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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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입니까 ㅣ 반올림 24
김해원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10월
평점 :
엄마생각이 났다.
지난 추석에 친정엄마는 손녀딸들에 둘려싸여 문자메세지 보내는 법을 배웠다.
'안녕'이라는 두 글자를 배우는데 두 시간도 더 걸린 듯 하다.
처음엔 배우던 엄마도 가르치던 아이들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웃음이 점점 짜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래서 늙으면 죽어야 돼...이런 것도 제대로 못하니 살아서 뭐하노....등등
할머니의 푸념에 가르치던 아이들도 하나 둘 뒤로 나가 떨어졌다.
결국... 엄마는 포기했다.
<가족입니까>에는 4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다.
가족폰이라는 핸드폰 광고를 촬영하면서 만나게 되는 네 명의 가상가족이 그들의 진짜 가족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중 두번째 이야기 <지금 하세요>를 읽으면서 엄마생각이 많이 났다.
광고 예산문제로 엄마역할을 맡게 된 안팀장은 광고 촬영중 진짜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 보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평상시에 전화도 자주 안하고, 오는 전화도 바쁘다는 핑계로 받지 않던 안팀장은 당황한다.
엄마가 문자 보내는 법을 모를텐데... 하는 순간에 답장이 온다.
안팀장 : 엄마 지금 뭐하세요? 계속 전화하셨죠?
엄 마 : 그냥 궁ㅇ금해서 전화해어. 지금 발래 개고 잇다.
안팀장 : 엄마 문자 보낼 줄 아셨어요?
엄 마 : 앞집 선미 엄마한테 배?다. 그런데 좀 느려. 상비읍 상시옷도 못하게고.
안팀장 : ㅋ~우리 엄마 신식 엄마네? 문자도 하고.
엄 마 : 새로운 걸 자구 배우ㅓ야 되게어. 사는 게 익숙해지니가 재미가 업네.
안팀장 : 뭐가 배우고 싶은데요?
엄 마 : 피아노 배우고 시ㅍ어
(중략)
안팀장 : 엄마, 엄마한테 나는 뭐유?
엄 마 : 뭐긴 뭐야 넌 내가 ㅅ슬 수 없는 한 글자야 ㅋㅋ
엄마가 쓸 수 없는 한 글자...딸...
쌍디귿 쓰는 법을 모르는 엄마에게 딸은 얼마나 표현하기 힘든 어려운 사람이었을까.
아무래도 이번 주말에는 엄마에게 가야겠다.
미처 다 배우지 못한 문자메세지를 다시 한번 엄마에게 친절히 알려드리고 싶다.
나도 안팀장처럼 엄마랑 문자를 주고 받으면서 전화로는 느낄 수 없는 엄마의 다른 모습을 만나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