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림책은 내 친구 3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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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알게 된 것은 유은실 작가 덕분이다.

유은실 작가의 린드그렌을 향한 오마주 동화책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읽으면서 린드그렌의 작품이 '말괄량이 삐삐' 외에도 훨씬 더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심지어 나는 이 책의 주인공 비읍이를 너무 예뻐한 나머지 비읍이에게 감정이입되어 비읍이처럼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을 열심히 수집하기도 했다. 중고 책방을 뒤지면서 혹시 여기에는 나의 '그러게 언니'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쑥스러운 기대도 해보면서 말이다.

 

 

<난 뭐든지 할 수 있어>가 그림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과연 그림이 글을 잘 담아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그림책을 펼쳐보니 내 예상과는 다르게 글과 그림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그림작가를 살펴보니 '일론 비클란드'는 린드그렌의 작품 대부분에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런데 왜 나는 전혀 그림을 기억하지 못했을까. 얼른 예전에 읽었던 창비의 린드그렌 동화집을 다시 꺼내 보았다.

헉! 세상에, 그림책의 그림이 이미 고스란히 동화집에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그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을까.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의 책읽는 습관을.

그동안 나는 동화책을 볼 때는 글에만 집중을 해서 읽고, 그림책을 볼 때만 그림에 신경을 써서 본 것이다.

 

 

 

내친김에 두 출판사의 번역도 비교해 봤다.

논장의 <난 뭐든지 할 수 있어>를 읽었을 때 제일 어색했던 부분은 이 부분이다.

 

"먹는 건데, 'ㅃ'으로 시작해요. 더 이상은 가르쳐 줄 수 없어요. 영어는 'ㅂ'으로 시작해요.(엥? 영어라 해놓고 왠 ㅂ?)"

"'ㅃ'과 'ㅂ'이라고? 도통 모르겠구나."

 

정말 도통 모르겠다. 의도하는 바(영어로 브레드니까 'ㅂ'으로 시작한다)는 분명 알겠는데 표현을 굳이 저렇게 해야 했을까, 다른 좋은 표현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창비에서는 어떻게 번역을 했나 살펴봤다.

 

"먹는 거예요. 그리고 '흰'으로 시작하지만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과'로 시작한다고도 말할 수 있거든요."

"'흰'과 '과'라, 모르겠다, 알아맞힐 수가 없구나."

 

'흰'은 흰 빵의 '흰', '과'는 과자의 '과' 라고 하는데 이 표현 또한 맘에 쏙드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라면 어쩌면 창비의 이 표현법이 더 적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보통 힌트를 줄 때 남이 금방 알아맞히기 쉽게 주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또 한 가지, <난 뭐든지 할 수 있어>에서 로타의 봉제 돼지 인형의 이름은 '밤세'다.

창비에서는 '곰돌이'라고 하고, 로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또 다른 책 <나, 이사 갈 거야>(논장)에서는 '바무세' 라고 되어 있다. 다른 출판사의 책은 차치하더라도 같은 논장 출판사의 책인데도 한 책은 '바무세'라고 되어있고, 또 한 책은 '밤세'라고 되어있는건 좀 아닌 것 같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베리아줌마'도 <나, 이사 갈 거야>에서는 '베르이아줌마'라고 표기되어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나, 이사 갈 거야>의 바무세, 베르이아줌마보다는 <난 뭐든지 할 수 있어>의 밤세, 베리아줌마가 좀 더 간결해서 읽기에 편한 느낌이다.

 

마음만 먹으면 못하는 거 빼고 다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외치는 로타를 보면서 어린독자들은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정도쯤은 나도 다 할 수 있는 건데' 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우쭐해 하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어린이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내 아이에게 로타가 누리고 있는 작은 성공의 기쁨을 맛보게 하면서 키우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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