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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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의 전기 중 6일, 6일 중 일부의 서사를 댕강 잘라냈다. 한 청년의 삶 속에 다양한 삶의 방식과 역사가 소리 없이 피상적으로 묻어있다. 피상적이지만 일상적인 그래서 모두가 공감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보여 준다. 일상적인 것은 진부함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주인공 히사오의 서사 전개는 진부하다. 원하지 않지만 대학에 입학 ‘하고 싶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학 중퇴, 다시 원하지 않는 회사에서 그럭저럭 참아가는 삶. 어느새 그럭저럭 견뎌낸 삶은 일상이 되었고 적당한 것에 만족할 수 있게 되었다.

진부한 서사,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통해 역설적으로 현재를 살며 이 소설을 읽을 젊은 청년에게 자신의 젊음을 어떻게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할 수 있게 한다. 거기다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되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젊다는 건 특권이야. 자네들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실패가 없는 일에는 성공도 없어. 성공과 실패가 있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야. 그거야말로 살아 있다는 실감이란 말씀이야!”

젊음은 흔히 속도에 비유되곤 하는데 아주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해보고 안 되면 마는 것, 그것이 젊음이다. 이것저것 부딪쳐서 깨지고 멍들어도 깨진 곳이 다시 붙고 멍이 사라지는 것, 그것이 젊음이다. 젊음을 젊음답게 살지 못하고 대다수의 젊음들이 남의 욕망과 사회적 틀 속에 사로 잡혀 원하지 않는 삶을 마치 자신의 사명인양 살고 있다. 젊었을 때의 꿈들은 나이가 들어 ‘기성세대’라고 불릴 때쯤엔 깊은 밤, 술과 함께 식탁에 올라온 안주가 되어 씹어 삼키게 되는 것이다. 젊음이 실패한다는 건 남의 욕망을 살아주지 않는 것이다. 기껏해야 대학 재수 입학과 중퇴를 인생의 실패라고 한다면 굉장히 슬픈 일이다. 그만큼 사회적 틀이 대다수의 젊음을 한 가지의 가치로 은연중에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젊음은 이런 교묘한 사회의 억압을 깨고 나와 부딪쳐 봐야 한다. 그래야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젊음에게 사회적 억압의 가치를 강제하지 않게 될 것이며 자신 또한 후회하지 않는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젊은 놈이 평론가 같은 거 되어서 뭐해? 저기 객석에 앉아서 남이 하는 일에 이러쿵저러쿵 토를 다는 건 노인네들이나 하는 짓이야. 젊은 사람은 무대에 올라가야지! 못해도 상관없어. 서툴러도 상관없다고. 내 머리와 내 몸을 움직여서 열심히 뭔가를 연기하지 않으면 안 돼!”

젊음의 가장 큰 매력은 모든 걸 빨아들이는 스폰지 같은 소통력과 감수성, 상투적인 것을 혐오하고 진보를 추구하는 건방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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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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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소로우가 말하는 큰 주제는 네 개의 핵심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자연, 개인, 친구, 독서. 이 네 개의 핵심 단어로부터 소로우가 이끌어내는 삶의 진리(소로우에게만 해당되는 삶의 진리)는 절제, 지성, 진실이다.

19세기 미국은 정치적으로는 독립했지만 영국과 유럽의 제국에 정신적으로 종속되어 있었고, 증기 기관의 빠른 이동 수단 개발로 산업화가 가속화되었으며, 미국원주민을 몰아내고 차지한 넓디넓은 목초지에서 다수의 소를 비롯한 가축을 키우며 목축 산업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었다. 이 시기에 미국은 산업화의 영향으로 천연자원은 고갈되어 가고 기계화된 분업화로 인간의 존업성이 훼손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산업화를 주도하는 국가와 공장주들을 비롯한 자본가들과 그에 빌어먹고 사는 사람들은 산업화로 인한 풍족함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믿었다. 미국의 초절주의는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유럽의 낭만주의에 그 뿌리를 둔 초절주의는 이성보다는 감성과 직관, 사회보다는 개인, 전통과 관습보다는 자연 속에서의 개척자적인 삶을 추구한 사상이다. 소로우는 이 초절주의의 한계를 일정 수준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소로우는 그의 문체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것처럼 감성과 직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이성을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며, 고독을 즐기면서 사회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시민의 불복종》).

소로우는 이런 다각적인 지성의 형성이 독서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독서 중에서도 고전을 한 문장 한 문장 “책이 쓰여 졌을 때처럼 의도적으로 그리고 신중히 읽혀져야 한다”고 말한다. 거기에 “심심풀이로 하는 독서” 이른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며 읽는 계몽적인 경구와 아포리즘이 가득한 책이나 생각의 끈을 놓고 멍하니 미용실에 앉아서 ‘보는’ 잡지를 읽는 것은 “우리의 지적 기능들을 잠재우는 독서”라고 일갈한다. 독서를 통해 형성된 지성과 “정말 중요한 언어”의 결합이 궁극적인 지성의 완성이라고 본 소로우는 “어떠한 관찰 방법과 훈련도 항상 주의 깊게 살피는 자세를 대신해주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독서를 통한 이론적 성숙함과 일상생활에서의 주의 깊은 관찰의 결합을 의미한다.

독서와 주의 깊은 관찰을 통한 지성을 형성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눈을 감아버리거나 졸거나 또는 허식적인 것에 속아 넘어가기로 동의함으로써 자신들의 인습적인 일상생활을 확립시키는” 삶이 아닌 주체적이고 자립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소로우가 살던 시대를 예로 들자면 산업화와 자본의 팽창이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는 것이 진실을 보고 주체적, 자립적인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로우의 재평가”는 우리에게 재앙의 신호라고 볼 수 있다. 한정된 천연 자원은 고갈되어 가고 있으며 이제 소로우가 살았던 월든 호수가 있는 숲도 그가 살던 때보다 오염되었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오염은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해마다 휴가철이 되면 그나마 오염이 덜 된 산과 바다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각종 오염물질로 찌든 도시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한 모습이 안쓰럽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눈이 멀어 자연과 인간의 몇 개 안 남은 존엄성의 앙상한 가지마저 쳐내려는 사람들의 폭주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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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자들
최종욱 외 지음 / 삼인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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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크- 궁리필로소피 4
마이클 에이어스 지음, 강유원 옮김 / 궁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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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명의 기반- 철학적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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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은 늘 우리를 배반한다- 지성사로 읽는 예술
강유원.김용섭 지음 / 미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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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거이야기 - 1948 제헌선거에서 2007 대선까지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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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현대사에서 정치를 중심으로 정치에서도 선거를 중심으로 강의한 내용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대한 서중석의 객관적인 의견에 더해진 주관적인 의견은 드러나지만 그의 이념적 잣대나 기준으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판단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145페이지의 “파병으로 월남에서 돈이 들어오고”같은 경우 1966년이면 박정희 집권 기간인데 이 기간에 박정희의 경제 발전 ‘업적’이라는 것이 대외 의존적이고 반인륜적이었다는 것의 근거로 월남파병을 많이 언급하는데 이것에 대한 어떤 주관적 주장도 없다는 것이 이 책에 주관적이고 주입적인 이념적 잣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사학자의 의무라고 할까. 역사를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전달하는 것, 그것에 비춰본다면 서중석의 역사 강의는 꽤 투명하고 맑다고 할 수 있겠다.

서중석은 한국현대사의 선거에서 지역이기주의와 금권선거, 독재정치로 인해 민주주의가 새카맣게 훼손되었지만 어찌되었든 ‘선거’라는 다수결의 민주적인 제도가 살아있었기 때문에 정치에 민의를 반영하고 독재자들을 재단했으며 민주주의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역이기주의와 금권선거는 지금, 2008년까지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나는 지금 서울시 강동구 천호공원의 새로 짓고 있는 도서관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6.4 재보권선거를 위해 한나라당 소속 후보는 자신의 힘으로 도서관을 건립했으며 뉴 타운 우선순위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사람은 한나라당의 오세훈 서울 시장이며 이 오세훈 시장이 같은 한나라당이 아니면 누굴 밀어주겠냐고 소리친다.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공약이나 능력이 아닌 집단주의를 통해 당선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나라당 후보는 언제부턴가 이명박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기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그 정도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차라리 대단한 한국의 CEO 대통령이 한나라당이라고 말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왜 말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지금 이명박은 초 · 중 · 고딩에게 명바기, 쥐바기로 불리고 있으며 “이명박 OUT”은 국민의 입에 착착 달라붙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명박을 언급하면 물귀신 작전이 아니라 물귀신을 소환해 저승 가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동구를 발전시키고 정치를 한다는 사람의 선거 유세가 이렇게 야비하고 소심하다. 과연 17대 대통령 선거와 18대 총선 이후로 후퇴한 민주주의는 선거라는 민주적인 제도를 통해 내달릴 수 있을까.

정치와 선거의 이런 저런 오류와 왜곡은 서중석이 언급한 헤겔의 “이성의 간지”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한국현대사 공부와 현대사의 맥락에서 정치사를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역사가 아무리 오묘하고 역석적이라도 정치를 하는 당사자들과 국민이 바뀌지 않고 정체되어 썩어간다면 어떤 것도 해결되거나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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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 전3권
박지원 지음, 리상호 옮김 / 보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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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 박지원
박종채 지음 / 돌베개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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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
박지원 지음, 구인환 엮음 / 신원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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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껄껄 선생이라오
박지원 지음, 홍기문 옮김 / 보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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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5월 7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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