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쌍둥이 또 엄마 책 읽는 도서관 10
박서진 지음, 이루다 그림 / 문공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딸아이가 묻는다. "엄마면 그냥 엄마지, 또엄마는 뭐야?"  

'또엄마'는 세쌍둥이중 둘째딸 희정이가 엄마를 부르는 말이다.
원래부터 몸이 약했던 엄마는 세쌍둥이를 낳은 이후 더욱 몸이 안 좋아져서 둘째딸 희정이는 전주에 사는 이모네로, 막내딸 효정이는 상도동 외할머니 댁으로 보내게 되었다.(역시 친정식구들은 남다르다)
둘째 희정이는 이모를 엄마라 부르고, 어쩌다 한번씩 얼굴을 보면 자신이 엄마라고 말하는 진짜엄마를 '또엄마'라고 부른다.
'또엄마'라는 소리를 들을때 엄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로부터 6년후 세쌍둥이 연정, 희정, 효정은 다시 한 집에 모여 살게 되었다.

 

6년이란 세월은 아이들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엄마놀이를 할 때 세아이가 부르는 자장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첫째 연정이는 섬집아기를, 둘째 희정이는 윤석중시인의 자장가를, 막내 효정이는 구전되어 내려오는 옛자장가를.


둘째 희정이의 이야기를 들을때 딸아이는 가장 마음 아파했다.
이모네 식구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받았던 희정이는 늘 그곳을 그리워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서서히 진짜 엄마 아빠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한다. 

학교에서 넘어진 희정이는 순간 걷지 못하게 된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에, 초음파까지 찍었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다만 심리적인 문제일 뿐이라고...엄마는 참았던 화를 쏟아낸다.

"너 때문에 미치겠다. 멀쩡한 다리에 초음파를 하다니. 뭐? 심리적인 문제? 청소, 빨래, 밥, 간식, 씻기기.....힘은 내가 더 들지 니가 더 드냐? 내가 뭘 그렇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생돈 나간 건 둘째 치고 놀란 건 또 얼마야!"

내가 너무 리얼하게 읽었나? 듣고 있던 딸아이가 막 화를 낸다. "이 엄마 진짜 나쁘다!"

잠든 희정이 머리를 쓸어주면서 엄마가 말한다. "나도 힘든데, 너도 힘드니?"
아! 그만 울고 말았다. 딸아이 눈에도 눈물이 맺혀있다.

막내 효정이를 떠올리면 웃음부터 나온다.
입만 열만 할머니같은 말들을 쏟아내는 효정이.
친구들 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더 편해 시간만 나면 동네 경로당으로 놀러가서 트롯트를 간드러지게 불러대고, 체한 친구가 있으면 거침없이 손가락을 옷핀으로 따버리고, 언니들 모아놓고 '같은 것끼리 짝만 맞추면 돼' 하면서 화투를 가르치는 정말 귀여운 꼬마. 
마치 세상을 다 산 듯 세상 사는 건 힘들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효정이를 보면서 삶의 여유로움과 노련함마저 느껴진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첫째 연정이 또한 갑자기 생긴 동생들때문에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이다.
인형도 같이, 크레파스도 같이, 스케치북도 같이... 모든 것을 같이 써야한다.
게다가 언니가 돼서 그것도 못 하냐, 언니가 돼서 양보도 못 하냐 하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듣게 된다.
수두에 걸려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연정이에게 두 동생은 학교소식을 알려주고 숙제도 함께 하고 심부름도 대신 해준다. 결국 모두 수두에 걸리고 말았지만...서로 약을 발라주면서 쌍둥이들은 거울에 비친 너무나 똑같은 자신들의 모습에 행복해 한다. 그리고 일체감을 느낀다.

제일 적응하기 힘들어했던 둘째 희정이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간직하고 있는 엄마에게 외사촌 언니가 이별선물로 줬던 소중한 네잎 클로버를 선물한다. 그날은 희정이의 입에서 '또'자가 사라져 버린 날이기도 하다.

어느덧 불쑥 커버린 세 쌍둥이, 참 예쁘게 자라줬다.
엄마 또한 작가의 꿈을 이뤄 이렇게 예쁜 동화책을 세상에 내놨다.
희정이의 네잎클로버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책 곳곳에 실려있는 실제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세쌍둥이의 어릴적 모습을 담고 있는 사진들을 보는 것 또한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연정, 희정, 효정이가 떨어져 살았던 6년간의 공백을 채우고도 남을만큼 서로 깊이 사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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