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 글쓰기 수업 -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잭 하트 지음, 정세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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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언론인을 위한 퓰리처상, 그 특별함은 어디에?

퓰리처상을 아는가? 언론인을 위한 상이라는 건 상식으로 알고 있으리라.

그러면 우리가 매일 보는 신문이나 뉴스에 등장하는 기자들, 그런 기자들이 기사로 상을 받는다는 건 와닿는가?

퓰리처상 수상 사진,이라는 걸 떠올리면

전쟁과 가난에 몰린 마르고 덩치 작은 어린 아이 곁에

매서운 눈으로 먹잇감 바라보듯 하는 맹금류의 사진 같은 걸 떠올리긴 쉬운데…

‘사실 전달뿐인 기사로 어떻게

좋고 나쁨을, 우수하고 열등함을 구분한단 말이야?’

묘하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가.

같은 화재사고를 두고도 육하원칙에 운운해서 사실을 전달하는 기사도 있을 테지만,

읽으면서 일분일초가 눈앞에서 그려지고

어떻게 진행이 될지 몰입하게 되는 기사도 있지 않을까?

분명 있다.

퓰리처상 받는 기사들은 그런 ‘스토리텔링 기법’에 뛰어난 기사들일 것이다.

나는 이 책 퓰리처 글쓰기 수업을 읽으며 그런 기자들을 수십 명은 만난 것 같다.



477페이지 짜리 책일 뿐인데 나는 왜 이 책을 다 읽지 못하고 있지?

일반 교양서 치고는 좀 두꺼운 편이기도 하지만

빨리 책을 읽는 편인 내가 왜 이 책을 안고 끙끙거리고 있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자가 소개하는 좋은 기법의 기사들을,

그런 기자들의 원문을 혹은 저자가 비유나 예시로 들어준 책 또는 팟캐스트 내용을

알고 싶어서 수시로 검색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걸 알았다.

메리 로치가 어떤 글쓰기를 해왔던 건지

도너 파티라는 비유에 쓰인 그 충격적인(p.129 각주 참고) 사건은 전말은 무엇인지,

제임스 호파 사건이 왜 여기서 등장하는 건지 그 호파가 전에 봤던 영화 <아이리쉬맨> 속의 누구였다고?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다 선생님이고 교재 같아서 나는 천천히 따라가는 느림보 학생이 되어 있었다.

글쓰기에 있어서만큼은 진심인 죄였다.

이 책의 저자 잭 하트Jack Hart는

퓰리처상 심사위원이자

17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잡지오레고니언에서 25년간 편집장을 맡은 사람이다.

글쓰기 코치로도 유능해서 퓰리처상 수상자나 전미 장편 작가상 수상자들을 양성하였다고 한다.

이런 뛰어난 선생님을 만났으니 어찌 욕심이 나지 않으랴.

'디테일한 예시에 흔들리지 않고 전체를 훑어보자!'

천천히 따라가다간 이 월드클래스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를 수 없을 것 같아

다시 목차를 보면서 필요한 부분이나 알고 싶은 부분 위주로 다시 진도를 나갔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언제까지 다 받아적을 거냔 말이지.

어차피 이 책이 있는데 말야.

이제껏 글을 읽을 땐

시점과 화자의 어조에만 몰입해서

그 분위기 파악 위주로 소설을 접했었는데

요즘은 작가가 왜 그 '스탠스'를 택했을까

그로 인해 얻는 효과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종류의 글이건

독자들을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하려면 필요했다,

바로 그 스탠스!!

저자가 말하는 저널리즘은

구성과 스타일을 살린 '내러티브 논픽션Narrative Nonfiction'이기 때문에 육하원칙 운운하는 밋밋한 기사와는 차이가 있고

때문에 어떤 종류의 글쓰기라도 '좋은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충분히 배울 만한 방법들이다.

일종의 #찐스토리텔러 #이야깃꾼 강의라는 것!!!





물론 취재를 위한 기본자세나

기자가 가져야 할,

사실에 근거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윤리의식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해준다.

있는 사실을 살짝 바꿔

더 맛깔나는 이야기로 바꾸고 싶더라도

우리가 유혹에 쉽게 넘어가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일깨워주신다.


감히 저자를 내 선생님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선생님께 감사하다 말하고 싶다.

좋은 스토리텔링에 대해

그 문학적인 요소들의 핵심에 대해

잇지 않도록 하나씩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꼭꼭 잊지 않을 겁니다,

훌륭한 이야기꾼이 될 수 있을 제 자세를 응원해주셔서요.♡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는 데 필요한 자격은 그 기술을 터득하려는 굳은 의지뿐이다.(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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