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 사계절 아동문고 85
윤혜숙 글, 오윤화 그림 / 사계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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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원은 우리 할아버지와 아빠가 다른 집들처럼 서로 친해지는 거다. 겨우 이런 걸 소원이라고 꼽는 게 좀 어이없긴 하지만 솔직한 심정인 걸 어쩌겠어.(10쪽)

 

한국인 엄마(김경옥)와 인도인 아빠(하산 나딤, 귀화하여 김하산) 사이에 태어난 수로의 소원은 아빠와 할아버지가 친해지는 거다. 아빠가 인도 사람이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아빠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참개구리, 할미꽃, 소나무, 뭐 이런 건 토종이고 고구마, 토끼풀, 아까시나무 이런 건 귀화 식물이고...... 원래부터 이 땅에 살던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거란 말이지. 수로 얘는 생긴 것부터가 벌써 토종이 아니잖아."(44쪽)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땅에서 태어나 11년을 넘게 살면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한국말을 쓰고, 같은 운동장에서 뛰어놀았는데 단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진짜가 아닌 '가짜'라고 놀림을 받는다.

 

"옛날에도 우리나라에 귀화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어쩌면 너희들 몸속에도 귀화인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45쪽)

 

조용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아우라를 느끼게 하는 태석이의 이 말에 아이들은 모두 놀란 토끼 눈이 된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내가 진짜로 화나는 것은, 우리 반 스물두 명의 아이들은 간단히 해치울 수 있는 숙제가 나한테는 전혀 간단하지 않다는 거다. 진짜 어처구니없는 숙제다.(85쪽)

 

선생님이 시조 할아버지에 대해 알아오는 숙제를 내주셨다. 수로는 숙제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인도에는 여러 나라 사람이 어울려 살고 있지. 사막에서, 중국의 대초원에서, 먼바다를 건너온 사람들도 있어. 같은 땅에 산다는 이유 하나로 사람들은 금방 친해져." (96쪽)

 

수로아빠는 자신처럼 새로운 성씨를 만든 할아버지나 할머니 이야기를 찾아보는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하지만 그건 선생님이 내준 숙제랑 다르다며 수로는 결국 빈손으로 학교에 간다. 

 

"옛날 인도에 허황옥이라는 공주가 있었는데, 어느 날 꿈속에 부처님이 나타나 동쪽 먼 나라 가야국의 김수로왕에게 시집을 가라고 그랬대.(중략) 왕비가 된 공주는 열 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큰아들은 김해 김씨의 시조가 됐고 작은아들 둘이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됐어. 그러니 김해 허씨와 김해 김씨는 같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둔 형제인 셈이지. 선생님과 수로의 몸에는 한국인과 인도인의 피가 같이 흐르고 있는 거겠지? 그래서 지금도 김해 허씨와 김해 김씨는 서로 결혼할 수 없단다."(104-105쪽)

 

담임선생님과 시조 할머니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로는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 동화책은 인도 김씨 시조인 수로 아빠 김하산의 이야기와 2대 손인 김수로의 이야기가 크게 두 축을 이루고 있다. 또한 우리가 어렸을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한민족' 이라는 말을 이 동화책은 철저히 부정하고 있다.

 

"어? 할아버지, 이 나무 이상해요."

"연리지라는 공생목이지. 백이십 살 넘은 큰 소나무가 마흔 살 먹은 어른 상수리나무를 제 몸에 붙이고 사는 거다."

"꼭 우리 가족 같은걸요! 할아버지가 인도 사람인 우리 아빠를 한 식구로 받아들여서 같이 살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 큰 소나무는 할아버지고, 이 작은 상수리나무는 아빠고." (169쪽)

 

전통과 권위의 상징인 할아버지가 가업인 한옥짓는 대목(大木) 일을 외국인 사위에게 잇게 한다. 많은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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