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질문 - 2015 오픈키드 좋은어린이책 목록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19
오사다 히로시 글, 이세 히데코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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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

커피를 한가득 담은 머그잔을 앞에 두고 사무실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누군가의 제안으로 그림책을 읽게 되었다.

신간을 모아놓은 책꽂이에서 이 책 <첫 번째 질문>을 뽑아 들었다.

 

첫 번째 질문.

오사다 히로시 글, 이세 히데코 그림, 김소연 옮김.

책의 겉표지와 마지막 표지가 보이도록 펼쳐보였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감탄의 소리가 들린다.

흰색과 파란색의 청량감, 여자아이의 노란 장화에 마음을 뺏긴다.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는 그저 하얀색의 면지에서 하늘을 보았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오늘 하늘을 보았나요?

하늘은 멀었나요, 가까웠나요?

 

재개발을 눈앞에 둔 5층짜리 오래된 아파트 1층에 자리한 <그림책도시> 사무실.

모두다 약속이나 한듯 반쯤 열어 둔 주방쪽 창문으로 하늘을 내다본다.

 

구름은 어떤 모양이던가요?

바람은 어떤 냄새였나요?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쉰다.

 

좋은 하루란 어떤 하루인가요?

오늘 "고마워!"라고

말한 적이 있나요?

 

좋은 그림책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런 하루.

고맙다.

 

창문 너머, 길 저편에

무엇이 보이나요?

빗방울을 가득 머금은 거미줄을 본 적이 있나요?

 

(중략)

 

몇 살 때의 자신을 좋아하나요?

잘 나이 들어 갈 수 있을까요?

세상이라는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어떤 건가요?

 

지금 있는 곳에서 귀를 기울여 보세요.

무슨 소리가 들리나요?

침묵에서는 어떤 소리가 나나요?

가만히 눈을 감아 보세요.

무엇이 보이나요?

 

질문과 대답,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쪽인가요?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이 있나요?

 

당황스럽다.

그동안 수없이 많이 고민한,

고민한 줄도 모르고 했던 그런 생각의 조각들이 여기 흩어져 있었다.

 

세상은 말을 가볍게 여기지요.

당신은 말을 믿나요?

 

믿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책장을 덮고 우리는 잠시 말이 없었다.

아주 짧은 일초, 이초의 침묵이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 느낌이다. 

그리고...

봇물 터지듯 이 책에 대한 느낌이 쏟아졌다.

 

<첫 번째 질문>

진정한 4D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

구름을 보고, 바람의 냄새를 맡고, 빗방울을 느낄 수 있는...

게다가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는 위로의 말을 들은 것도 같다.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로부터 시작하여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 <구름의 전람회>, <나의 형 빈센트>로 이어진 이세 히데코의 그림은 정말 나를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세 히데코의 그림에서 색이 자꾸 빠져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수분을 너무 많이 머금어서 짜면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첫 번째 질문>은 그런 나의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잡아주었다. 역시 이세 히데코였다.

그리고 좋은 그림책은 함께 나눠야 그 기쁨이 배가 된다는 것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시와 그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워진 <첫 번째 질문>

오늘 나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해볼까 한다.

오늘 하늘을 보았니? 라고...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마지막 페이지를 꼭 그렇게 처리했어야 했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마지막 면을 그냥 빈 공간으로 두었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굳이 그 자리에 판권을 표시해서 독자의 생각의 흐름을 방해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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