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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한 달의 실습 기간이 끝났다.


사형수 수감 건물을 드나들며 지낸 짧은 기간 동안 나는 우리가 재소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어떤 것이 결여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누군가를 부당하게 평가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조지아에서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볼수록 어떻게, 왜 사람들이 부당하게 평가되는지의 문제를 가지고 나 자신이 내내 고민해 왔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우리가 이 나라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쉽게 비난하는지, 자신의 두려움이나 분노, 거리감 때문에 우리 중 지극히 취약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우리가 얼마나 부당하게 대하는지 살펴본다.


1983년 12월 내가 사형수 수감 건물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미국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가혹하고 징벌적인 국가로 급진적인 변신을 막 시작한 참이었고 그 결과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교도소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오늘날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감률을 보인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30만 명이던 재소자 숫자는 오늘날 230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보호 관찰이나 가석방 중인 사람들은 거의 600만 명에 이른다. 2001년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열다섯 명 중 한 명이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는 셈이었고 21세기에 태어난 흑인 남성 세 명 중 한 명이 수감자인 셈이었다.



수감자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행위가 명백히 과도한 친절이나 동정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그들에 대한 갱생이나 교화, 그 밖의 서비스를 포기했다. 대신 그들이 보여 준 최악의 행동에 입각해서 그들을 격하하고 제도적으로 <범죄자>나 <살인자>, <강간범>, <절도범>, <마약상>, <성범죄자>, <흉악범> 같은 영원한 꼬리표를 붙였다. 범죄를 저지를 당시의 상황은 도외시한 채 또는 그들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개과천선했든 상관없이 절대로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찍었다.


우리는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다. 구치소와 교도소에 지출되는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예산은 1980년 69억 달러에서 오늘날 800억 달러로 증가했다. 민영 교도소 건축업자들과 교도소 운영을 맡는 민간 위탁 기업들은 그들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죄를 만들고 보다 강력한 처벌을 부과해서 재소자 숫자를 늘리도록 주 정부와 지방 정부를 설득하는 데 수백만 달러를 사용한다.


교도소 내 의료 서비스나 상업 등 일단의 서비스를 민영화함으로써 대량 투옥은 소수의 몇몇 사람들에게 돈벌이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었지만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 지우는 악몽이 되었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나는 디프사우스 지역으로 돌아갔다. 가난한 사람들과 재소자들, 사형수들을 변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월터 맥밀리언처럼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수가 된 사람들과 가깝게 지냈다.



뒤에 소개될 월터의 사례를 통해서 나는 잘못되거나 신뢰할 수 없는 평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충격적인 무관심, 편견을 오히려 익숙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부당한 기소와 유죄 판결에 대한 우리의 내성 등을 배웠다. 또 유죄를 선고하거나 사형을 내리는 권능이 무책임하게 행사될 경우 우리 제도가 어떻게 기소된 당사자, 그들의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범죄의 희생자에게 정신적 외상을 초래하고 고통을 안겨 주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근본적이고 겸허한 어떤 진실을 배웠다.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최악의 행동보다 나은 존재다>라는 교훈도 그중 하나이다.


가난한 사람들과 재소자들을 위해 일하면서 가난의 반대말이 부가 아니라는 확신도 생겼다.

가난의 반대말은 정의였다. 마침내 우리가 부자나 권력자, 특권층, 덕망가를 대하는 방식으로는 우리가 가진 정의감의 진정한 크기나 우리 사회의 도덕성, 법치와 공정함, 평등을 지향하려는 의지 등을 판단할 수 없다고 믿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진정한 척도우리가 빈곤층과 소외층, 피의자와 재소자, 사형수를 대하는 방식에 있다.


대량 투옥과 극단적인 처벌 문제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다음을 주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우리 모두에게 자비와 정의감,

그리고 아마도 약간은 분에 넘치는 품위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_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 4회에 계속


*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간 전 연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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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 전 연재] 글은 책의 본문 내용 중 편집을 거쳐 공개됩니다.

출간되는 책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10월 말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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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연재 1부 <서문 ─ 높은 곳을 향하여>가 종료되었습니다.

다음주 화요일 4회차에는 연재 2부 <짐을 덜다>가 이어집니다.


글을 읽으신 후 <좋아요>과 <댓글>을 남겨 주시면 책 짓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

그럼 돌아오는 화요일 4회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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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수영이 2016-10-13 1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기다리던 연재가 바로 떠서 얼릉 읽었어요. 주인공이 교도소에서 만난 수감자가 그렇게 우리가 가진 생각처럼 아주 흉악한 범죄자가 아님을 알고 자신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과 오만한 생각이 얼마나 잘못됬는지 알고 새로이 깨닫게 된 어쩌면 프롤로그였던 거군요. 이제 새로이 깨닫고 느끼게 된 주인공이 앞으로 어떤 변화된 삶과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이행해나가는지 기대되요. 이제부터가 진정한 본론인데 험난한 앞길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무지 기대되고 궁금해집니다. 다음주 화요일이 무척 기대되요.

papariver 2016-10-13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편견을 오히려 익숙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이거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 않네요...

고귀한윈터 2016-10-13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음주부터 2부가 시작되네요! <짐을 덜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한데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이 연재 코너 단골이 많네요ㅎㅎ

노노 2016-10-13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점점 월터가 어떻게 되었을 지 궁금해집니다. 미드에서 이런 대사를 들었어요.˝누구나 한 번쯤은 용서받아야 하잖아요.˝ 범죄자를 무조건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하게 딱지를 붙이기 전, 그들은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연재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시소 2016-10-14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별과 편견을 당연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네요. 실제로 현재 미국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브라이언 스티븐슨이기에 그의 이야기들을 얼른 읽고 싶습니다. 연재 2부도 기대됩니다.

딸기냥 2016-10-14 14: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확 와닿는 말입니다. `우리가 이 나라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쉽게 비난하는지, 자신의 두려움이나 분노, 거리감 때문에 우리 중 지극히 취약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우리가 얼마나 부당하게 대하는지...` 스피드가 관건인 사회 속에서 우리는 저 사람의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회제도적인 문제나 환경에 주안점을 두기 보다는, 표면적인 것에만 치중하며 판단해버리고 비난하며 지나갑니다. 이러한 것들을 안다 하더라도, 개인의 힘이 제도와 사회를 이길 수는 없다며 순응하며 살게 되는데, 이 작가분은 어떠했을지 궁금합니다.

Chloe 2016-10-20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수록 자꾸 기다려지는... 남의 이야기아닌
우리 모두 반성하고 정신차려야겠다는
갑자기 저는 왜 화가 나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