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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력 - 예능에서 발견한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
하지현 지음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놀랐다. 예상을 빗나가서.
오해했다. <예능력>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어서.
어찌하면 좀 더 예능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뭐 대충 이런 내용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 책은 심리학이었다.
첫 장부터 강렬했다. 한류스타 장근석의 그 유명한 '허세'를 다뤘다.
저자 하지현 박사는 '나를 끝까지 사랑하려면 허세라도 부리라'고 한다.
자존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가 발전을 하는 거라고 한다.
스스로 칭찬하고, 스스로 자신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자가 발전 시스템'을 개발하라고.
허세란 전혀 없는 것을 있다고 하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좀 더 부풀려서 보여 주는 것이다.
자기애의 핵심을 지키는 약간의 조증적 방어인 허세는 어느정도 자존감이 있어야 부릴 수가 있다.
하지만 허세는 비상약이다. 너무 자주 쓰면 약발이 떨어진다.
하루종일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난 날이면 왠지 손해 본 느낌이 든다. 나 지금 뭐한거지? 미친 거 아냐. 금쪽같은 시간을 이렇게 허비해 버리다니...하면서 주섬주섬 책을 찾아 손에 든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뭔가 다시 채워진 느낌이랄까.
예능에서 빠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바로, 사실은 일부러 비워 내려고 했던 '의미와 가치'다. 늘 빡빡하게 하루를 보내는 우리에게는 '의미의 강박'에서 벗어난 잉여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본능은 또 한편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를 원한다.(186쪽)
그랬던거다.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나의 심리가 나도 모르게 책을 들게 했던거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진정 몰랐었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 내가 예능 프로그램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또한 보는 각도도 달라졌다.
저자의 말마따나 배움과 깨달음은 먼 곳에 있지 않았던 것이다. 어려운 책에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의 가르침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TV를 켜고, 웃고 감동하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칼 융을, 프로이트를 논할 수 있다는 게 신선했다. 최근에 <융 심리학 입문>을 읽었다. 융의 이론(콤플렉스, 투사, 개성화 등)을 예능 프로그램에 대입해 풀어주니 훨씬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