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재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드라마 - 잃어버린 참된 나를 찾아서
앨리스 밀러 지음, 노선정 옮김 / 푸른육아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누구나 다 많든 적든 내면에 자신조차도 모르는 비밀의 방을 가지고 있다.
그 방 안에는 어린 시절에 겪었던 드라마에 사용되었던 소품들이 들어 있다.
그 은밀한 방으로 들어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 사람은 자신이 낳은 아이들뿐이다.
아이들이 그 방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이 슬픈 드라마의 후속편이 이어진다. (58쪽)
소름이 쫙 끼친다. 어디선가 음산한 분위기의 배경음악이 흐르면서 슬픈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부모가 어린 시절에 겪은 비극은 그 억압된 상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자식에게 무의식적으로 대물림된다.
과거를 바꿀 수도, 돌이킬 수도 없지만 나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와야 한다.
그 기억들과 온전히 마주해서 그 때 풀지 못한 감정들을 생생하게 느껴봐야 한다.
이 책을 만나기 얼마 전 길을 걷다 우연히 중학교 시절의 나를 발견하게 됐다.
그냥 문득...어쩌다 내가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렸는지는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난 그 아이에게 참 모질게 대했었다.
많은 위로가 필요했을텐데 그 당시에는 슬픈감정을 갖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와서, 그것도 길거리에서, 상처받은 그 아이를 발견하다니...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잘 견뎌냈다고...장하다고...그리고 미안하다고.
눈물이 흘렀다. 그 아이가 가여워서.
그렇게 난 어린 시절의 나를 위로해주고 다독거려줬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정말 거짓말처럼 이 책을 만났다.
반가웠다. 얼마 전 느꼈던 내 감정들을 이 책이 설명해줬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자식은 그야말로 언제나 부모 곁에 있어주는 존재다.
아이는 부모를 버리고 도망갈 수가 없다.
부모는 아이를 자기가 기꺼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라도록 키울 수 있고,
아이에게 존경받을 수도 있으며, 아이의 의사와 상관 없이 자기의 감정을 억지로 주입할 수도 있다.
또한 아이들이 보내주는 사랑과 존경 속에서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비춰볼 수도 있고,
너무 힘들다 싶을 때는 아이를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때로는 아이를 통해 주목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아이들의 눈은 언제 어디서든 부모의 발자국을 따라 다니기 때문이다. (33쪽)
단 한번도 아이들이 내 곁에 있어주는 존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내가 지켜주고 보살펴줘야하는 존재로 생각했지...
내가 얼마나 내 아이들에게 의지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억눌렸던 감정을 해소 한 뒤 자신의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베라의 편지글 중에서 한 대목을 옮겨본다.
이젠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오직 어린아이만이 그러한 조건 없는,무조건적인 사랑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요.
그리고 아이들에게만 그런 사랑을 줄 수 있고, 또 주어야 한다는 것을요.
다시말해 부모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 아이가 무엇을 하든,
울든 웃든 차별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