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하늘나라 - 꿈꾸는 나무 21
신시아 라일런트 글 그림, 고정아 옮김 / 삼성출판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애는 키우자고 조르는데 죽을까봐 못키우겠어요. 애가 얼마나 상처를 받겠어요'

개를 데리고 산보를 하다보면 아이와 함께 개를 좇아온 엄마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다. 개를 키우다 보면 평균 수명이 사람보다 짧아서 혹은 인간 위주로 되어 있는 세상 때문에 종종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물론 아이는 며칠 밤을 밥도 안 먹고 울기 마련이고... 어른도 아닌 아이가 슬픔에 잠겨 먹지도 자지도 않는 상황은 안 겪어본 사람은 얼마나 속상한지 모른다. 그러나 그 때문에 개를 못 키우는 것은 우리가 아이를 너무 몰라서일 터. 아이들은 생각보다 약하지 않다.

물론, 처음엔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시름에 잠긴다. 하지만 이는 사랑하던 가족을 잃어버리고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는 것 보다는 훨씬 더 따뜻한 아니 '당연한' 반응이 아닐까. 더구나 어른이 옆에서 부추기거나 꾸짖지만 않는다면 아이는 곧 혼자 슬픔을 이겨내는 법을 알게 된다. 그에 앞서 어느 새 성큼 자란 모습까지 보여주는데, 이불을 뒤집어 쓰고 징징 울기만 하던 아이의 방문이 어느 날 열리면서 '강아지는 하늘나라에 가서 사랑을 받을 거라는 둥' '내가 더 잘 보살폈어야 했다'는 둥 어른스런 말을 툭툭 내뱉어 식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경험을 여러번 겪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유달리 마음이 여려 슬퍼하는 아이가 있다면...이 책이 보약이다. ^^

이 책은 강아지가 죽은 뒤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며 슬픔에 잠긴 우리들을 위로해주기 때문. 그런데, 그 하늘나라의 모습이 '좋은 일 하면 천당가고, 나쁜 일 하면 지옥 가요'...식의 천편일률적인 교훈이 아니라 개들의 특성을 하나하나 이해하고, 진정 개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작가가 알고 있기에 더 따스하다. 이 책의 개들 아니, 진정 모든 개들은 하늘 나라에서 온갖 풍요로운 음식과 호화스런 생활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만, 왼종일 달릴 수 있는 들판과, 같이 놀고 싶은 어린이들(개들은 참 애를 좋아하죠 ^^; ), 그리고 몸을 동그랗게 옹송그리고 잘 수 있는 잠자리, 마지막에 가끔은 주인을 추억할 수 있는 조용한 시간만을 원할 뿐이니까.

때문인지, 책을 읽고 있다 보니 어른인 나마저도 뭔지 모를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마치 잘못을 고백한 후, 할머님이 '그래그래, 니 맘 다 알어..'해주시며 등을 토닥일 때의 가슴 뭉클함이랄까. 유치한 그림에, 아이들 책을 읽고 그런 경험을 하게 되다니 독자로선 실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애들 때는 물론이고, 어른이 되어서도 키우던 강아지나 고양이를 잃고 얼만큼은 서운함에 얼만큼은 미안함에 마음 한 켠에 늘 돌을 안고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런 모든 이들을 향해 하늘 나라에서 날아온 천사의 그림엽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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