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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재능 교환이 시작됩니다 ㅣ 큰곰자리 65
임근희 지음, 메 그림 / 책읽는곰 / 2022년 6월
평점 :
초등학교 5학년 때 나름 전성기였다. 글짓기부터 달리기까지 여러 부문에 걸쳐 많은 상을 받으며 뭐든 되는 시기였다. 그런데 그 시절 친한 친구가 고약하게도 “넌 특별하게 잘하는 건 없잖아.” 라는 말을 내뱉었다.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을 했었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한참 어른이 되어서까지 저주 같은 족쇄처럼 발목을 잡았다. ‘그래, 난 고만고만하지 특출난 재능은 없는 아이지.’ 하며 스스로 쭈그러뜨렸다.
아이들이 지나치게 샘내고 잘하려는 모습이 예뻐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자연스럽게 돋워지는 마음인데, 그럴 수 있는데 조금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해주어야겠다. 못해서 속상한 마음, 잘하고 싶어 무리하는 마음, 다 마음이 자라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잘하려고 애쓸 때 대견하다 토닥이고 잘 안돼 기죽을 때 괜찮다 도닥여주는 일이 교실 유일한 어른인 내가 할 일이겠다.
내내 걱정해주고 끝까지 이해해주는, 든든한 친구 민지 캐릭터가 참 좋다. 공교롭게 내게 못된 말을 뱉은 옛 친구와 이름 초성이 같다. 내게 이런 친구가 있었다면 조금 더 잠재능력을 끄집어내 뿜뿜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책 제목이 솔깃하다. 제목뿐 아니라 내용도 꽤 흥미진진하다. 무엇이든 잘하고 싶고 지기 싫은 마음이 어릴 적에 다 있지 않았나. (어릴 적뿐이겠는가.)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만하다. 자신이 잘하는 것은 무엇 무엇인지, 그 재능을 수치화하면 얼마나 될지, 어떤 재능을 얻고 어떤 재능을 포기하는 거래를 할지, 노력해 더 키우고 싶은 재능은 무엇인지, 어떤 노력으로 키울 수 있을지 등등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어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생각하는 독서가 될 것 같다. 한 책에서 책을 읽을 때 독자가 되지 말고 기자가 되라고 한 말이 인상 깊었다. 취재하듯이 묻고 또 물으며 적극적으로 읽으라는 이야기였다. 자기 자신을 향한 질문, 자신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이 가득한 책이다. 모쪼록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되어 즐겁게 읽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