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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와 어린동생 ㅣ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5년 1월
평점 :
내 어린 시절, 동생은 나에게 두가지 의미가 있었다. 어느 날, '빽~' 울며 나타나 그동안 독차지해온 엄마, 아빠의 사랑을 빼앗아 가는 작은 악마 or 태엽을 감지 않아도 걷고, 말하고, 먹기까지 하는 작은 인형 그것! ^^;;; 이제 어른이 된 나, 동화 역시 나에게 두가지 종류가 있다. 책갈피를 여는 순간 환상의 나라로 나를 이끄는 신비한 이야기 혹은 잊혀졌던 유년의 기억을 새록새록 되새겨주는 빛바랜 일기장 같은 동화 그것! 이 책은 후자에 해당하는 책인데, 읽으며 20년 전의 나를 보는 듯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할머니가 자주 빗겨줬던 귀엣머리만 땋은 순이의 머리스타일이 그러하고, 먼지냄새, 햇볕냄새가 어우러져 콤콤한 어린아이 머릿결 그림이 그러하며, 별 거 아닌 걸로도 반나절을 놀곤 하던 나처럼 손수건에 공깃돌 갖고 노는 고사리 손이 그러한데다... 자다 깬 동생 얼굴, 언제라도 침을 흘릴 것 같이 헤~ 벌린 멍한 어린아이 표정 등 모든 것이 너무 사실적이다.
더구나, 애들이란 하나 밖에 생각을 못해서 너무 소중한 동생을 위해 기찻길을 그리면서도 그림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정작 소중한 동생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리는 순이의 순수함이 또한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엄마한테 혼날까 두려워서 반, 동생이 없어진데 대한 걱정 반으로 콩당콩당 가슴 뛰며 숨이 턱에 차도록 동생을 찾아다니던 일과 그런 언니의 감정 따윈 아랑곳 없이 동생 영이가 놀이터 모래밭에서 (애들은 왜 꼭 모래에서 놀까. 신발 속에 흙 들어가게 --. )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생긋 웃던 그래서 나를 조금 맥빠지게 했던 모습이 정말로 어린 시절, 내가 겪었던 그 날 그대로다. ^^
시간이 너무 지나 어린 날이 기억나지 않는 어른들이여,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타임머신을 타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의 첫장을 넘기라. '꺄아~' 아이들 소리 아련한 20년 전의 바로 그 놀이터,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