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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장의 글쓰기 한판승 (스프링)
이혜영.이승현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식탁위에 놓여있는 이 책을 보자마자 딸아이가 한숨을 쉰다.
"엄마, 이 책으로 나를 또 얼마나 괴롭히려고 해요?"
"음~~ 좀 많이 괴롭힐 예정이야."
하지만 상황은 역전되었다.
이 책으로 딸아이가 나를 무지하게 괴롭히고 있다.
첫째날, 가벼운 몸풀기로 '시장에 가면~' 게임을 했다.
밤 9시에 시작된 게임이 잠자리에까지 이어졌다.
이런 단순한 게임하나에도 아이들이 어찌나 행복해하는지...정말 미안했다.
둘째날, '딸아이가 생각하는 좋은엄마란, 엄마가 생각하는 좋은 딸이란' 주제로 각자 짧은 글을 썼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그동안 딸아이에게 하고 싶었던 잔소리를 조목조목 써내려갔다.
딸아이도 그동안 할 말이 많았던지 아주 신이 나서 썼다.
5줄짜리 양식에 맞춰 딱 5가지만 쓴 엄마에 비해 딸아이는 융통성을 발휘해 가운데 줄 하나를 더 그었다.
이런거 한 가지만 봐도 어른인 내가 얼마나 고정관념에 매여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이 책은 아이들보단 내가 해야 할 듯 싶다.
내용 또한 나를 놀라게 했다.
엄마는 딸한데 주로 너 혼자 스스로 무엇이든 하길 바라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딸아이는 엄마와 함께 하기를 바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 부분에서 또 한번 반성한다.
아이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려고 선택한 이 책이 나의 반성문이 될 판이다.
셋째날, 식탁위에 있던 이 책을 딸아이가 스스로 가져온다.
"엄마, 오늘은 뭐할까요?" 하며 스스로 한 가지를 골라온다.
두 개의 선을 이용해 그림을 완성하는 것인데, 딸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래층 동생에게 줄 선물을 상상했다.
이 그림말고도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을 그린 것도 있는데 엄마의 관리 소홀로 잃어버렸다.(멋진 그림이었는데 아깝다)
단계별로 되어있는 이 책을 우리집 아이들은 그날 그날 내키는대로 골라서 하고 있다.
자원봉사하고 있는 동네 도서관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꼭 복사해서 사용하라고 일러 두었다.
스프링으로 제본이 되어 있어 복사하기에도 편하다.
글쓰기라면 저절로 고개를 흔드는 아이들, 집에서 어떤 식으로 글쓰기를 도와줘야 할까 고민하는 엄마들.
이 책 한번 같이 써보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분의 현직 국어교사가 쓴 <생각대장의 글쓰기 한판승>
뛰어난 작가를 만드는 것은 훌륭한 독자라는 것.
우리 아이를 쓰기대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엄마가 아이의 글에 열광하는 독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