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동등하게 대해주는 것, 
북돋아주는 것, 
가능성을 알아봐주는 것은
교육자의 자질이기도 하고 어른의 자질이기도 한 것 같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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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이 웃었어 사계절 그림책
기쿠치 치키 지음, 황진희 옮김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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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며 쨍한 빛깔에 우선 매료되고 여기저기 공들인 만듦새에 다시 감탄한다. 내가 좋아하는 파랑과 노랑만으로 표현된, 웃는 아이는 액자에 그대로 넣어 흰 벽에 걸어두고 싶다. 벌써 충만하다. 겉싸개를 벗겨내니 와아아~ 날아오르려는 무당벌레 하나, 이제부터 함께 가자고 말하는 길잡이 같다. 두근두근 또 와아아~~ 노랑노랑 면지가 두둥둥 들뜨게 한다. 판화로, 투박한 선으로 어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까 계속 놀라워하며 페이지를 넘긴다.

기쿠치 치키 ZOOM 강연을 신청했다. 신청 폼에 사전 질문을 적는 문항에 “마음이 어떨 때 그리시나요? 그리면서 마음이 달라지나요? 마음이 어떨 때 읽으면 더 좋을까요?”를 썼다가 지웠다. 그리고 “글자 없는 그림책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요? 시와 같은 글도 좋지만 그림이 압도적이라 글이 방해가 된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라고 써서 제출했다.
왜 그런 질문들이 떠올랐을까. 나는 대부분 책을 마음의 문제로 읽는다. 책 안에 흐르는 마음, 내게 닿는 마음, 요즘 머릿속을 떠도는 문제가 투영된 마음……. 이번에는 작가의 마음이 궁금했다. 무척이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 상태로 행복하게 작업했을 것 같기도 하고, 정반대로 어지럽고 고단한 마음을 씻어내듯 작업했을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그 마음이 듣고 싶어졌다. 그러다 너무 뜬구름같은 질문인가 싶어 좀 더 또렷한, 그러면서 조금 도발적인 감상 질문으로 바꿨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림이 너무 좋았다. 글만 별도로 읽어도 마음이 동글동글 순해지는 시처럼 좋았다. 그럼에도 판화로 작업한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 압도적으로 좋아 글자가 거슬렸다. 글자를 걷어내고 그림만 보고 싶었다. 글자 없는 그림책으로도 충분히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두었다가 다시 읽으니 글과 그림이 한데 어울린다. 꽉 맞춰 채운 아름다움, 원작자와 번역가의 문장에 대한 고마움이 뒤늦게 든다.

손잡은 평화, 자연과 인간의 공존, 살아있는 것들의 화합, 그러한 원대한 메시지의 그림책으로도 읽힌다. 그리고 그 어울림을 신이 기뻐하나니라 종교적인 울림마저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제목이 탁월하다. 내 안의 신, 저 하늘의 신이 다 해님이다. 이 책은 볼 때마다 높고도 먼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사족.
띠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한 낭비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지인은 띠지마저 소중히 여기며 어떤 책의 띠지가 구기고 찢겨져 와서 교환요청을 했다고도 하여 놀랐던 적이 있다. 이 책의 띠지는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이수지 작가와 최혜진 작가의 추천사가 있다. 역시나 주옥같은 말씀이다. 그렇다 해도 이 말씀이 책 안에 포함, 마지막 페이지를 떡하니 차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띠지에 담을 수밖에 없긴 하겠다. 그런데 읽기 전 먼저 만나게 되는 띠지 특성상, 내가 먼저 나대로 오롯이 느끼기 전에 스포 당한 기분이 들었다. 내 수준에 맞게 문제를 풀기 전에 경시대회 참가자의 위용을 접한 기분처럼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옥의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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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를 기억해 사계절 저학년문고 71
유영소 지음, 이영림 그림 / 사계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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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야기가 지어지고 있다. 하늘 아래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실마리를 얻는 곳이 다양하겠다. 주변의 경험에서, 꿈같은 상상에서 소재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예부터 있던 이야기, 오랜 시간 여러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 옛이야기도 좋은 소재가 되겠다. 새로 쓴 옛이야기, 바꿔쓴 옛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옛이야기를 잇는 노력은 잊혀가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소수의 분발처럼 느껴져 자격 없는 내가 다 고맙다. 유영소 작가님, 감사합니다.

저학년 교과서에 실린 부분은 ‘불가사리를 기억해’의 앞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과서 지면 관계로 전체를 실을 수 없으니 일부분만 접했지만 꽤 흥미로웠다. 그러다 이번에 온작품으로 읽으면서 뒷부분은 고학년 학생들과 충분히 나눠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가사리의 원망, 반전 평화, 경복궁 교태전 기와의 역사 등 나눌 거리가 많다.

메산이 이야기는 처음 접한 옛이야기다. 탐욕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인삼의 유래를 풀어낸 이야기가 재미있다. 산삼밭에서 아비와 다른 고민을 하는 아들이 가슴 아파하는 장면은 무척 감동적이다. 가만두면 모두 메산이처럼 될 텐데 하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과연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 다른 존재에 공감하고 공명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옛이야기는 재미있다. 그 재미의 힘으로 지금까지 전해져왔다. 그런데 요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고사하고, 옛이야기를 아는 사람, 옛이야기에 관심 갖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이대로 영영 사그라들까 걱정된다. 그래서 제목 ‘불가사리를 기억해’가 ‘옛이야기를 기억해’라는 말로 간절하게 다가온다. 소수라도 누군가들은 계속 입으로 들려주고 읽어주며 옛이야기 불씨를 꺼트리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란다.

사족.
앗! 이수지, 소윤경, 한동진, 노인경, 정진호 등등 역량 있는 그림책 작가님들이 의기투합해 옛이야기를 새롭게 쓰며 ‘바캉스 프로젝트’를 꾸리고 있다. 그 소중한 노력을 잠시 잊고 있었다. 옛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억하고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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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재능 교환이 시작됩니다 큰곰자리 65
임근희 지음, 메 그림 / 책읽는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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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때 나름 전성기였다. 글짓기부터 달리기까지 여러 부문에 걸쳐 많은 상을 받으며 뭐든 되는 시기였다. 그런데 그 시절 친한 친구가 고약하게도 “넌 특별하게 잘하는 건 없잖아.” 라는 말을 내뱉었다.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을 했었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한참 어른이 되어서까지 저주 같은 족쇄처럼 발목을 잡았다. ‘그래, 난 고만고만하지 특출난 재능은 없는 아이지.’ 하며 스스로 쭈그러뜨렸다.

아이들이 지나치게 샘내고 잘하려는 모습이 예뻐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자연스럽게 돋워지는 마음인데, 그럴 수 있는데 조금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해주어야겠다. 못해서 속상한 마음, 잘하고 싶어 무리하는 마음, 다 마음이 자라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잘하려고 애쓸 때 대견하다 토닥이고 잘 안돼 기죽을 때 괜찮다 도닥여주는 일이 교실 유일한 어른인 내가 할 일이겠다.

내내 걱정해주고 끝까지 이해해주는, 든든한 친구 민지 캐릭터가 참 좋다. 공교롭게 내게 못된 말을 뱉은 옛 친구와 이름 초성이 같다. 내게 이런 친구가 있었다면 조금 더 잠재능력을 끄집어내 뿜뿜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책 제목이 솔깃하다. 제목뿐 아니라 내용도 꽤 흥미진진하다. 무엇이든 잘하고 싶고 지기 싫은 마음이 어릴 적에 다 있지 않았나. (어릴 적뿐이겠는가.)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만하다. 자신이 잘하는 것은 무엇 무엇인지, 그 재능을 수치화하면 얼마나 될지, 어떤 재능을 얻고 어떤 재능을 포기하는 거래를 할지, 노력해 더 키우고 싶은 재능은 무엇인지, 어떤 노력으로 키울 수 있을지 등등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어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생각하는 독서가 될 것 같다. 한 책에서 책을 읽을 때 독자가 되지 말고 기자가 되라고 한 말이 인상 깊었다. 취재하듯이 묻고 또 물으며 적극적으로 읽으라는 이야기였다. 자기 자신을 향한 질문, 자신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이 가득한 책이다. 모쪼록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되어 즐겁게 읽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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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에서 안전하게 스스로일 수 있는 날은 여기에도 올 것이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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