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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들려주는 행복심리학 - 유치원, 초등학교 1,319명의 아이들이 들려주는 "행복에 대하여"
안톤 부헤르 지음, 송안정 옮김 / 알마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행복의 문은 바깥쪽으로 열리는 문이다.
강제로 밀어서 안쪽으로 열려고 해도 굳게 잠겨 있을 뿐이다.
그 문을 열려면 오히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
-쇠렌 키르케고르-
요즘 6살 아들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한 달 전부터 아침에 유치원 갈 시간이 되면 갑자기 배가 아프다, 열이 난다, 친구들이 나랑 안놀아준다 등등 여러가지 핑계를 대면서 오늘 하루만 집에서 쉬면 안되냐고 애원을 했다.
아이가 이렇게 나올땐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는데... 저러다 괜찮아 지겠지 하면서 좋아질 날만 마냥 기다렸다.
그러던 것이 지난 주에 극에 달해서 결국 유치원을 며칠 쉬게 했다.
어제부터 다시 유치원을 보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아침이면 안간다는 말이 나올까봐 조바심을 내며 아이 기분을 살피게 된다.
원인을 찾아내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우리 부부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때마침 만난 이 책 <아이들이 들려주는 행복심리학>은 부모입장도 선생님 입장도 아닌 아이 입장에서 이 상황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모든 걸 받아주는 엄마(솔직히 난 그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남편이 그렇다고 한다)와, 남자는 강하게 키워야 한다며 별일도 아닌 것에 화내고 다그치는 아빠, 다소 엄격한 유치원 선생님 사이에서 아이는 아팠던 것이다.
시시콜콜 여기에 다 적을 수는 없지만 그동안 아이가 느꼈을 불안과 공포를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아프다.
내 상황이 이래서인지 이 책을 줄을 그어가면서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읽었다.
아이들이 말하는 행복은 어떤 것인지, 부모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책 앞부분에서 크게 놀랐다. 한번도 틀렸다고 의심해 본 적 없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어른들은 새로운 유년기의 행복을 믿지 않는다. 행복에 대해, 특히 아이들의 행복을 판단할 때 항상 자신의 유년 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것은 우리가 왜 아이들 세계의 새로운 현상을 종종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는지 설명해준다.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행복은 아이들에게도 주관적인 어떤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자신이 유년 시절에 느꼈던 행복함을 요즘 아이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행복으로 판단하고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행복을 증진하려는 교육이라면 강요된 행복을 단념해야 한다.(28쪽)
가장 관심있게 본 부분은 '유년 초기와 아동기의 아이들을 행복한 세계로 이끌어주는 교육' 부분이었다.(230쪽~)
물론 대단한 해법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천의 문제일 뿐이지...
그래서 마음을 다잡아 본다. 내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뜨거운 라면을 스스로 자기 그릇에 담고 있는 아들을 향해(다칠 수 있다고 절대 못하게 했던 일 중에 하나이다),
"오! 우리 아들 뜨거운 것도 잘 담네." 했더니 양어깨에 잔뜩 힘을 싣고 말한다.
"앞으로 힘든 일은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 엄마는 걱정마세요".
작은 것에서, 별일도 아닌 것에서 아이들은 행복을 느끼는데 너무 먼 미래를 내다보며 지금을 아깝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믿어주고, 훗날 기분좋게 추억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만들어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