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읽든 꼭 흔적을 남기기로 한 나의 결심이 2014년을 꼭 한 달 남겨놓은 이 시점에서 흔들리고 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흔적을 남긴다.
<귀향> 베른하르트 슐링크, 시공사
2014년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베른하르트 슐링크.
박경리 문학제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어 가까이에서 베른하르트 슐링크를 보게 되었다.
엄청나게 큰 키, 와인을 좋아하고......(더 알아낸 게 없는 나)
이 책을 좀 더 미리 읽고 작가를 만났더라면 사인받을 때 뭐라고 말이라도 좀 붙여보았을텐데.
그저 "Hi~" 라는 인사에 "Hi~"라는 수줍은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는.
아무튼 작가를 직접 만나보고 이 책을 읽어서인지 왠지 베른하르트 슐링크가 우리말로 옆에서
조곤조곤 읽어주는 느낌으로 이 책을 보았다.
'카를의 귀향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하여 중간에 읽기를 멈출수 없었고, 반전있는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란달의 시네마 레시피> 정영선, 미호
요리에 관심이 없는데도 이 책을 읽었던 이유는 영화때문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영화의 대부분이 이 책에 모여 있었기에 망설임없이 도서관 신간 코너에 꽂혀있던 이 책을 덥석 채가지고 왔다.
너무 깊지도 너무 얕지도 않은 영화 이야기를 아주 느긋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곁들어 영화와 관련된 요리도 눈으로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하면 거짓말! 요리에 젬병인 나로서는 아주 쉽다는 그 요리들이 그림의 떡이었다는 슬픈... 그래도 몇 가지 정도는 시도해 보고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했다.
또 한가지 목표가 생겼다. 2015년에는 이 책에 나온 영화들을 다시 한번 보기!
<달팽이 안단테>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돌베개
몇 달전에 딸아이가 달팽이 한마리를 길에서 주웠다며 가져 왔다.
그리곤 달팽이 상추 먹는 소리가 너무 귀엽다며 나에게도 들어보라고 권했다.
정말 그 소리는...표현할 수가 없을만큼 정말 귀여운 소리였다.
이 책의 원제목은 The Sound of a Wild Snail Eating 이다.
귀를 바싹 기울였다. 달팽이가 먹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가 샐러리를 매우 잘게 끊임없이 씹어 먹을 때 나는 아주 작은 소리였다. 나는 달팽이가 보라색 꽃잎 하나를 저녁밥으로 꼼꼼히 다 먹어치우는 한 시간 동안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았다.(26-27쪽)
갑자기 몇 달 전에 우리집에 왔던 그 달팽이의 근황이 궁금해져서 딸아이에게 달팽이의 안부를 물었다.
너무나 쿨하게, 죽어서 버렸다는...
그런데 정말 그 달팽이는 죽었을까?
왠지 살아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다. 달팽이는 그렇게 쉽게 죽어버리지 않으니까.
달팽이는 그저 달팽이의 삶을 살았을뿐인데, 저자인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는 달팽이에게 크나큰 위안을 얻는다.
희귀병에 걸려 누워 있어야만 할 때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온몸으로 보여준 달팽이기에.
<내 이웃의 안녕> 표명희, 강
<달팽이 안단테>와 함께 읽은 표명희 작가의 단편 '달팽이를 길러야 할 때'.
이 두 권의 책을 함께 보라며 소개해 준 이성미 시인의 센스에 탄복했다.
달팽이... 작다고, 느리다고 무시하지 않으리.
달팽이를 길러야 할 때가 내게도 도래한 것은 아닌지.
<누가 내 머릿속에 브랜드를 넣었지?> 박지혜, 뜨인돌
'청소년이 알아야 할 소비의 진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기업의 광고에 속지 말라는 이야기다.
마케팅과 소비에 관련된 다양한 개념과 이론, 전문적인 용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실례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다.
브랜드 추종자가 되지 말고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 책은 십대를 겨냥해서 쓰여진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