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없는 사실, 완전한 올바름, 그것은 때로 삶을 수렴하기에 너무 옹색하다. 그보다는 더 수용적이고 오래고 성긴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우리가 알아채기도 전에 서로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 여름의 방문 같은 것. - P221
우리가 한 약속은 하나밖에 없어. 기억하지? 아이에 두닷 바도키 바리미 바드 나카리. 슬픈 얘기는 하지 말자. - P167
근데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인생은 독고다이, 혼자 심으로 가는 거야. 닭알도 있잖여? 지가 깨서 나오면 병아리, 남이 깨서 나오면 후라이라고 했어. - P186
최근 말을 하는 강아지가 주인공인 웹툰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곧 또 말하는 강아지 버찌가 나오는 이 동화책을 만났다. 지각이 있는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와 마음을 나누기 위해 말은 얼마나 중요한가. 말이 통하지 않아도 교감하고 사랑할 수 있지만, 말이 통한다면 교감과 사랑은 더 수월하고 극대화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반려 동식물과 공존하며 나의 말로 대화가 가능하길 늘 꿈꾼다. 이 동화는 그런 판타지를 구현해준다. 그런데 인간이 아니라 강아지 꿈이 실현된다. 어쩌면 강아지 입장에서 소통은 더 절실하고 요원한 일일 터다.이 책은 인간의 이기적인 처사로 유기견이 늘어가는 현실을 잘 반영해 읽는 저학년 아이들이 일찍부터 동물권에 대한 바른 의식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어주고 싶다. 그런데 읽다 보니 버찌가 한편 아이들의 대변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어른보다 수동적이고 선택권이 별로 없어 속상하고 답답할 때가 많을 것이다. 버찌가 역전된 입장으로 스스로 주인을 고르겠다 선언하고 모험을 할 때 아이들은 덩달아 짜릿하고 후련한 마음이 들 것이다. 어른이라고 다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지라 나 역시 통쾌하고 재미있었다. 버찌가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가족을 만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엔딩도 좋았다. 월래 할머니의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현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해서 아이들에게 읽어줘야겠다. 나의 버찌들에게 월래 할머니가 되어주고 싶은 바람을 꾹꾹 눌러 담아서!
요즘 초등학생이 국어사전보다 먼저 만나는 것이 ‘아홉 살 마음 사전’이 아닐까 싶다. 교육과정 상 국어사전에 관해 배우는 3학년보다 앞서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소개, 교실 친구들과의 공유가 큰 몫이겠지만 책 자체가 갖는 강점으로 아이들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사전 시리즈다.‘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떠오른다. 그 제목처럼 박성우 작가가 펴내는 사전 시리즈가 모두 그러하다. 마음부터 환경까지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고 내내 살피고 돌볼 것들이 사전에 다 담겼다. 아홉 살이라고 내세웠지만 실은 모든 나이가 다 알고 실천해야 마땅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사전이지만 종이로 박제되지 않고 삶으로 실천되어야 실제 가치가 있다.이 책에서는 지구를 지키는 첫걸음이 될, 일상 속 작은 실천을 제안하고 있고 대개 다 기꺼이 할만한 것들이다. 환경과 관련된 상태, 행위나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 가나다순으로 80개가 차례로 소개되고 있다. 낱말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 팁, 김효은 작가의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표현을 활용할 만한 상황까지 면면이 알차고 알차다. 재활용 아닌 새활용(업사이클(Up-Cycle)을 갈음한 순화어)이란 새 말도 배웠다. 환경을 지키고 가꿈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 소중한 환경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것들이 살뜰히 제시되어 있다. 개인적인 걱정을 넘어 함께 연대하고 실천을 모색하는 희망으로 이끄는 흐름도 좋다. 다만 몇몇 단어는 수정되면 어떨까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 ‘지구 온난화’, 온난한 정도를 넘어 열대화되어가고 있는 사정을 반영하고, ‘기후 변화’라는 중립적 단어 대신에 기후 위기로 다시 명명해 경각심을 더했으면 한다. 환경과 관련된 적색 신호 지표들이 불과 몇 년 만에 가속화되어 급속도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 개정판에서는 그렇게 더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기적 같은 브레이크가 발동되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