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억할 거야 사계절 웃는 코끼리 24
유은실 지음, 김유대 그림 / 사계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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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편식할 거야」, 「나도 예민할 거야」에 이은 3번째 정이 이야기, 「나는 기억할 거야」가 오랜만에 나왔다. ‘나도’와 ‘나는’의 차이만큼 정이가 훌쩍 자랐다. 오빠 혁이와 비교하며 따라하지 않고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자신을 다지는 자람!

유은실 작품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믿고 본다. 재미와 감동 보증수표, 사랑하는 나의 유은실 작가님!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빠뜨린 작품이 있었다. 저학년 도서, 정이 시리즈였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앞선 작품을 찾아 읽어봤다. 역시, 역시!! 이제라도 챙겨봐서 다행이다. 「나도 예민할 거야」에서 작가님이 ‘정이 이야기를 쑥쑥 자라는 아이들을 따라가며 중학년 동화, 고학년 동화로 계속 쓰고 싶어요.’라고 말씀하신 대로 그랬으면 좋겠다. 내내 기다릴 거다.

문제 있는 아이가 이렇게 달라졌어요 식의 이야기라면 편식하는 예민한 아이, 혁이가 주인공일 것이다. 그런 이야기에서 조연으로 나올,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본다. 조금 비틀어 이면의 마음을 살펴주는 작가님 시선에 공감받는다. 나도 정이다. 이름도 마음 움직임도 다 너무 ‘나’라 읽는 내내 기쁘고 좋았다. 다 자란 어른의 깊은 속 저 아래 토라진 아이가 웃는다.

유은실 작가님 작품은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순례 주택」으로 정점을 찍었다. 여기 정이 엄마는 처음엔 힘든 아이 챙기느라 순한 아이 소홀히 하는 현실 엄마의 모습이다. 그러다 슬쩍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을 딱 짚어 달래주는 마음 의사, 아이와 같이 읽는 어른이 뜨끔 반성하며 노력해야 할 모습 같다.

정이 이야기는 착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내는 우리 작가님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계속 추앙하겠다.

+ 이 서평을 쓰면서 단문으로 써봐야지 결심했는데, 어지러이 앞뒤 안 맞는 문장 수두룩, 복문 남발이다. 단문으로 간결히 쓰는 일은 마티스의 펜화 같은 매력과 위엄을 가지는 일이다. 고경력 교사가 저학년 학생을 감당하는 것처럼 내공이 필요한 일이다. 계속 노력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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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쪽 읽었는데 벌써 좋아. 하루씩 아껴 다녀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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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제자리를 찾아 내려와 날개를 접은 설렘이지만, 날개를 접었다고 모든 움직임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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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의 비밀 사계절 동시집 20
이안 지음, 심보영 그림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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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시인을 좋아한다. 시가 먼저 좋았지만 시인을 ZOOM강연, 유튜브 채널 등으로 만나며 더 좋아졌다. 그런 시인이 새 동시집을 냈다니 묻고 따질 것이 무엇인가. 보통 시집은 휘리릭 넘기며 손길 눈길 멎는 대로 읽거나 차례 제목을 보고 끌리는 시를 골라 읽는다. 하지만 이안 시인 동시집은 웬일인지 늘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나가게 된다. 이번에도 그러면서 마음에 드는 시마다 플래그를 붙인다. 붙이다가 만다. 너무 많아서 다 붙일 수가 없다. 갸우뚱 잘 모르겠어서, 오늘은 안 닿아서 별로 안 기쁜 시 찾아 붙여 두는 게 낫겠다. 이 동시집 읽은 이들은 다 공감하겠지만 제목, 삽화 그리고 해설까지도 정말 다 사랑스럽다. 이안 시인을 여전히 좋아할 수 있어 기쁘다.

시인은 자연을 가만 들여다보다 흐뭇이 그 속 살아가는 것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해준다. 인간의 거대한 몸으로 덮어 그늘을 만들지 않고 앨리스네서 약을 빌린 양 몸이 그들만 해져서 가까이 옆에서 보고 번역 없이 들을 수 있나 보다. 덕분에 편히 그대로 전해 들을 수 있으니, 다정한 MSG로 달달하게 들리니 기쁘다.
시인은 꽃말을 갖고 시를 즐겨 쓴다. 사월이면 시인의 미선나무 꽃말을 어김없이 품게 된다. 이번 시집에도 여러 꽃말을 지닌 식물들이 나온다. 일일이 검색해가며 생김을 찾아본다. 그러면 시가 더 끄덕여진다. 그러다 잊어버리겠지만 알고 새로 또 알아가는 일이 기쁘다.
시인은 분명 기쁘게 살아갈 것이다. 말 없는 것들의 말을 듣고 작은 것들의 소리를 크게 전하며 사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시인처럼 살고 싶다. 난들 어려울까. 00살 시인 선언을 해볼 참이다. 나를 아껴 쓰고, 자면서도 읽고 쓰고 바라보며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다. 연필과 수첩은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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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선생님과 또 다른 세계 달고나 만화방
남동윤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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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이 나쁜 책은 아니야. 하지만 만화책만 보는 건 나빠! 편식이 나쁜 것과 똑같아. 그래서 학교 아침 독서 시간만큼은 만화책 아닌 책을 읽도록 하자.”
사회 과학 어린이 도서 중 만화가 군데군데 그려진 책들이 애매해진다. 교실 독재자에게 분별을 요청한다. 할 수 없이 용인하니 그런 책들을 많이 본다. 맛없는 채소도 튀기면 다 맛있는 것과 같은 이치로 만화는 흥미를 돋우고 책을 붙들고 있게 하는 힘이 있다. 튀김을 먹일 수밖에 없다면 좋은 기름에 튀긴 걸 골라 먹이고 싶은 마음으로 양질의 만화를 골라보자.

사실 남동윤 작가님도 귀신 시리즈도 몰랐다. 만화로 고민을 하던 중 엄청 인기 시리즈이고 무려 교과서에 실리기까지 했다는 걸 알았다. 실린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검증된 의미로 신뢰가 생긴다. 시리즈 중 최근작을 먼저 만났다. 표지부터 놀이공원에 입장한 듯 오색찬란 눈을 휘둥그레하게 하며 일루와 일루와 하는 것만 같다. 놀이공원 안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듯 키득거리며 재미있게 읽었다. 만화를 어떻게 당해! 장르 강점뿐 아니라 캐릭터들이 다 너무 사랑스럽다. 마냥 착하기만 한 아이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과 같다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현실적이다. 성격도 외모도 표정도 생각도 그냥 아이들 그대로다. 이야기도 적당히 교훈적이나 대놓고 훈계하지 않는 미덕이 있다. 왜 인기가 많은지 알겠다. 다른 시리즈도 찾아 읽어야겠다. 아이들에게 생색내며 요건 봐도 된다고 특별허가해 같이 낄낄대고 싶다. 이미 벌써 다 봤노라 하며 더 알은체를 하고, 이 시리즈는 말이죠 하며 가르쳐주려 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면에서는 아이들이 선생이다. 좀 더 열어두고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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