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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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과 혼란에 대한 성장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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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표지에 끌릴 법한 책,

이 소설이 당신에게 가닿았다면 어쩌면 이것은책이 당신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리뷰를 읽는 당신께 감히 말할 수 있다, 나와 당신은 이어져 있다고.

그러므로 나는 당신에게 너무 많은 스포일러를 주고 싶진 않다.

그렇지만 나의 이 감동을 서툴게나마 써보고 싶었다.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하기 때문에 나부터 이런 '소리'로 당신에게 노크하는 것.^^

이 소설을 만났을 때 ‘우주를 듣는 소년’이라는 제목을 보고 천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다.

표지도 sf느낌이 물씬했고,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에 이야기가 가득할 거란 기대를 했다.

한 아이가 책등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더욱.

하지만 이 책은 우주에 대한 공상sf 소설은 아니니 안심하도록.

이 책의 저자 루스 오제키는 영화제작자이기도 한 미국계 캐나다인 작가다.

뭔가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이름에서도 느껴지지만 일본인의 피가 흐르는 동양인이다.

그런데 선불교 사제라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n잡러에게서(ㅋ)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가 되었다.

“그날 이후, 모든 것들이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

사물의 이야기를 듣는 소년과 말하는 책의 마법 같은 대화

재즈 밴드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켄지 오,

그는 예술가답고 자유롭고 만물을 폭넓게 사랑하고담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문제는 그가 마약에도 너그러웠다는 점이다.

아니 술을 마시고도 바로 집에 가지 않은 게 문제일까.

아니면 술에 취해 약에 손을 댔다는 게, 혹은 그렇게 취한 상태로 도로에 누워 버렸다는 게?

어쨌거나 이 한 남자의 죽음은

남겨진 가족에게 큰 변화를 가져 온다.

사랑하는 아내 애너벨,

그리고 그들이 만난 우주이자 ‘꿈의 아기’(였던) 베니에게.

베니는 아빠의 장례식 날 아주 작은 소리를 우연히 듣는다.

잠깐 들리다가 사라진 아빠의 목소리는 큰 문제는 없었다.

죽음을 마주하는 아들이자 소년의 애도였나보다 다들 생각했다.

몇 개월이 지난 후부터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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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에는 책의 목소리와 베니의 시선이 함께 존재한다.

독특한 구성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누구의 '목소리'인지 방향을 잃기 쉽다.

그와 동시에 이 책에 한번 빠지면 쉽게 놓지 못할 매력이기도 하지만.

주인공 못지 않게 서서히 변화를 겪고 있는 애너벨이 있다.

직업에서부터 시작된 쌓는 버릇은 남편이 떠난 후

물건에 감정과 추억을 담아 집착하는 형태로 드러난다.

마이클스는 그저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가능성’을 팔았다. 그녀는 쇼핑카트를 잡고(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일종의 의식이었다) 종이공예와 스크랩북 만들기 코너를 향해 끌고 갔다. p.80

물건은 효용가치를 가진 물체가 아닌 ‘좋은 기억’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매개로 등장한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가 '작으니까', 하면서 기분 전환을 위해 사들인 자잘한 소품들이 떠올랐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책-<정리의 마법>을 함께 만나면서

실제 유명한 일본저자가 쓴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과 방송들이 떠올랐다.

(여기 <정리의 마법>에는 선불교의 스님이 저자로 등장한다.^^)

쌓아놓은 물건을 치우는 일이 왜 애너벨에게 힘든 일인지 공감하면서도

왠지모르게 슬펐고 답답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독자들은 우리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 우리의 협력자이자 공모자다. 그리고 모든 독자는 고유하기 때문에, 지면에 뭐라고 쓰여 있건 당신들은 각자 우리가 다른 의미를 갖도록 만든다. 그래서 똑 같은 책도 서로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읽힐 때 전혀 다른 책이 되고, 파도처럼 인간의 의식을 관통해 흐르는, 끊임없이 변하는 책들의 집합체가 된다. P.619~620

사물들의 소리를 듣기 시작한 베니는 도서관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시들어 가는 상추의 하소연에서, 새가 부딪혀 죽어버리자 슬퍼하는 유리창에서,

때로는 선생님을 찌르라고 빈정거리며 놀려대는 교실의 가위에서

알고 싶지 않은 소리들을 듣지만 도서관에서만큼은 조용한 상태를 즐길 수 있으므로.

(물론 소아정신과 병동의 박사는 베니가 가는 어느 곳이건 안전하지 않다고 말할 기세지만. )

그리고 거기서 책 속의 메모로 지령(?)을 만나고 B맨과 알레프와 친구가 된다.

책은 어디에선가 시작해야 한다. 용감한 한 글자가 자진해서 신념에 찬 행동으로 앞장서 모험을 감행해야만 하고, 거기서 하나의 단어가 탄생하여 문장을 이끌고 뒤따른다. 그것이 쌓여서 한 단락, 그리고 곧 한 페이지가 되고, 이제 곧 책이 목소리를 찾으며 스스로 탄생하게 된다.

책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고, 이 책은 여기서 시작한다. P.11

이 소설 속 책은 독자와 만나는 순간을 새롭고 달리 변하는 시간이라 표현했다.

공감한다.

내가 읽은 A란 책은 L이 만나면 감동적인 이야기가 되고,

K에게선 지긋지긋한 훈계가 되기도 하니까.

요즘 독서모임을 하면서 한 권의 책을

폭넓고 깊게 읽는 경험을 하고 있는 터라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리뷰를 쓰면서 당신의 독서에 대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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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사춘기를 겪어가는 소년의 성장소설이지만,

한 여자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큰 어려움을 겪은 한 가족의 외상후 스트레스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감히 추천할 수 있다.

누구나 성장을, 변화를, 그리고 치유를 원하니까.

당신에게 이 소설이 어떻게 읽히는지 궁금하다.

나에게도 이야기해 줄 있을까?

- 당신과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이렇게 깨닫게 되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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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이 정리하지만 다시 한번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책을 재미나게 읽을 질문거리들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우선 우리 세 아이들 아침부터 챙기고.^^;;;

우주를 듣는 소년
우주를 듣는 소년
저자
루스 오제키
출판
인플루엔셜
발매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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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지 않고 쥐는 법 - 삶이 쉬워지는 힘 빼기의 기술
고상근.반지현 지음 / 샨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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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쿵푸팬더를 두고 철학 이론을 되새김질한 적이 있다.
첫 화두는 이것이었다, 대사부가 등장할 때 방 안 가득한 촛불을 끈 건 누구입니까.

방 안에 가득한 촛불을 두고 대사부인 우그웨이가 느릿느릿 힘없이 헤매고 있으면 그의 제자인 시푸가 다가온다. 스승의 의미없는 몸짓을 보더니 자신의 장풍(?)으로 촛불들을 쓸어내듯 모조리 꺼버린다.

누가 보아도 시푸가 끈 촛불이 분명한데 이런 질문을 던진 걸 보면 답은 우그웨이가 끈 거겠네? 이유는 당장에 몰라도.(답은 위의 포스팅 참고)

처음에 이 책을 만났을 때 쿵푸팬더가 떠올랐다.
'촛불을 끄지 않았으나 끈 사람'이나 '쥐지 않고 쥐는 법'이나 비슷한 흐름 같았으니까. 그리고 성장에 관한, 철학으로의 접근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


그.런.데.

읽으면서 울 뻔 했다.

이야기 속 영감님이 '깨어나세요'할 때마다 책 속의 '나'가 겪는 의문들이나 혼란스러움을 고스란히 겪었다.
꾸준한 명상으로 여러 진리를 탐독하듯 배우며 뭘 좀 알아간다 느끼는 단계여서 더욱 더 배신이 컸다.

검지를 눈 앞에 놓고 검지만 보는 게 아니라 검지와 그 배경 모두를 보라 하니.^^:;; 주의력 분산이자 크게 전체를 보는 #깨어있음 이라나.



취업이 되지 않아 억울하던 나는 또 공공제약 신입사원이 되지 못했다. 같이 스터디 하던 친구는 내 덕에 편히 준비하고 떡하니 붙기까지 했는데 고마워하기는 커녕 내 앞에서 은근 자랑질이다.
으으! 열받아! 술이나 마시자고 간 거기에서 웬 영감님 하나가 자꾸 깨어나라 하는데. 저기요 영감님 조용히 좀 하시죠.전 안자고 깨어있는 거 안보여요?
스트레스를 받는 내게 잘 나가는 회사원이자 취업 멘토였던 선배가 내게 명함 하나를 건네는데 #마인드리더쉽 ???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인데 마인드리더로서 뭐라도 준비해야 해???


구직희망자 청년백수= 회사원 신입이= 가족(아빠와의) 갈등러=영감님의 수제자=성장하는 나
모두가 같은 사람이자 나와 비슷한 문제를 가진 주인공인데 성장하는 '나'와 달리 나는 왜 겨우 찾은 평정심이 흔들리는 기분이지??

[마음속에 고통이 있을 때면 기억하게. 현재에는 고통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럴 때는 생각과 느낌을 내려놓고 현재로 오게.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탈 때의 그 기분을 기억하게나]

읽기 편한 문체이자 유행같은 표현(치트키, 마라맛 등) 등을 써서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일상처럼 와닿게 해놓은 마인드풀 #마음챙김 계열의 책이라 감사하다.

실제 저자인 #고상근작가 님도 책속 영감님의 모델인 듯 #마인드리더십 프로그램을 널리 알리며 #깨어있음 전도사시다. 20대초반부터 명상을 시작으로 다양한 공부를 해온 노후(?)의 결정체가 이 책 아닐까.(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이자 서울대 리더십 개발부장으로도 활동하신 이력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전에도 얘기했듯이 인간은 본디 생각하고 느끼는 존재라네. 내려놓으라는 것은 '생각하지 말고 느끼지 말라'는 뜻이 아닐세. 생각과 느낌을 없애버리라는 말이 아니란 거지. 없애버릴 수도 없고 말이야]

마음을 알아보고 몸과 생각을 다스린다는 건 #개발 #출시완료 같은 제품이 아니다. 늘 알아채야 하는 살아있는 존재. 아마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겪은 혼란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이미 도달했어, 난 이제 그건 신경 안써도 돼.' 같은 나의 부족함을 오만함을 너무 분명히 깨달았다. 그래서 책읽기가 아니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 슬픈 거였을 것이다.

적어도 이 책을 곁에 두는 것만으로 아니 일상을 살며 책장에 꽂힌 책등을 힐끗 보는 것만으로 #깨어나세요 하는 영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참 좋은 각성, 좋은 존재감이 되어 줄 듯.


다시 명상을,마음챙김을 놓지 말아야겠다. 늘 깨어서 내 몸과 마음과 생각을 수련해야지.
나와 연이 닿은 이 책은 #내책장의멘토 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느낌 그대로 서평을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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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의 기술 - 원하는 것을 쥐지 않고 쥐는 법
고상근.반지현 지음 / 샨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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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당김과 시크릿 모두를 공부하듯 연습하며 과한 긴장은 힘들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나니 확실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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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스노볼 1~2 (양장) - 전2권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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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초밤, 이 소설의 화자이다.

초밤이 뭐지? 이름이 초밤?

초밤의 할머니가 치매를 앓느라

자신의 친손녀를 채널 60의 고해리로 헷갈리고

초밤을 온기의 여자친구로 오해할 만큼

초밤과 해리가 닮았다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초밤과 쌍둥이 오빠 전온기.

그들은 이제 고작 열여섯이지만 엄청난 추위 속에서도

일을 하러 혹독한 바람을 이겨내며 길을 나서야 한다.

차가운 영하 41도의 날씨에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

초밤을 비롯한 그 대다수의 사람들은

스노볼 안에 살고 있는 액터들의 리얼리티 삶을

지켜보고 동경한다.

추위 속에서

오래고 긴긴 밤 할 것이 없으니

도수 높은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탐닉한다는 러시아 사람들처럼

그들은 스노볼 사람들의 일상을 티비로 보는 것을 즐기는 걸까.

© voiqu, 출처 Unsplash

거기엔 따사로운 날씨와

형형색색 보드라운 옷들과 가구들,

여유 있는 성격을 가진 자유로운 액터들의 삶이 펄쳐져 있고

이 눈과 추위 그리고 노동의 결과로 얻어내는

과일 8분의 1조각 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액터를 꿈꾸지만

초밤은 스노볼 아액터들의 리얼리티 드라마를 총괄하는

디렉터가 되고 싶다.

전설의 디렉터 차설을 만날 때까진

꼭 디렉터로 스노볼에 입성하리라 믿었고 간절히 바랬다.

#미래사회 #SF #블록버스터 #K영어덜트 #창비

© kotliarenko, 출처 Unsplash

영어덜트 소설은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풋풋한 청소년의 성장 이야기가 담긴 게 전부가 아니라

이젠 #헝거게임 #설국열차 #트루먼쇼 모두를 연상시기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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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그런데 뭔가 이상한 조건이 걸려 있다면

당신은 가족 모두를 버리고 갈 수 있을까?

초밤이 겪는 이 특별한 선택의 기회

놀라운 세상으로의 시작이자

거대한 미스테리와 음모를 찾아가는 시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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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스노볼
저자
박소영
출판
창비
발매
2021.12.03.

1권까지 달려오면서

이 미스테리가 이리 결론나면

어찌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2권으로 넘어가면서 또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스노볼
스노볼
저자
박소영
출판
창비
발매
2021.12.03.

금방 끝날까봐

걱정했던 건 괜한 기우.

당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자극하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세계관이 어디까지인지

끊임없이 묻는 이야기이자

리얼리티 쇼를 살아내는 사람과 지켜보는 사람들의

믿음과 갈등을 담아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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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덜트 장르라고 무시하지 마시라는

저 당당한 쉿!을 주목하세요.

크리스마스의 따스한 온기가

겨울 다운 추위가

모두 감사하게 느껴질 이야기

우리 만나 볼까요??

#창비소설Y클럽

소설Y 클럽 2기 자격으로 대본집 형태의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linesoft_01-2

감사합니다

#스노볼 #박소영 #창비 #소설y #소설y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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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글쓰기 수업 -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잭 하트 지음, 정세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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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언론인을 위한 퓰리처상, 그 특별함은 어디에?

퓰리처상을 아는가? 언론인을 위한 상이라는 건 상식으로 알고 있으리라.

그러면 우리가 매일 보는 신문이나 뉴스에 등장하는 기자들, 그런 기자들이 기사로 상을 받는다는 건 와닿는가?

퓰리처상 수상 사진,이라는 걸 떠올리면

전쟁과 가난에 몰린 마르고 덩치 작은 어린 아이 곁에

매서운 눈으로 먹잇감 바라보듯 하는 맹금류의 사진 같은 걸 떠올리긴 쉬운데…

‘사실 전달뿐인 기사로 어떻게

좋고 나쁨을, 우수하고 열등함을 구분한단 말이야?’

묘하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가.

같은 화재사고를 두고도 육하원칙에 운운해서 사실을 전달하는 기사도 있을 테지만,

읽으면서 일분일초가 눈앞에서 그려지고

어떻게 진행이 될지 몰입하게 되는 기사도 있지 않을까?

분명 있다.

퓰리처상 받는 기사들은 그런 ‘스토리텔링 기법’에 뛰어난 기사들일 것이다.

나는 이 책 퓰리처 글쓰기 수업을 읽으며 그런 기자들을 수십 명은 만난 것 같다.



477페이지 짜리 책일 뿐인데 나는 왜 이 책을 다 읽지 못하고 있지?

일반 교양서 치고는 좀 두꺼운 편이기도 하지만

빨리 책을 읽는 편인 내가 왜 이 책을 안고 끙끙거리고 있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자가 소개하는 좋은 기법의 기사들을,

그런 기자들의 원문을 혹은 저자가 비유나 예시로 들어준 책 또는 팟캐스트 내용을

알고 싶어서 수시로 검색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걸 알았다.

메리 로치가 어떤 글쓰기를 해왔던 건지

도너 파티라는 비유에 쓰인 그 충격적인(p.129 각주 참고) 사건은 전말은 무엇인지,

제임스 호파 사건이 왜 여기서 등장하는 건지 그 호파가 전에 봤던 영화 <아이리쉬맨> 속의 누구였다고?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다 선생님이고 교재 같아서 나는 천천히 따라가는 느림보 학생이 되어 있었다.

글쓰기에 있어서만큼은 진심인 죄였다.

이 책의 저자 잭 하트Jack Hart는

퓰리처상 심사위원이자

17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잡지오레고니언에서 25년간 편집장을 맡은 사람이다.

글쓰기 코치로도 유능해서 퓰리처상 수상자나 전미 장편 작가상 수상자들을 양성하였다고 한다.

이런 뛰어난 선생님을 만났으니 어찌 욕심이 나지 않으랴.

'디테일한 예시에 흔들리지 않고 전체를 훑어보자!'

천천히 따라가다간 이 월드클래스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를 수 없을 것 같아

다시 목차를 보면서 필요한 부분이나 알고 싶은 부분 위주로 다시 진도를 나갔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언제까지 다 받아적을 거냔 말이지.

어차피 이 책이 있는데 말야.

이제껏 글을 읽을 땐

시점과 화자의 어조에만 몰입해서

그 분위기 파악 위주로 소설을 접했었는데

요즘은 작가가 왜 그 '스탠스'를 택했을까

그로 인해 얻는 효과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종류의 글이건

독자들을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하려면 필요했다,

바로 그 스탠스!!

저자가 말하는 저널리즘은

구성과 스타일을 살린 '내러티브 논픽션Narrative Nonfiction'이기 때문에 육하원칙 운운하는 밋밋한 기사와는 차이가 있고

때문에 어떤 종류의 글쓰기라도 '좋은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충분히 배울 만한 방법들이다.

일종의 #찐스토리텔러 #이야깃꾼 강의라는 것!!!





물론 취재를 위한 기본자세나

기자가 가져야 할,

사실에 근거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윤리의식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해준다.

있는 사실을 살짝 바꿔

더 맛깔나는 이야기로 바꾸고 싶더라도

우리가 유혹에 쉽게 넘어가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일깨워주신다.


감히 저자를 내 선생님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선생님께 감사하다 말하고 싶다.

좋은 스토리텔링에 대해

그 문학적인 요소들의 핵심에 대해

잇지 않도록 하나씩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꼭꼭 잊지 않을 겁니다,

훌륭한 이야기꾼이 될 수 있을 제 자세를 응원해주셔서요.♡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는 데 필요한 자격은 그 기술을 터득하려는 굳은 의지뿐이다.(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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