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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고은비 ㅣ 즐거운 동화 여행 23
한예찬 지음, 김민혜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었냐는 나의 질문에 딸아이가 주저리주저리 책의 내용을 아주 신이 나서 이야기 해댔다. 괜히 물어봤다.(줄거리를 다 알고 보는 책은 아무래도 재미가 덜하다)
딸아이는 주인공 은비와 같은 나이(11살)인데다 관심사도 비슷해서 인지 아주 순식간에 이 책을 읽어 버렸다.
재미있다며 자기도 은비가 다니는 민들레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했다.
민들레 학교? 대안 학교의 냄새가 물씬 난다.
은비는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한다. 못생겼기 때문에 '플라워데이'날에 반아이들에게 꽃을 한 송이도 받지 못한 것이라며 불행해한다.
플라워데이? 실제로 이런 날이 있나?
1년 전에 '플라워 로맨스' 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나서 드라마의 내용과 관련된 플라워 데이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성 친구끼리는 백합꽃을 선물로 주고받고, 이성 친구끼리는 장미꽃을 선물로 주고받는 날로써 드라마의 내용에 따라 9월 14일로 정해져 있었다.(24쪽)
만약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또 하나의 '데이'가 추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 점에선 있지도 않은 '데이'를 만들어낸 것이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지않아도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빼빼로데이 등 챙겨야 할 '데이'들이 달마다 하나씩 있는 것 같은데(뭐, 난 그런 것과 상관없이 살고 있지만...)
성형수술을 결심한 은비는 병원을 수소문한다. 하지만 17살은 되어야 수술이 가능하다는 말에 절망한다.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하나 보다 하는 순간에 열 살 이상된 여성이라면 누구나 성형 수술로 예뻐질 수 있다는 스팸 메세지를 받게 된다.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찾아간 '매직 성형외과'에서 마법의 힘으로 예쁘게 성형을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이상한 물약을 먹게 된다.
마법의 힘으로 예뻐진 은비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는 순간 마법의 힘이 사라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ㅎㅎㅎ 냄새가 난다. 짜고 치는...)
수술로 예뻐진 은비를 같은 반 아이들이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전학을 가야 한다며 은비의 부모님은 이사까지 감행한다.
은비가 전학 간 민들레 학교는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는 공립 학교로, 다빈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체험 학습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과 아뜰리에라는 문화 예술 활동과 체육 활동 등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의 수업을 한다.(역시, 대안학교 맞군!)
은비가 달라졌다. 외모에 자신감이 생긴 이후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런 은비의 당당한 모습에 아이들은 끌리게 되고, 실제로 은비는 점점 예뻐지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이 사실은 엄마, 아빠가 꾸민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은비에게 엄마는 말한다.
"은비야,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남을 사랑할 수 있는거야. 너를 소중하게 여기고 더 사랑해 봐. 그리고 늘 자신감을 가지고 친구들에게 따뜻하게 대해 줘 봐. 친구들이 너에게 다가오지 않더라도 내가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어 주고 조그만 것이라도 건네 주고 그래 봐. 그러면 너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더욱 많아질 거야. 그리고 네 모습은 더욱 더 예뻐질거야."(140쪽)
딸아이도 나도 재미있게 본 책이지만, 솔직히 약간의 아쉬운 점이 남는 책이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플라워데이'라는 날을 만들어 꽃집 좋은 일 시키는 거라든가(실제로 책 내용중에 은비가 꽃 세 송이를 주문하자 꽃집 아주머니가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연이라도 거울을 보면 마법이 풀린다는 억지스러운 설정(어떻게 한번도 거울을 안보고 살 수 있다는 건지), 그리고 꼭 대안학교여야 했는가 하는(은비가 다녔던 학교에서 갈등을 풀 수는 없었을까) 것들 말이다.
하지만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한다면 자신의 모습이 마법처럼 저절로 예뻐질 거라는 이 책이 주는 메세지는 은비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분명 좋은 영향력을 끼칠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