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너무 무거웠어요 문지아이들 45
아르노 그림, 뤼카 글, 최윤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동화라 하면 우리들은 대개 '해님,달님'같은 한국 전래동화나, 마법에 걸린 공주를 구하기 위해 백마탄 왕자가 나타나는 '무슨공주' 식 서양동화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린이는 동남아시아에도, 아프리카에도 있고 그들이 있는 곳엔 동화가 있기 마련. 때문에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이 그림 책을 만난 독자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면서도 서양동화 일색에서 홍일점을 차지한 동양 동화가 너무 기특했다. ^^;

알록달록한 옷감과 파인애플 나무가 어우러진 동남아시아(?)의 어느 마을. 순종적이고 착한 타라는 제 딴에는 엄마를 도와 일도 열심히 하고, 성심성의껏 남동생을 돌보지만 아직 어린 타라에겐 남동생이 너무 무겁기만 하다. 때문에 잠시 아기를 떨어뜨리게 되는데 이를 보고 할머니가 호통을 치는 바람에 집을 나가게 된다. 인형공방 할아버지와 전국을 돌아다니며 세상 구경, 인생공부를 마친 타라는 어느 날 소중한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가기를 결심하는데...

타라는 한국으로 치면 귀남이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후남이. 어느 날, 이런 남존여비의
가정을 등지고 세상 구경을 떠난 타라는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곧 가정 속에 순종하는
착한 여자가 되어 돌아오고 만다.^^;;; 이 점이 다소 과거지향적이긴 해도, 유치할 만큼
알록달록한 진짜 옷감의 무늬와 (이 동화의 모든 옷감은 콜라주로 되어있다) 고갱의 명화를 연상시키는 원색적 칼라, 인물의 까만 피부 등은 너무나 아름답다. 앞으로도 다양한 나라의 그림동화를 접할 수 있어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각 나라 어린이의 다채로운 이야기와 훈훈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PS. 하나 아쉬운 점은 동생을 버거워하는 어린이 내면에 눈을 돌리는가 싶다가 불현듯 마무리에선 타라가 가정에 안주하는 순종적 여성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거나(서양인에게 동양여성은 순종의 상징이다), 만화영화 '뮬란'처럼 쪽 찢어진 눈을 한 등장인물들을 보며(동양인이 동양인을 그리면 눈매가 찢어지지 않는다) 서양의 관점에서 본 동양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이것이 저만의 착각인지, 여러분도 한 번 봐주실래요?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