모토는 바로 '우리는 정부들을 연다(We open governments)'이다. 무명의 해커로 출발해 전 세계 언론들이 지금까지 통틀어 공개한 것보다 지난 몇 년간 공개한 기밀문서의 숫자가 더 많은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는 정보 메시아로도 혹은 사이버 테러리스트로도 불리우고 있다.

 

세상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들로 가득차 있다. 우리는 대부분의 큰 일들은 결과만을 알도록 되어있다. 과정이 어찌되었든 국가적으로 어떠한 큰 일을 당했을 때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는가, 그렇지 않은가만을 알게 되어 있다. 뉴스나 신문보도등을 통해서 말이다. 관심이 없는 한 그마저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처럼 작고 작은 나라에서도 전쟁이 일어나고,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다시 전쟁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 분단이 되고, 전쟁이 마무리 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일은 별로 없었다. 누군가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다른 어떤 나라를 대표하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비밀리에 문건을 작성하고 조용히 38선을 긋고, 정전을 선포하였다. 그렇게 전쟁이 끝이 났으니 다시 생활로 돌아가라니 그러할 수 밖에 없었다. 전쟁이 끝난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길이 끊겼고 가족을 잃었지만 그저 눈물로 세월을 보낼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 와중에 각국을 대표하는 그들이 어떤 말을 나누었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것이 바로 '비밀문건'이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과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참으로 모순되는 말이지만 둘 다 맞는 말이다. 어느 순간 알아야만 힘이 되는 사실이 있는가 하면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는 일이 있다. 가끔 뉴스나 신문 보도를 통해 알게 되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 중에 그들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주장하며 내어 놓는 사실들은 우리에게 충격과 분노로 다가올 때가 있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는 사실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꼭 알아야 하고 알고 싶은 내용들은 감춰질 때가 많이 있다. 그것이 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이 책의 부제는 <가디언이 심층 취재한 줄리언 어산지의 모든 것, 이다. 실제로 줄리언 어산지는 위키리크스의 핵심이며, 위키리크스는 가디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이 책을 쓴 두 사람의 저자는 <가디언>의 기자이므로 얼마나 제 3자적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책이 씌였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다만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줄리언 어산지의 일생 중에 그의 세상에 대한 폭로가 '정의감'에서의 발로인지 단순히 해커로써의 본분에 충실하다보니 생긴 일인지는 그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눈으로 보고 가질 수 있게 된 엄청난 비밀들을 보고 댓가없이 세상에 알려야 겠다는 의무감과 정의감으로 위키 리크스의 정보원 역할을 하게 된 브래들리 매닝같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이 위키리크스라면 아마도 그들에 대한, 그들이 폭로한 비밀이라는 것에 대한 세상의 평가는 사뭇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받고 입을 여는 사람들 혹은 돈을 받고 입을 다무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 세상의 힘겨루기 속에서 우리는 어떤 정보를 얼마만큼이나 믿어야 할지 이제는 그 판단조차 클리어하지 않다는 것이 새삼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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