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J.K.피터슨 지음, 박병철 옮김, Deborah Kogan Ray 그림 / 히말라야 / 1995년 10월
평점 :
절판


깃털없는 거위 보르카와 함께 장애우에의 편견을 없애주는 동화. 종종 백마디의 달콤한 말보다 진솔한 한마디가 더 감동적인 법이듯, 이 책은 화려한 수식어도 무릎을 치는 비유도 없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동생과의 평범한 날들을 덤덤히 적어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의 솔직한 눈은 동생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귀가 아닌 손으로, 또 다른 것으로 들을 줄 안다는 사실을 정확히 보아내고 있다. 그리고 또 그 자매는, 말은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쁘거나 슬플 때, 아니면 화가 났을 때 얼굴표정으로 또는 어개를 들썩이며 누구보다 훌륭하게 많은 것들을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내용만큼 잔잔하고 심플하면서도 사실적인 삽화는 마치 소리가 잘 안 들리면 얼핏 무덤덤해 보이나 그렇기에 더 사소한 부분까지 느낄 수 있듯 비범함 속의 세심함을 살리고 있다. 지금, 창 밖에는 비가 온다. 귀로 들리는 빗소리도 아름답지만 소리 없이도 손바닥 끝,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끼는 것 또한 얼마나 낭만적인 삶이란 말인가. 우리 모두에게는 여동생이 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빗소리를 들을 줄 아는 여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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