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 북원더러 서진의 뉴욕서점 순례기
서진 지음 / 푸른숲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책, 서점, 뉴욕...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잘 버무려져 있는 이 책. 

언젠가 뉴욕을 가게 된다면 이 책을 꼭 가슴에 품고 갈 것이다. 

어느 도시를 가든 그 곳의 서점을 꼭 들러보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뉴욕 맨해튼의 51개의 서점 소개와 북원더러인 서진, 제니스, 로버트의 이야기(픽션)가 결합된 참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읽는 내내 종이책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참 반갑고 흐뭇했었다.   

책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산다는 것과는 다르다.(중략) 특별히 찾는 책이 없어도 사람들이 서점을 서성거리는 건 지금 자신의 고민과 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하고 인생을 확 바꿔줄 책이 어디엔가 꽂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40쪽)  

내가 매일밤 알라딘에서 서성거리는 이유도 이런 것일까? 

나는 종이로 만든 책을 사랑한다. 서점에 들어서면 서가에 꽉 차 있는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평생이 걸려도 꽂혀 있는 책들의 절반, 그 반의반도 읽지 못할 텐데 이미 다 읽어버린 것 같은 황홀한 느낌이 든다. 수많은 책들이 바로 눈앞에 있기 때문에 그런 착각을 하게 된다. 무형의 지식과 이야기를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어서, 읽기도 전에 경험한 것 같은 그런 착각 말이다. 멋진 표지와 묵직한 장정, 책을 넘길때마다 느껴지는 감촉과 종이 냄새는 또 어떻고. 나는 책의 내용을 사랑하는 것일까? 책이라는 물건을 사랑하는 것일까? (72쪽) 


난 아무래도 후자쪽이다. 만져보고, 안아보고, 냄새 맡아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 말이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북러버(Book Lover) 라고 한다. 그중 북헌터(Book Hunter)들은 독서를 즐긴다기 보다 값어치 있는 책을 수집하는 데 열중한다. 북원더러(Book Wanderer)는 책 방랑자이다. 이들은 그냥 서점을 정처없이 떠돌아다닌다.  

그럼 난 뭐지? 알라딘에서 두, 세시간은 거뜬히 놀 수 있으니 나도 나름 북원더러 아닌가? 

에필로그에서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를 밝힌다. 

이 책은 차마 버릴 수 없는 책에 대한 사랑 고백이다. 다시는 사랑 따위는 안 해, 같은 유행가 가사가 순간이나마 진심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종이책에 대한 나의 사랑도 그런 유행가 가사와 비슷하다. 다시는 사기 싫지만 꾸역꾸역 사 모으게 된다. 책들이 모여 있는 서점에 시간만 나면 드나들게 된다. 책이, 서점이 언젠가는 사라진다 하더라도 말이다. 

만약 세상의 모든 책이 불타버린다면 나는 어떤 책 세 권을 구하려고 할까? 

'뭘 구해야 하지' 고민하다 결국 아무것도 못 구할 것 같다.

뉴욕의 서점 직원들은 자신들이 구하고 싶은 세 권의 책을 알려준다. 그들이 알려주는 책 리스트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킨들이니, 아이패드니 전자책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왠지 나하고는 관계없는 먼 나라 이야기인 듯 하다. 

난 그냥 종이책을 읽으련다. 손가락에 침 묻혀가며...밑줄 쫙쫙 쳐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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