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뭐가 묻었네요"
"아! 똥이예요"
"허걱"
(슥 닦으며) “괜찮아요, 애기 거라 안 더러워요”
개, 고양이 키우다 보면 똥, 오줌 만지기는 일도 아니어서 내겐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남들을 가끔 놀래키는 적이 있다. ^^; 그래도 이 쯤이야 그냥 털털한 거 아니냐고 나 자신을 다독이지만 가끔은 내가 생각해도 변태 같은 일이 생기고 만다.

 

 

 


변태1. 고양이 젖빨기


“선생님! 어미 젖이 안 나오는지 새끼들이 젖을 안 빨아요~”
“누구 하나가 빨기 시작해서 터져야 되는데…”
새끼 낳은 설탕이 젖이 안 나오는지 아가들이 배고프다고 난리기에 동물병원에 SOS를 쳤다. 돌아온 대답은 황당~. 이젠 내가 고양이 젖까지 빨아야 한다 말인가. 하지만 갓 낳은 새끼들을 굶겨 죽일 수는 없는 노릇! 나는 과감히 엎드려 설탕이의 젖을 빨기 시작했다.
아~ 그러나 볼펜심 만한 고양이 젖은 찾기도 힘들거니와 인간의 입으로 핀트 맞춰 빤다는 게 도저히 미션 임파서블! 나는 있는 대로 입술에 힘을 주어 닭똥꼬 모양으로 오므린 뒤 (이 표현도 너무 싫지만 딱 저랬다 ㅜ.ㅜ) 눈 못 뜬 새끼 고양이처럼 설탕이의 젖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그러나 입에 닿는 것은 쭈쭈가 아닌 털 뭉테기 뿐. 급기야는 설탕이도

“엄마 왜 이래. 징그러~ “하는 눈빛으로 도망가려고 바둥거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딸아 조그만 참아라, 이게 너 살고 새끼 사는 길이니라 -_-+ ”

그러기를 5분 여…한겨울인데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힘을 준 입술이 마비되기 일보직전이 됐을 때, 마침내 쪼꼬만 쭈쭈가 혀에 닿은 것이다. 그야말로 젖 먹던 힘을 다해 빨았더니 물총처럼 ‘쪽’ 젖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 감동…그러나 감동도 잠깐, 생각하니 고양이 젖은 8개가 아니란 말인가! 7개를 더 빨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다행히 흘러내린 젖 냄새를 맡고 새끼들이 가열차게 젖을 빨기 시작해 아가들은 배불리 맘마를 먹게 되었고 나는 또 다시 변태 짓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변태2. 고양이 똥꼬(?)의 냄새를 맡아라

- 우웨엑 울어대기
- 바바박 뒷발질 하기
- 떼굴떼굴 뒹굴기

모두 고양이 발정의 징후이다. 그러나 가짜 발정도 종종 오곤 해서 이것만 가지고는 확신할 수 없는데 이보다 확실한 증거가 있으니 바로 여자 고양이의 그 곳 (*y.y*) 에서 맑은 물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돋보기로 들여다 보듯 세심한 관찰이 아니면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사실. 때문에 코를 박고 살펴봐야 한다. 이 짓을 왜 하냐고?

발정이 나면 집안에 숫놈과 함부로 눈이 맞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봄만 되면 고양이 똥꼬에 코를 박고 물이 나오나, 안 나오나 수시로 검사를 한다. 뿐이랴. 화장실에 설사의 흔적이라도 발견될라치면, 누구 배가 아픈가, 누구 똥이 굳은가… 역시 고양이 똥꼬를 들춰보며 냄새를 맡고 다녀야 하는 것이다. 아~ 누가 알까. 회사에선 잘난 척하는 과장님이 집에선 고양이 꽁무니 냄새나 맡고 다니는 변태일 줄이야! ㅜ0ㅜ




마음 넓은 변태


개,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 세상에 더러운 것이 없어진다.
어떤 날은 세면대에 따끈한 똥 덩어리가, 어떤 날은 중요한 서류 위에 흥건한 오줌이 ,어떤 날은 하얀 옷에 선명한 개발자국이, 어떤 날은 새로 빤 이불에 무수한 개털이… 매일의 생활이 이렇다 보니 남들은 기함을 토할 일에도 웬만한 일에는 끄떡도 없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이 모든 더러움(?)들이 내가 사랑하는 고양이들의 영역표시오, 개들의 애정표시인 것을 알기에. 더러워도 뭐…같이 살려면 신경 꺼야지. 더러워도 더러운 줄 모르고, 괴상해도 괴상한 줄 모르는 마음 넓은 변태의 일기는 이렇게 끝~! ^^


























< 이거봐유, 아침에 깨문 어떤 날은 이뿐 발판에 저런 똥 덩이가 있대니께유 ^^;;;....>
  : 이것은 무단이가 설탕이를 견제하며 영역표시를 한 것이므로 종종 있는 일은 아닙니다 ^^;;
    그 전날 싸운 거지요. 하하하. 
    더구나 한쪽 접힌 거 보이시죠? 저게 나름대로 묻은 거랍니다. 흙 덮듯...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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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3-12-10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 키우기가 이렇게 힘든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일저지르고 고생시켜도 사랑스런 마음을 가지신다니..
타잔님은 변태가 맞아요..^^ 정상은 아닌듯..동물사랑이 정상인의 몇천배임...

가을산 2003-12-11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젖빨기는 아니었지만, 강아지를 구강대 구강 인공호흡 해준 적은 있습니다.
대학생때 생후 2개월 정도 된 강아지를 데려왔는데, 너무 예뻤는데, 몸이 약했나봐요.
털도 빠지고, 기운 없더니, 배가 빵빵해지는거에요. 동물병원에 데리구 갔더니, 가망 없다고 돈도 안받고 약만 처방해주더라구요. 집에 와서 약을 먹였는데, 조금 후부터는 갑자기 숨을 헐떡이는거에요. 흑흑... 그래서 급한 김에 입에다 대고 인공호흡을 해주었어요. 하지만 보람도 없이 죽어버렸답니다.
예쁘다는 생각에 너무 어린 강아지를 데려와서 고생만 시킨 것 같아 무척 미안했어요. ㅜㅡ

sooninara 2003-12-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너무 슬픈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