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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출판사 열린책들 알라딘 서재지기입니다.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를 읽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댓글 이벤트 당첨자를 발표합니다. (2분)


* 닉네임


고귀한 수영이 님

Chloe 님


당첨되신 두 분께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책 + 랜덤 선물을 드립니다.

재미있게 보시고, 주위에 소문도 많이 내주세요! :)


* 비밀 댓글로 선물 받으실 주소/연락처/성함 을 남겨 주세요.


댓글 남겨 주시고 연재를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완성된 책으로 만나 보세요.


다음 연재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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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2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린책들 2016-11-03 13:13   좋아요 0 | URL
선물 보내 드릴게요- 재미있게 읽으시고, 홍보도 잘 부탁드려요! :)

2016-11-11 0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린책들 2016-11-04 17:44   좋아요 0 | URL
ㅎㅎ네- 보내 드리는 책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자랑 많이 해주세요!!+ _+ 감사합니다.
 


#6


심리가 열린 지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아직 판결이 내려지기 전이었고 교도소로 가서 에이버리를 만나기로 했다. 심리 뒤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깃발과 스티커에 위협적인 총기 거치대까지 설치된 역겨운 픽업트럭이 또다시 눈에 들어왔다. 문제의 교도관과 또 마주칠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내게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마음을 다잡고 그와 대면할 준비를 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안녕하시오, 스티븐슨 씨. 어떻게 지냈습니까?」


그 교도관이 물었다. 진지하고 솔직한 목소리였다. 나는 여전히 의심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잘 지냈습니다. 안녕하시죠?」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전과 달랐다. 나를 노려보지도 않았고 진심으로 어떤 교류를 원하는 것 같았다. 일단 동조하는 척하기로 했다.


「그럼 나는 화장실로 가서 몸수색 받을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가 재빨리 대꾸했다. 


「오, 스티븐슨 씨, 그 부분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몸수색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그의 말투며 태도까지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아, 잘되었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돌아가서 방문 기록부에 서명하고 오겠습니다.」


「스티븐슨 씨, 그럴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오는 것을 보고 내가 대신 서명했습니다. 내가 알아서 했어요.」 


나는 그가 실제로 긴장한 듯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돌변한 그의 태도가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면회실 출입문으로 걸어갔다.



「저기요, 음,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알다시피 나는 에이버리 그 친구를 심리 법정에 데려갔고 3일 동안 내내 당신들과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음, 내가 듣고 있었던 사실을 당신이 알았으면 합니다.」 


나는, 음, 나는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진심입니다. 법정 안에서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듣고 있는 것이 내게는 꽤나 고역이었습니다. 알아요? 나는 위탁 가정 출신입니다. 나도 위탁 가정 출신이에요.」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 눈치였다. 


「나는 누구도 나처럼 힘든 과정을 겪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위탁 가정을 여기저기 전전하면서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 때문에 무척 고통스러웠죠. 하지만 당신이 에이버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나만큼이나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나보다 더 심한 고통을 겪었을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내 말은 그 법정에 앉아 있으면서 많은 기억을 떠올렸다는 겁니다.」


그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훔쳤다. 



여하튼 내가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당신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너무 화가 나서 정말로 다른 누군가에게 화풀이하려고 했던 순간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단지 내가 화가 났다는 이유였죠. 그렇게 열여덟 살이 되었고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이후로는 보다시피 별 탈 없이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그 법정에 앉아 있으면서 옛날 기억들이 떠올랐고 내가 여전히 일종의 화가 난 상태임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나는 미소를 지었고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이 증인으로 내세운 그 전문가 박사의 말에 따르면 폭력 가정에서 어릴 때 입은 어떤 상처들은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약간 걱정입니다. 당신은 그게 정말이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우리가 언제든 더 나은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말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나쁜 일들이 우리를 규정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가끔씩은 우리의 과거를 사람들이 이해해야 하는 거죠.」


「당신은 법정에서도 짐을 더는 문제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더군요. 나는 <도대체 저 사람은 뭐가 문제지? 왜 저렇게 《짐을 더는 문제》를 계속 언급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에 가서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당신이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사용하는지 잘 몰랐거든요. 하지만 이젠 압니다.」


나도 웃으며 대꾸했다. 

나도 가끔씩 내가 법정 안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어쨌든 나는 당신이 정말 훌륭한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훌륭한 일을요.」 


그가 나와 눈을 마주친 다음 손을 내밀었다. 우리는 악수를 나누었으며 나는 다시 면회실 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 잠깐만요. 할 이야기가 더 있습니다. 그냥 들어 주십시오. 나는 어쩌면 하지 말았어야 할 어떤 일을 했는데 당신이 알았으면 합니다. 마지막 날 재판이 끝나고 여기로 돌아올 때였습니다. 나는 에이버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음, 어쨌든 내가 돌아오는 길에 고속 도로에서 잠깐 벗어났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나는 그를 웬디스에 데려갔습니다. 그에게 초콜릿 밀크셰이크를 사줬죠.


내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자 그는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런 다음 면회실에 나를 남겨 두고 문을 닫고 가버렸다. 나는 그 교도관의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다른 교도관이 에이버리를 데리고 면회실로 들어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뒤늦게 에이버리가 이미 면회실에 와 있음을 깨닫고 그를 향해 돌아서서 인사를 건넸다.


「괜찮아요?」


「그럼요. 나는 괜찮아요. 당신도 잘 지내고 있나요?」 그가 물었다.


「네, 에이버리.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나는 우리의 통과 의례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이 없었고 나는 그냥 내 대사를 하기로 했다. 


「있잖아요, 초콜릿 밀크셰이크를 가져오려고 했는데 그들이-」


에이버리가 내 말을 잘랐다. 



「아, 밀크셰이크는 먹었어요. 이제 괜찮아요.」


내가 심리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할 즈음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가 다른 의뢰인을 만날 시간이 되기 전까지 우리는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동안 에이버리는 두 번 다시 내게 초콜릿 밀크셰이크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재심 판결을 얻어 냈고 궁극적으로 에이버리는 사형수 수감 건물에서 나와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보호 시설로 보내졌다.



나는 그 교도관을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가 나와 마지막으로 만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교도관 일을 그만뒀다고 했다.


_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 끝


* [출간 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출간되는 책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10월 26일부터 바로 배송 가능합니다.

** 클릭 시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도서 페이지로 이동


출간 전 연재 EVENT

10월 31일 월요일까지 <출간 전 연재 1~6회> 게시물에

댓글을 남겨 주신 분들 중 추첨을 통해 두 분께 선물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당첨자 발표: 11월 1일 화요일 오후 열린책들 알라딘 서재


★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

    1) 연재글 공유 후 링크를 댓글로 함께 남긴다.

    2) 연재 회차 마다 읽고, 댓글을 남긴다.


실시간 소식!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연속 49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6년 10월 24일 기준)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가 종료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매주 화/목 마다 기다려 주시고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TED 강연을 수요일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TED 역사상 가장 긴 기립 박수를 받았다는 그의 영상을 기대해 주세요.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10월 26일부터 구매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다른 연재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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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수영이 2016-10-25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 교도관이 저렇게 사람이 변할 수 있다니!! 진짜 세상엔 아주 악인도 아주 선인도 없나봐요. 정말 그 악랄하던 교도관이 저런 이면과 과거가 있고 저렇게 변할 수 있다니!! 주인공 조차도 깜짝 놀랐을거 같아요. 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의 기쁨이 이렇게 끝이나다니 아쉬워요. 그래도 이젠 책으로 읽을 일만 남았기에 무척 기다려지고 그동안 연재하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정말 애쓰셨고 다른 작품으로 다시 만나보길 기대해요. 정말 그동안 수고하셨고 애썼어요.

시소 2016-10-26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마지막에 교도관 일을 그만두었다는 그 말이.. 뭔가 쿵 하네요. 책에서는 그 뒤에 또 어떻게 이어질지도 궁금하고요. 교도관의 진심 어린 이야기들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주었다는 것이 감동적입니다. 게다가 이 책이 계속해서 베스트셀러를 매주 이어간다는 것도 대단하네요. 테드 영상도 궁금합니다..!

Chloe 2016-10-26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자 그는 싱긋 웃어 보였다. 도 그렇고 제가 직접 바라보고 있는거같고 연재끝이 아쉬울만큼 ... 하지만 책 출간이니깐 곧 만나겠네요. 좋은 책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응원합니다!
 



#5


젱킨스는 짧은 머리를 한 단신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다. 자리에 앉으면서 두 손으로 내 한쪽 손을 잡고는 그가 활짝 웃었다. 나를 만나서 무척 기쁜 듯 보였다.


「젱킨스 씨, 저는 브라이언 스티븐슨이라고 합니다. 당신과 통화했던 변호사이며 」


그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초콜릿 밀크셰이크를 가져왔나요?」


「죄송한데 뭐라고 하셨죠?」


여전히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그가 물었다. 



「내게 줄 초콜릿 밀크셰이크를 가져왔나요? 초콜릿 밀크셰이크를 먹고 싶어요.」


장거리 운전과 남부 연합을 상징하는 트럭, 교도관의 희롱에 더해서 이제는 밀크셰이크를 달라는 요구까지 갈수록 별난 하루가 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조급함을 감추지 않았다.


「아니요. 젱킨스 씨, 초콜릿 밀크셰이크는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변호사입니다. 당신 사건과 관련해서 도움을 주러 왔으며 당신이 다시 1심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아시겠어요? 저는 그래서 여기 온 겁니다.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볼 거예요.」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질문이 시작되었고 그는 한 단어로만 짤막하게 대답했다. 때로는 퉁명스럽게 <네> 또는 <아니오>로만 대답했다. 나는 그가 여전히 밀크셰이크를 생각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앞서 교도관을 상대하느라 이 남자에게 어떤 장애가 있는지 깜빡했던 것이다. 나는 질문을 멈추고 몸을 앞으로 당겼다.



「젱킨스 씨, 정말 미안해요. 내가 당신에게 초콜릿 밀크셰이크를 가져다주길 기대하고 있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틀림없이 가져오려고 했을 거예요. 교도소 측에서 당신에게 초콜릿 밀크셰이크를 가져다주어도 된다고 허락하면 다음에 올 때는 꼭 그렇게 할게요. 반드시 그렇게 할게요. 그러면 될까요?」


그러자 그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고 기분도 좋아진 듯했다. 교도소 기록에 따르면 그는 자주 정신병 증세를 겪었고 그럴 때면 으레 몇 시간씩 비명을 질렀다. 나와 면담하는 자리에서는 대체로 친절하고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그럼에도 아픈 게 분명했다. 그의 재판 기록에 어째서 정신 질환에 대한 언급이 없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앞서 조지 대니얼 사건을 겪은 터라서 놀랄 일은 아니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젱킨스 씨의 배경을 보다 깊이 조사하기 시작했고 한 사람의 가슴 아픈 개인사를 알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 전에 살해당했고 어머니는 그가 한 살일 때 약물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두 살 때부터 위탁 가정에서 자랐는데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한마디로 끔찍했다. 여덟 살이 되기 전까지 열아홉 곳의 위탁 가정을 전전해야 했다.



그는 일찍부터 지적 장애 증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물리적인 뇌 손상을 암시하는 인지 장애와 정신 분열증 그리고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암시하는 행동 장애도 앓았다. 열 살 때는 양부모에게 학대를 받으며 살았다. 양부모의 엄격한 규칙 때문에 늘 불안에 떨었다. 젱킨스는 자신에게 정해진 모든 규칙을 완벽하게 지킬 수 없었고 그 결과 자주 옷장에 갇히거나,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매질을 비롯한 다양한 물리적 학대를 당했다. 그럼에도 행동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양어머니는 그를 없애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그를 숲으로 데려가 나무에 묶어 두고는 그대로 떠나 버렸다. 그는 사흘 뒤 몹시 위독한 상태로 사냥꾼들에게 발견되었다. 이 일로 그는 심하게 앓았고 건강을 회복하자 다시 정부 기관에 맡겨졌으며 재차 위탁 가정으로 보내졌다. 열세 살 무렵부터는 마약과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열다섯 살이 되자 경련이 시작되었고 정신병 증세를 겪었다. 열일곱 살에 이르러서는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로 여겨져 집 없이 떠도는 신세로 전락했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구치소를 들락거리던 에이버리는 어느 날 정신병이 발작한 상태로 자신이 악마에게 공격당한다고 생각하며 낯선 집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집에서 한 남자를 잔인하게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그 남자를 악마라고 믿은 것이다. 변호사들은 재판에 앞서 젱킨스 씨의 과거를 조사하지 않았으며 그에게는 금방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사형이 선고되었다.


젱킨스 씨에게 밀크셰이크를 사다 주도록 교도소 측에서 허락하지 않았다. 



그에게 이런 사정을 설명하려고 노력했지만 매번 면담을 시작할 때마다 그는 내게 밀크셰이크를 가져왔는지 물었다. 그때마다 나는 계속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를 밀크셰이크가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게 하려면 다른 도리가 없었다. 몇 개월 뒤 마침내 그가 중증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법정에 설 날짜가 잡혔다. 


심리가 진행될 법원은 교도소에서 차로 세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했고 나는 법원에 도착해서 에이버리를 만나기 위해 법원 지하 유치장으로 갔다. 밀크셰이크를 둘러싼 일상적인 통과 의례를 거친 다음 그에게 잠시 뒤 법정에서 일어날 일들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에이버리가 위탁 가정에 있을 때 상대했던 사람들을 증인으로 세웠기 때문에 그가 그들을 보면 흥분할 것 같아 염려되었다. 아울러 전문가들이 제공하기로 한 증언도 그의 장애와 병을 설명하는 데 매우 직설적일 것이었다. 나는 우리가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그가 이해하기를 바랐다. 그는 평소처럼 명랑했고 쉽게 동의했다.



위층 법정으로 올라가자 처음 에이버리를 만나러 갔을 때 나를 그토록 괴롭혔던 교도관이 눈에 띄었다. 불쾌한 첫 만남 뒤로는 마주친 적이 없었다. 나는 다른 의뢰인에게 그에 대해 물어봤는데 악명이 자자한 사람이었고 주로 야간에 근무를 선다고 했다. 그를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아마도 에이버리를 법원으로 이송하는 임무를 맡은 모양이었다. 나는 이송 과정에서 에이버리가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 걱정되었지만 정작 교도관 본인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사흘간 우리는 에이버리의 배경에 관한 증거를 제시했다. 에이버리의 장애에 대해 증언한 전문가들은 정말 훌륭했다. 그들은 편파적이거나 편견을 갖지 않았으며 물리적 뇌 손상과 정신 분열증, 조울증이 겹치면 심각한 정신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무척 설득력 있는 설명을 들려주었다. 또한 젱킨스 씨를 괴롭히는 정신병과 다른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들이 그를 위험한 행동으로 이끌 수 있는데, 그러한 행동은 그에게 심각한 병이 있음을 보여 주는 징후일 뿐 그의 인간성이 반영된 결과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가정 위탁 제도와 그 제도가 에이버리를 어떻게 망쳤는지 보여 주는 증거도 제시했다. 에이버리를 맡았던 양부모들 중 일부는 위탁받은 아이들에 대한 성적 학대와 부주의로 나중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우리는 에이버리가 마약에 중독되고 집 없이 떠돌게 되기까지 얼마나 불행한 환경을 전전했는지 설명했다.



나는 판사에게 1심에서 에이버리의 정신병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 다리를 잃은 누군가에게 <당신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이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당신은 단지 게으름뱅이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또는 앞을 볼 수 없는 누군가에게 <당신은 이 혼잡한 고속 도로를 아무런 도움 없이 건너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단지 겁쟁이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잔인했다고 주장했다.


_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 6회에 계속


*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는

매주 화/목 <열린책들 알라딘 서재>에서 단독 공개됩니다.


* [출간 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출간되는 책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10월 말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 클릭 시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도서 페이지로 이동


출간 전 연재 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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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 후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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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재글 공유 후 링크를 댓글로 함께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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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소식!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연속 48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6년 10월 17일 기준)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가 이제 한 회차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다음주 화요일, 마지막 연재인 6회를 기대해 주세요!

글을 읽으신 후 <좋아요>과 <댓글>을 남겨 주시면 책 짓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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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수영이 2016-10-20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지다 확실히 1부의 모습과는 많이 성장한 주인공의 모습이 보이네요. 마지막에 판사에게 한 그의 말 너무 멋져요~ 이건 어쩌면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하는 말과도 같아보이네요. 실제로 버스에 탄 노인분께서 젊은이가 앉아서 일어나지 않으니 막 뭐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젊은이는 의족을 한 장애인이었다고 하죠. 진짜 이번화는 우리에게 전하는 바가 무척 큰 화였다고 생각합니다.

water0_1 2016-10-2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크 셰이크를 가져다 달라는 젱킨스를 대하는 브라이언의 태도와 그에 대해 꼼꼼하게 준비해서 법정에 서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가 변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네요. 책이 나오면 어서 읽고 싶습니다. 연재가 마지막이라니 아쉽지만 곧 책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기쁘기도 합니다. 마지막 연재도 기다릴게요!

Chloe 2016-10-22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주면 마지막이라는게 괜히 아쉽네요... 물론
책으로 드디어 만날 날이니 기쁘지만요. 연재
보는 것도 참 두근두근 설레였거든요. 참,인스타
에서 사진으로 봤는데 책도 넘 예쁘더라구요.
`당신은 이 혼잡한 고속 도로를 아무런 도움 없이
건너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단지
겁쟁이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잔인했다고
주장했다`를 저는 계속 읽고 또 읽게되네요.
 


#4


10장

짐을 덜다


나는 전화로 에이버리 젱킨스를 처음 만났다. 그가 전화를 걸어왔는데 대체로 횡설수설이었다. 자신이 무슨 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는지 설명하지 못했을뿐더러 무엇을 원하는지도 확실하게 말하지 못했다. 자신의 수감 환경에 대해 불평하다가 다른 생각이 들면 갑자기 주제를 바꾸는 식이었다. 편지도 보내왔지만 전화 통화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려웠다.



결국 나는 어떻게 도와 달라는 것인지 보다 잘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를 직접 만나 보기로 했다. 그의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 전체적인 그림을 맞추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그는 나이 든 한 남성을 무척 충격적이고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였다. 희생자를 칼로 여러 번 찔러서 만든 자상이 정신 질환을 암시하는 강력한 증거였음에도 재판 기록이나 사건 파일에는 젱킨스가 장애를 앓는 사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그를 직접 만나 보면 보다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교도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는데 픽업트럭 하나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마치 남북 전쟁 이전의 옛 남부에 봉헌된 제단 같은 차량이었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범퍼 스티커들과 남부 연합기 모양의 데칼을 비롯해 눈에 거슬리는 다수의 그림들로 완전히 도배되어 있었다. 남부 연합기가 들어간 자동차 번호판이야 남부 지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처음 보는 범퍼 스티커들도 있었다. 대체로 총과 남부의 정체성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그중 하나에는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내가 직접 그 빌어먹을 목화들을 땄을 것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이 교도소의 많은 교도관들과 잘 알고 지낼 정도로 자주 이곳을 방문했다. 하지만 교도소 안으로 들어서자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교도관이 나를 맞았다. 180센티미터 정도로 나와 비슷한 키에 탄탄한 몸을 가진 백인이었다. 40대 초반으로 보였고 군인처럼 짧은 머리였다. 그가 짙고 푸른 눈으로 나를 냉랭하게 노려보았다. 나는 면회실 로비로 연결되는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로비에서 면회실로 들어가기 전에 일상적인 몸수색을 받게 될 것이다.



교도관이 내 앞으로 나서며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도록 나를 막아섰다.


「뭐하는 거요?」 그가 으르렁거렸다.


「의뢰인을 만나러 왔습니다. 이번 주 초에 이미 일정을 잡아 놓았던 겁니다. 교도소장실에 있는 직원에게 관련 서류가 있을 겁니다.」 

나는 미소를 지었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최대한 예의 바르게 이야기했다.


「그건 되었소. 그건 되었고 당신은 몸수색부터 받아야 합니다.」


명백히 적대적인 그의 태도를 무시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


「알겠습니다. 신발도 벗을까요?」 

종종 철저한 교도관을 만나면 그들은 내게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내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길 원한다면 화장실로 가서 몸에 걸친 것을 전부 벗도록 하시오.」


나는 귀를 의심했지만 최대한 상냥하게 말했다.


「오, 아니에요. 아무래도 혼동하신 것 같군요. 나는 변호사입니다. 법률적인 문제로 의뢰인을 만나러 온 변호사는 알몸 수색을 받을 필요가 없어요.」


내 말이 그를 진정시키기는커녕 더욱 화를 돋운 듯 보였다.


「이보쇼. 나는 당신이 누구라고 말하든 상관없소. 하지만 우리 보안 정책에 협조하지 않고는 내 교도소에 들어올 수 없소. 지금 화장실로 가서 옷을 벗든지 아니면 당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시오.」


나는 보다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동안 이 교도소를 수없이 방문했지만 알몸 수색을 요구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런 요구가 정당한 절차에 따른 것인지 의심스럽군요.」



「글쎄올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상관하지도 않지만 이게 내 방식이오.」 


지금 들어가지 못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는 다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옷을 벗었다. 교도관이 따라 들어와 쓸데없이 적극적으로 몸수색을 하고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웅얼거리듯 말했다. 나는 다시 옷을 입고 화장실을 나왔다.


「이제는 면회실 안으로 갔으면 합니다.」


약간의 위엄이라도 되찾고자 나는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음, 당신은 다시 돌아 나가서 기록부에 서명하고 와야 하오.」


차분한 말투였음에도 나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명백했다. 이 교도소에는 가족들이 면회 왔을 때 이름을 적는 방문 기록부가 있었지만 변호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었다. 나는 이미 변호사 방문 기록부에 서명한 터였다. 나머지 다른 하나에도 서명해야 한다니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


「변호사는 그 대장에 서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 교도소 안으로 들어오고 싶다면 서명해야 할 거요.」


이제 그는 히죽거리는 듯 보였고 나는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돌아서서 방문 기록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이름을 적었다. 그런 다음 면회실 앞으로 돌아가 기다렸다. 


「잠깐, 면회실 밖에 있는 마당에서 범퍼 스티커들과 깃발들이 잔뜩 붙어 있고 총기 거치대가 설치된 트럭을 보았소?」


내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네, 보았습니다만.」



그가 얼굴을 굳히며 내게 말했다. 

「그게 내 트럭이라는 사실을 알아 두길 바라오.」 


그가 내 팔을 놓아주었고 나는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다. 교도관에게 화가 났지만 무력한 내 모습에 더욱 화가 났다. 면회실 뒷문이 열리고 다른 교도관에게 이끌려 젱킨스 씨가 들어왔을 때까지도 나는 집중해서 생각할 수가 없었다.


_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 5회에 계속


*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는

매주 화/목 <열린책들 알라딘 서재>에서 단독 공개됩니다.


* [출간 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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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10월 말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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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연속 48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6년 10월 17일 기준)


벌써 연재 4회입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요, 연재 2부는 앞으로 남을 5-6회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목요일에 업데이트될 5회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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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2016-10-18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

stillmyhero 2016-10-18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오늘은 특히 더 흥미진진하네요.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화장실 알몸 수색, 트럭에 실린 무기들로 협박하기... 제가 직접 겪었더라면 어땠을지 상상조차 안 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water0_1 2016-10-18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이야기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잘 봤습니다! 부당하게 대우하는 교도관을 읽고 있자니 화가 나네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합니다. 다음 화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얼른 책으로 나와서 쭉 읽고 싶네요!

sigumchee 2016-10-18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몸수색을 요구하는 교도관도 분노를 일으키지만 그 앞에서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스티븐슨의 모습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것 같습니다. 다음화도 기대하겠습니다.

월터 2016-10-18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화가 나네요 ㅡㅡ

고귀한 수영이 2016-10-18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일부러 저런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남부인들의 흑인에 대한 적대적인 행위들을 알 수 있어서 정말 뭐라 말하기 어렵네요. 정말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고... 갈수록 흥미진지해지면서 주인공의 앞길이 험난해짐을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어요. 진짜 다음화가 무척 기대됩니다.

Chloe 2016-10-20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ㅠ 계속 읽고싶어서 못 참겠네요. 10월말쯤
볼 수 있다니 젤 먼저 읽어야겠단 생각이드네요.
열린책들만의 느낌이 충분히 살아있는 책이네요.
하퍼리의 앵무새죽이기는 제가 본 고전중 열린책들
하면 생각나는 책인데요.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도 그렇게 기대해도될까요^^ 그 정도로 잘 나왔으면
합니다. 사랑해요 열린책들♥
 



#3


예정된 한 달의 실습 기간이 끝났다.


사형수 수감 건물을 드나들며 지낸 짧은 기간 동안 나는 우리가 재소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어떤 것이 결여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누군가를 부당하게 평가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조지아에서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볼수록 어떻게, 왜 사람들이 부당하게 평가되는지의 문제를 가지고 나 자신이 내내 고민해 왔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우리가 이 나라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쉽게 비난하는지, 자신의 두려움이나 분노, 거리감 때문에 우리 중 지극히 취약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우리가 얼마나 부당하게 대하는지 살펴본다.


1983년 12월 내가 사형수 수감 건물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미국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가혹하고 징벌적인 국가로 급진적인 변신을 막 시작한 참이었고 그 결과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교도소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오늘날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감률을 보인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30만 명이던 재소자 숫자는 오늘날 230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보호 관찰이나 가석방 중인 사람들은 거의 600만 명에 이른다. 2001년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열다섯 명 중 한 명이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는 셈이었고 21세기에 태어난 흑인 남성 세 명 중 한 명이 수감자인 셈이었다.



수감자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행위가 명백히 과도한 친절이나 동정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그들에 대한 갱생이나 교화, 그 밖의 서비스를 포기했다. 대신 그들이 보여 준 최악의 행동에 입각해서 그들을 격하하고 제도적으로 <범죄자>나 <살인자>, <강간범>, <절도범>, <마약상>, <성범죄자>, <흉악범> 같은 영원한 꼬리표를 붙였다. 범죄를 저지를 당시의 상황은 도외시한 채 또는 그들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개과천선했든 상관없이 절대로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찍었다.


우리는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구치소와 교도소에 지출되는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예산은 1980년 69억 달러에서 오늘날 800억 달러로 증가했다. 민영 교도소 건축업자들과 교도소 운영을 맡는 민간 위탁 기업들은 그들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죄를 만들고 보다 강력한 처벌을 부과해서 재소자 숫자를 늘리도록 주 정부와 지방 정부를 설득하는 데 수백만 달러를 사용한다.


교도소 내 의료 서비스나 상업 등 일단의 서비스를 민영화함으로써 대량 투옥은 소수의 몇몇 사람들에게 돈벌이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었지만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 지우는 악몽이 되었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나는 디프사우스 지역으로 돌아갔다. 가난한 사람들과 재소자들, 사형수들을 변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월터 맥밀리언처럼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수가 된 사람들과 가깝게 지냈다.



뒤에 소개될 월터의 사례를 통해서 나는 잘못되거나 신뢰할 수 없는 평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충격적인 무관심, 편견을 오히려 익숙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부당한 기소와 유죄 판결에 대한 우리의 내성 등을 배웠다. 또 유죄를 선고하거나 사형을 내리는 권능이 무책임하게 행사될 경우 우리 제도가 어떻게 기소된 당사자, 그들의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범죄의 희생자에게 정신적 외상을 초래하고 고통을 안겨 주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근본적이고 겸허한 어떤 진실을 배웠다.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최악의 행동보다 나은 존재다>라는 교훈도 그중 하나이다.


가난한 사람들과 재소자들을 위해 일하면서 가난의 반대말이 부가 아니라는 확신도 생겼다.

가난의 반대말은 정의였다. 마침내 우리가 부자나 권력자, 특권층, 덕망가를 대하는 방식으로는 우리가 가진 정의감의 진정한 크기나 우리 사회의 도덕성, 법치와 공정함, 평등을 지향하려는 의지 등을 판단할 수 없다고 믿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진정한 척도우리가 빈곤층과 소외층, 피의자와 재소자, 사형수를 대하는 방식에 있다.


대량 투옥과 극단적인 처벌 문제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다음을 주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우리 모두에게 자비와 정의감,

그리고 아마도 약간은 분에 넘치는 품위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_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 4회에 계속


*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는

매주 화/목 <열린책들 알라딘 서재>에서 단독 공개됩니다.


* [출간 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출간되는 책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10월 말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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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연속 47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6년 10월11일 기준)


세 번째 연재글,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이것으로 연재 1부 <서문 ─ 높은 곳을 향하여>가 종료되었습니다.

다음주 화요일 4회차에는 연재 2부 <짐을 덜다>가 이어집니다.


글을 읽으신 후 <좋아요>과 <댓글>을 남겨 주시면 책 짓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럼 돌아오는 화요일 4회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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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수영이 2016-10-13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기다리던 연재가 바로 떠서 얼릉 읽었어요. 주인공이 교도소에서 만난 수감자가 그렇게 우리가 가진 생각처럼 아주 흉악한 범죄자가 아님을 알고 자신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과 오만한 생각이 얼마나 잘못됬는지 알고 새로이 깨닫게 된 어쩌면 프롤로그였던 거군요. 이제 새로이 깨닫고 느끼게 된 주인공이 앞으로 어떤 변화된 삶과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이행해나가는지 기대되요. 이제부터가 진정한 본론인데 험난한 앞길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무지 기대되고 궁금해집니다. 다음주 화요일이 무척 기대되요.

papariver 2016-10-13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편견을 오히려 익숙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이거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 않네요...

고귀한윈터 2016-10-13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음주부터 2부가 시작되네요! <짐을 덜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한데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이 연재 코너 단골이 많네요ㅎㅎ

노노 2016-10-13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점점 월터가 어떻게 되었을 지 궁금해집니다. 미드에서 이런 대사를 들었어요.˝누구나 한 번쯤은 용서받아야 하잖아요.˝ 범죄자를 무조건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하게 딱지를 붙이기 전, 그들은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연재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시소 2016-10-14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별과 편견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네요. 실제로 현재 미국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브라이언 스티븐슨이기에 그의 이야기들을 얼른 읽고 싶습니다. 연재 2부도 기대됩니다.

딸기냥 2016-10-14 14: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확 와닿는 말입니다. `우리가 이 나라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쉽게 비난하는지, 자신의 두려움이나 분노, 거리감 때문에 우리 중 지극히 취약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우리가 얼마나 부당하게 대하는지...` 스피드가 관건인 사회 속에서 우리는 저 사람의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회제도적인 문제나 환경에 주안점을 두기 보다는, 표면적인 것에만 치중하며 판단해버리고 비난하며 지나갑니다. 이러한 것들을 안다 하더라도, 개인의 힘이 제도와 사회를 이길 수는 없다며 순응하며 살게 되는데, 이 작가분은 어떠했을지 궁금합니다.

Chloe 2016-10-20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수록 자꾸 기다려지는... 남의 이야기아닌
우리 모두 반성하고 정신차려야겠다는
갑자기 저는 왜 화가 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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