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심리가 열린 지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아직 판결이 내려지기 전이었고 교도소로 가서 에이버리를 만나기로 했다. 심리 뒤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깃발과 스티커에 위협적인 총기 거치대까지 설치된 역겨운 픽업트럭이 또다시 눈에 들어왔다. 문제의 교도관과 또 마주칠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내게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마음을 다잡고 그와 대면할 준비를 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안녕하시오, 스티븐슨 씨. 어떻게 지냈습니까?」
그 교도관이 물었다. 진지하고 솔직한 목소리였다. 나는 여전히 의심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잘 지냈습니다. 안녕하시죠?」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전과 달랐다. 나를 노려보지도 않았고 진심으로 어떤 교류를 원하는 것 같았다. 일단 동조하는 척하기로 했다.
「그럼 나는 화장실로 가서 몸수색 받을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가 재빨리 대꾸했다.
「오, 스티븐슨 씨, 그 부분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몸수색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그의 말투며 태도까지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아, 잘되었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돌아가서 방문 기록부에 서명하고 오겠습니다.」
「스티븐슨 씨,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오는 것을 보고 내가 대신 서명했습니다. 내가 알아서 했어요.」
나는 그가 실제로 긴장한 듯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돌변한 그의 태도가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면회실 출입문으로 걸어갔다.
「저기요, 음,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알다시피 나는 에이버리 그 친구를 심리 법정에 데려갔고 3일 동안 내내 당신들과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음, 내가 듣고 있었던 사실을 당신이 알았으면 합니다.」
「나는, 음, 나는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진심입니다. 법정 안에서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듣고 있는 것이 내게는 꽤나 고역이었습니다. 알아요? 나는 위탁 가정 출신입니다. 나도 위탁 가정 출신이에요.」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 눈치였다.
「나는 누구도 나처럼 힘든 과정을 겪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위탁 가정을 여기저기 전전하면서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 때문에 무척 고통스러웠죠. 하지만 당신이 에이버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나만큼이나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나보다 더 심한 고통을 겪었을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내 말은 그 법정에 앉아 있으면서 많은 기억을 떠올렸다는 겁니다.」
그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훔쳤다.
「여하튼 내가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당신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너무 화가 나서 정말로 다른 누군가에게 화풀이하려고 했던 순간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단지 내가 화가 났다는 이유였죠. 그렇게 열여덟 살이 되었고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이후로는 보다시피 별 탈 없이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그 법정에 앉아 있으면서 옛날 기억들이 떠올랐고 내가 여전히 일종의 화가 난 상태임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나는 미소를 지었고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이 증인으로 내세운 그 전문가 박사의 말에 따르면 폭력 가정에서 어릴 때 입은 어떤 상처들은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약간 걱정입니다. 당신은 그게 정말이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우리가 언제든 더 나은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말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나쁜 일들이 우리를 규정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가끔씩은 우리의 과거를 사람들이 이해해야 하는 거죠.」
「당신은 법정에서도 짐을 더는 문제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더군요. 나는 <도대체 저 사람은 뭐가 문제지? 왜 저렇게 《짐을 더는 문제》를 계속 언급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가서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당신이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사용하는지 잘 몰랐거든요. 하지만 이젠 압니다.」
나도 웃으며 대꾸했다.
「나도 가끔씩 내가 법정 안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어쨌든 나는 당신이 정말 훌륭한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훌륭한 일을요.」
그가 나와 눈을 마주친 다음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악수를 나누었으며 나는 다시 면회실 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 잠깐만요. 할 이야기가 더 있습니다. 그냥 들어 주십시오. 나는 어쩌면 하지 말았어야 할 어떤 일을 했는데 당신이 알았으면 합니다. 마지막 날 재판이 끝나고 여기로 돌아올 때였습니다. 나는 에이버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음, 어쨌든 내가 돌아오는 길에 고속 도로에서 잠깐 벗어났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나는 그를 웬디스에 데려갔습니다. 그에게 초콜릿 밀크셰이크를 사줬죠.」
내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자 그는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런 다음 면회실에 나를 남겨 두고 문을 닫고 가버렸다. 나는 그 교도관의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다른 교도관이 에이버리를 데리고 면회실로 들어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뒤늦게 에이버리가 이미 면회실에 와 있음을 깨닫고 그를 향해 돌아서서 인사를 건넸다.
「괜찮아요?」
「그럼요. 나는 괜찮아요. 당신도 잘 지내고 있나요?」 그가 물었다.
「네, 에이버리.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나는 우리의 통과 의례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이 없었고 나는 그냥 내 대사를 하기로 했다.
「있잖아요, 초콜릿 밀크셰이크를 가져오려고 했는데 그들이-」
에이버리가 내 말을 잘랐다.
「아, 밀크셰이크는 먹었어요. 이제 괜찮아요.」
내가 심리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할 즈음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가 다른 의뢰인을 만날 시간이 되기 전까지 우리는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동안 에이버리는 두 번 다시 내게 초콜릿 밀크셰이크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재심 판결을 얻어 냈고 궁극적으로 에이버리는 사형수 수감 건물에서 나와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보호 시설로 보내졌다.
나는 그 교도관을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가 나와 마지막으로 만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교도관 일을 그만뒀다고 했다.
_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 끝
* [출간 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출간되는 책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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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가 종료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매주 화/목 마다 기다려 주시고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TED 강연을 수요일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TED 역사상 가장 긴 기립 박수를 받았다는 그의 영상을 기대해 주세요.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10월 26일부터 구매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다른 연재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