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처, 영화로 힐링하기
이병욱 지음 / 소울메이트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힐링'이라는 단어를 보고 선택해본 책.

아무래도 치유의 과정에 관심이 가서 고른 책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지으신 책이니

어쩌면 마음 속의 상처를 힐링할 수 있게 도와주려니 하고.


그.러.나.

'영화로 힐링하기'의 '영화'가 문제였다.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다 보니까 

전문의로서의 소견이나 도움말 보다는

영화속의 캐릭터 분석과 그에 해당하는 문제(=증세)의 안내가 간략하게 나와 있다.



힐링과 치유, 나를 도와주는 책...으로 골랐다가 낭패를 본 경우.

아마 

1. 어떤 영화를 봤는데 주인공의 상태가 비정상적으로 보여서 궁금한 경우,

2.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경우들을 구분해보고 싶은데 감이 잘 안잡히는 경우,

3. 편집증이나 히스테리 혹은 그외의 여러가지 정신적인 문제들이 어떤 스펙트럼(?)을 가지고 영화속에서 다루어지는지 다양한 케이스를 알고 싶은 경우

이 책을 선택한다면 10점 만점에 10점짜리 선택일 듯.


치유에 관심을 두었던 내게  

'어떤 영화는 ***의 증세를 이러이러하게 보여주었고

치유의 과정을 &&&하게 풀어갔는데 그건 실제와 차이가 있다

(, 혹은 바람직하다)'.....정도의 코멘트만 해주고 있는 저자가 

괜히 야속해 보이기까지 했다. ㅎㅎㅎ



하지만 구성도 탄탄하고 영화 이야기도 많이 실려 있는 좋은 책.

제목이 애매모호해서 판단 미스를 일으키기 좋은 책이기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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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감각 기르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거침없는 대화 지식여행자 1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옥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러시아어 통역가, 낯설다.

새로 산 셔츠가 피부에 닿으며 바짝 선 깃과 결로 나를 긴장시킬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할까.

러시아에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었고 일본작가의 정신세계는 요시모토 바나나 언니님 이후로 버겁다며 고이 접어두었던 내게 요네하라 마리는 날이 선 셔츠같았다. 뭐부터 어떻게 다가가야 내 것인양 익숙해지지?

 

『언어 감각 기르기』는 마리가 일본의 저명인사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글로 펴낸 책이다.

모국어와 외국어를 통역하는(혹은 번역하는) 작업이 어떠한 것인지 인터뷰 사이사이에 엿보인다.

어설픈 솜씨로 지어진 연설문을 들으며 세련된 언어로 바꾸어 말해야 할지 원문 그대로 조악한 문장으로 내보내야 할지,

이어폰을 꼽고 발을 진땀을 빼고 있는 가상의 여인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물론 그 자리엔 이탈리아어 통역가도 있어줘야 한다, 망사 스타킹을 신은 고운 차림의.

(이탈리아어의 통역사가 저런 차림만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방식의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어 통역가로 활동중인 '다마루‘와의 대화가 여러 번 실려 있는데 정말 재미있다.)

p.208

그러고 보니 이탈리아인이 쓴 이런 내용의 러브레터가 생각나네요.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내 보석 마리아 씨. 당신의 눈동자가 저를 응시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알프스를 맨발로 넘는 것도 불사하겠습니다. 당신의 부드러운 팔에 안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깊은 바다도 헤엄쳐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사랑스러운 마리아에게. 피에로"라고 쓴 다음에, "P.S. 다음 토요일, 만약 비가 안 오면 만나러 가겠습니다." 이게 바로 이탈리아 사람이죠.(웃음) 정말로 절반도 믿어서는 안 된다니까요. 그까짓 비가 뭐라고.

 

일본에서만 자란 일본인이 아니라

체코에서 어린 시절을 살았다가 일본에서 자리를 잡은 일본인으로서 마리씨는,

일본인의 문화나 언어 곳곳에 묻어나는 ‘익숙함’에 대해 객관적으로 다시 접근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덕분에 일본 혹은 러시아 문화권에 대해 다면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p.44

그때까지 나는 열등감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가진 적도 없어. 그러고 보면 소비에트 학교의 친구들에게 열등감이라는 감정, 그리고 사람의 재능이나 능력에 대한 질투나 시기 같은 감정이 없었잖아. 뛰어난 재능을 친구에게서 발견하면, 자기 일인 양 기뻐했지.

 

가까운 일본이어서 그리고 그 언젠가 같은 문화권에 놓일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이어서 일본과 우리는 비슷한 흐름이 많다.

가령 ○×식이나 선택형의 시험.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게 접해온 시험방식인데 다른 나라에서의 평가와 비교하면 삭막하기도 하다.

왜 한번도 ‘왜 꼭 이런 형식만 있어야 할까?’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지 못했을까 생각했다.

아니 중학생때에 마리씨와 비슷한 의문을 가져본 적은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선생님께 따’지지 않은 것만 차이가 있다할까.

(마리씨, 화끈하게 선생님께 따져보기도 했단다. 참 근사하다.)

p.44~45

나는 참을 수가 없어 선생님에게 따졌어.(웃음) 예를 들어 역사의 경우 소비에트 학교에서라면 “인더스 강이 인도의 농업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혹은 “인도의 자연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서”같은 문제가 나와, 책을 읽거나 어른에게 묻거나 스스로 어떻게든 조사해서 친구들 앞에서 발표해서 평가를 받잖아. 암기하더라도 전체적인 문맥 속에서 의미를 갖는 것이지 토막 내고 잘라내버리면 무의미하다고 하면서, 이런 식의 공부 방법도 평가 방법도 잘못된 거라고 항의했지. 그랬더니 선생님이 “마리야, 한 반에 50명이나 있기 때문에 도저히 그런 식으로는 할 수가 없단다. 게다가 그런 방식으로는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해”라고 하셨지. 하지만 객관적인 평가는 어차피 불가능한 법이니까, 그건 단순히 평가하는 사람의 책임 회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일본 사회에 영원히 적응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요네하라 마리가 세상을 떠난 해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마리씨의 책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도 많을 것이고 접하지 못한 마리씨의 에세이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언어 감각 기르기’는

통역을 준비하면서 꼼꼼하게 많은 것들을 연구하던 그녀가

그만큼 폭넓은 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기 때문에 가능했던 건 아닐까.

세상을 넓고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내 생각과 같았지만

그녀는 ‘러시아어’를 통한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나는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그녀처럼 본질을 바로 보면서 즐거운 대화를 많은 사람들과 이어가기 위해선

내 시선이 더 깊고 넓어져야 하지 않을까.

이미 세상을 떠나 없는 마리씨가 안타깝다.

더 좋은 시선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많은 것들에 대해 한마디 더 하셨어야 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친근했다고, 벌써 마리씨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

하긴, 빳빳하고 차가운 셔츠도 조금 지나면 내 체온으로 따스하게 와닿잖아.

 

 

 

나 같은 경우, 태어나서 사춘기가 오기까지 어린 시절에 습득한(?) 것은 서울의 언어요 문화였다.

그런데 지금은 부산에 산다.

사투리나 영남 지역에 독특하게 존재하는 풍습(?)같은 것들이 새롭게 와닿을 때가 많다.

덕분에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사실에 신나기도 하지만 문제는 너무 신나하다가 이상한 핀잔을 듣기도 한다는 점.

또 전라도 사투리, 충청도 사투리 등 너무 많은 언어에 노출되어 있어서 내 촉수(!)가 피곤할 때가 많다는 점.

감각기의 성능과 용량을 높여야겠다.

마리씨는 낯설었던 일본에서 어떻게 잘 적응했던 걸까. 더 많은 책으로 만나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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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독서 리스트

 

 

책 제목 저자 출판사
1 셜록홈즈 주홍색 연구 아서 코난 도일 펭귄클래식
2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마음의 숲
3 여울물소리 황석영 자음과 모음
4 보이지 않는 고릴라 크로스토퍼 차브리스 김영사
5 배우수업 스타니스랍스키 예니
6 사랑이 채우다 심윤경 문학동네
7 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문학동네
8 호두껍질 속의 우주 스티븐 호킹 까치
9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스님 쌤앤파커스
10 시간을 파는 상점 김선영 자음과 모음
11 원더보이 김연수 문학동네
12 찰리가 온 첫날 밤 그림:헬린 옥슨버리 시공주니어
13 황금 물고기 르 클레지오 문학동네
14 책 청소부 소소 노인경 글/그림 문학동네
15 빚걱정 없는 결혼준비 박상훈 서로가꿈
16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문학동네
17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스 이덴슬리벨
18 동화를 어떻게 쓸 것인가 이오덕 삼인
19 얼룩의 탄생 김선재 문학과지성사
20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민음사
21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2011 열린책들 편집부 열린책들
22 그래, 책이야 레인 스미스 문학동네
23 언젠가 너도 피터 레이놀즈 문학동네
24 피터 레이놀즈 문학동네
25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이봄
26 숙향전·숙영낭자전 이상구 옮김 문학동네
27 1001개의 거짓말 라픽 샤미 문학동네
28 자연의 이야기들 쥘 르나르 문학동네
29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이봄
30 매력자본 캐서린 하킴 민음사
31 문명의 배꼽, 그리스 박경철 리더스북
32 이젠,다르게 살아야 한다 이시형 이지북
33 과학이 나를 부른다 강신주 외 사이언스북스
34 작가수업 도러시아 브랜디 공존
35 작가-작가가되는길작가로사는길 박상우 시작
36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 미레이유 쥴리아노 물푸레
37 내성적인 사람이… 은근한 매력 로리 헬고 흐름출판
38 프렌치 스타일 미레이유 쥴리아노 마음산책
39 여성, 그 기분 좋고 살아있는 느낌 데브라 올리비에 솟을북
40 옷 이야기 김은정 이봄
41 바오솔 다이어트 오영주 리스컴
42 프렌치시크 권희경 북웨이
43 수학 먹는 달팽이 아르망 에르스코비치 까치
44 수학의 사생활 조지 G. 슈피로 까치
45 퀘럼이랑 집에서 쉽게 허브 키우기 오하나 서교출판사
46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67가지 김소영 소울메이트
47 식물은 알고 있다 대니얼 샤모비츠 다른
48 유물로 보는 새로운 역사 오명숙 아이앤북
49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 이충렬 김영사
50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통한국사1 김상훈 다산에듀
51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통한국사2 김상훈 다산에듀
52 평온한 죽음 나가오 카즈히로 한문화
53 내 몸에 좋은 야채와 과일 즙 노만 워커 새로운 사람들
54 먼나라 이웃나라-9-한국 이원복 김영사
55 먼나라 이웃나라-15-에스파냐 이원복 김영사
56 내 몸을 살리는 녹색에너지 푸성귀 빅토리아 부텡코 아카데미북
57 생명을 살리는 생채식 건강법 코오다 미츠오 일송미디어
58 내 몸 내가 고치는 기적의 밥상 조엘 펄먼 북섬
59 괴물이 된 그림 이연식 은행나무
60 하루 한끼 채식 도시락 김선희 미디어윌
61 간헐적 단식, 몸찬 패스트처럼 조경국 위즈덤하우스
62 로푸드 레시피 전주리 중앙북스
63 내 인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빌 필립스 전나무숲
64 음식중독 케이 쉐퍼드 사이몬북스
65 결심의 재발견 피어스 스틸 민음사
66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 신동준 위즈덤하우스
67 설계된 망각 탈리 샤롯 리더스북
68 꾸뻬 씨의 행복여행 프랑수와 를로르/오유란 오래된미래
69 중력의 법칙 장 퇼레 열림원
70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문학동네
71 언어 감각 기르기 요네하라 마리 마음산책
72 몽테스팡 수난기 장 퇼레 열림원
73 달려라 토끼 존 업다이크 문학동네
74 그림으로 풀어쓴 황제내경 지토 편집부 김영사
75 나의 운을 바꾸는 얼굴 마사지와 메이크업 임한석 황세란 그린홈
76 차가운 잠 이근화 문학과지성사
77 경락경혈 십사경 주준채 청홍
78 마음의 상처, 영화로 힐링하기 이병욱 소울메이트
79 몸,한의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안세영, 조정래 와이겔리
80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신경숙 문학동네
81 시너지스트 레스 맥케온 21세기북스
82 뇌는 왜 내 편이 아닌가 이케가야 유지 위즈덤하우스
83 승부의 세계 포 브론슨,애쉴리 메리먼 물푸레
84 몰입의 기술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더불어책
85 죽어가는 뇌를 자극하라 오시마 기요시 평단
86 기억의 법칙 25가지 도미니크 오브라이언 들녘미디어
87 검은 꽃 김영하 문학동네
88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 이봄
89 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이봄
90 질문의 책 파블로 네루다 문학동네
91 카마수트라 바츠야야나 범우사
92 중용,대학 주희(주자)/차주환 역 범우사
93 노자 도덕경 노자/남만성 역 을유문화사
94 퍼즐과 함께하는 즐거운 논리 레이먼드 M.스멀리언 문예출판사
95 유난히 설명이 잘된 수학-기하 김경환 퍼브릭-아이
96 기하학과 상상력:수학적아이디어의보고 다비드힐베르트 외1 살림Math
97 EBS가 선택한 최고의 교사 최고의교사제작팀 문학동네
98 기억창고 정리법 베르나르 크루아질 외 사이언스북스
99 (암기비법)천재적 기억술 와다나베 다까아끼 태을출판사
100 문학동네 76호 2013 가을 문학동네 문학동네
101 수학교육학 정론 강옥기 외 4 경문사
102 헤라클레스를 훔치다 손현주 문학동네
103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문학동네
104 다시 파리에 간다면 모모미 이봄
105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김진희 이봄
106 여행사진 잘 찍는 법 김원섭 소울메이트
107 프로방스 라벤더 로드 조용준 컬처그라퍼
108 빵빵빵 파리 양진숙
109 내 생애 최고의 여행사진 남기기 백상현 정보문화사
110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 샘터
111 단 한마디 말로도 박수 받는 힘 강헌구 예담
112 우니히피리 이하레아카라 휴렌,KR여사 지식의 숲
113 천상의 예언 제임스 레드필드 판미동
114 열두 번째 예언 제임스 레드필드 판미동
117 마법 수학 아서 벤저민,마이클 셔머 민음인
118 키스 마이 매스 대니카 맥켈러 민음인
119 성공의 길은 내 안에 있다 이숙영 살림문화총서
120 어쿠스틱 라이프1 난다 애니북스
121 너도 들어봤으면 구송이 애니북스
122 위풍당당 성석제 문학동네
123 가르친다는 것 윌리엄 에어스 양철북
124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네 성격 탓이야 에이브러햄 J.트워스키 미래사
125 수술 없는 허리 건강 바른 척추 혁명 조보영 이상원 헬스조선
126 글쓰기의 모든 것 송숙희 인더북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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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 - 동양 최고의 인생고전 채근담에서 배우는 삶과 관계의 지혜 Wisdom Classic 8
신동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는 고전 연구가 신동준이 《채근담》에 나오는 내용 중에 ‘나눔’의 관점에서 필요한 것을 발췌·채집한 책이다,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뒤 일상적인 삶에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덧붙(p.7)‘였다고 책 머리에 밝히고 있다.

 

이름만큼은 자주 들어본 《채근담》,이 제목은 무얼 뜻하는 걸까. 송나라의 왕신민이 소학(小學)에서 밝히기를 ‘사람이 항상 채근(菜根)을 씹을 수 있다면 백사(百)事를 이룰 수 있다’라고 한 것에서 《채근담》의 이름이 유래했다. 원래 《채근담》은 전집 222조, 후집 135조, 총 357조로 이루어졌다. 전집은 대인 관계에 해당하는 내용이 주가 되므로 이 책에 실린 내용들도 '전집'에서 유래한 글귀들이다.

고절·효제·신의·침려·역행 등의 5강은 《채근담》이 역설한 3분 미학과 취지를 같이 한다. 3분 미학 역시 그 내용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높은 명성과 뛰어난 절개의 3할을 남에게 넘겨주는 ‘여3분與三分’이다. 둘째, 세인의 손가락질을 받는 욕된 행실과 오명의 3할을 자신이 뒤집어쓰는 ‘귀3분歸三分’이다. 셋째, 큰 공을 세웠을 때 3할의 공덕을 주변 사람에게 돌리는 ‘양3분讓三分’이다. 넷째, 사람을 사귈 때 3할의 의협심을 지니고 친교를 맺는 ‘대3분帶三分’이다. 다섯째, 큰 이익이나 이윤을 남겼을 때 3할을 덜어내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감3분減三分’이다. 여3분은 〈장강〉의 고절, 귀3분은 효제, 양3분은 역행, 대3분은 신의, 감3분은 침려와 취지를 같이한다.(p.15)

 

이렇게 《채근담》의 내용을 ‘3가지씩 나눌 것’에 따라 ‘타인에게 줄 명성과 절개 세 가지(與三分), 내게 돌릴 오명과 지탄 세 가지(歸三分), 사양할 대공을 세운 후의 공덕 세 가지(讓三分), 유대감을 위한 강한 의협심 세 가지(帶三分), 덜어내야 할 이익과 이윤 세 가지(減三分)’ 즉,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두었다.

 

책속의 글귀는 훌륭하고 저자의 학식은 깊다. 사람들을 다루면서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지도 잘 보인다.

그러나, 책은 이 둘의 조화가 조금은 아쉽다. 발췌된 글귀와 그 뒤로 실린 일화가 맞지 않는 구석도 간혹 보인다.

가령 ‘담박하고 떳떳한 삶’에 실린 ‘전집 157’의 交市人 不如友山翁, 謁朱門 不如親白屋. 聽街談巷語 不如聞樵歌牧詠. 談今人失德過擧 不如述古人嘉言懿行은 그 다음에 나오는 양홍과 그의 아내 맹광의 일화와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어서 글귀에서 말하는 삶이 어떠한 것인지 쉽고 깊게 잘 읽힌다. 하지만 160페이지에 실린 ‘뜻이 정갈하면 마음은 맑아진다’의 일화는 명태조 주원장의 책략가 주승의 일화를 짧게 실어놓았지만 ‘전집 171’과 상통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242 페이지의 ‘고상한 인품이 사람을 부른다’에는 ‘전집 40’이 실렸다. 欲路上事 毋樂其便而姑爲染指 一染指 便深入萬仞. 理路上事 毋憚其難而稍爲退步 一退步 便遠隔千山이라고 하여 하고 싶어하는 일에 대해 편함을 너무 즐기지도 말고 사람의 도리와 관련된 일은 어려운 것 앞에 물러서지 말라고 해놓았다. 뒤이어 혜강이란 사람의 이야기를 실었는데 강직한 성품이 죽음을 불러왔다는 이야기와 고매한 인품 덕분에 훌륭한 명사들이 그를 찾아 모여들기도 했다며 이야기를 맺는다. 혜강이란 사람의 인품을 더 부각시킬 수 있는 일화를 많이 실었다면 글귀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흐르지 않을까 의문을 가져본 부분이기도 하다.

 

뜻이 작으면 그릇이 작고, 그릇이 작으면 담는 것도 작아진다. 나라와 사람이 작은 게 문제가 아니라 뜻과 꿈이 작은 게 문제라는 이야기다. 크게 주고 크게 얻는 이른바 대여대취大予大取에 해답이 있다. 이를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라고 한다. (p.12)

글귀와 일화가 편하게 읽히지 않는다는 핑계로 이 책의 작은 부분만 보고 ‘책이 별로다’라고 생각하면 그릇이 작은 사람인 것은 아닐까, 크고 넓게 보자면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데. 크게 주고 크게 얻는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많은 생각을 했다.

 

 

푸성귀는 쓰다, 그러나 오래 씹을수록 씁쓸함 대신에 담백함이 느껴진다. 이 책도 그러한가 보다.

투박하게 실려 있는 글귀와 일화의 조화가 쓰기도 하지만, 두고두고 좋은 글귀를 마음에 새기다보면 책을 꿰뚫고 있는 깊은 맛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겠지. 저자의 깊은 지식에 탄복하면서 침대 머리맡 도서로 채근담을 놓아본다.

위편삼절韋編三絶까지는 아니어도 풀뿌리菜根의 담백한 그 맛을 제대로 알아볼 수는 있어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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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의 재발견 - 1년 내내 계획만 세우는 당신을 위한 심리학 강의
피어스 스틸 지음, 구계원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어떤 책인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1년 내내 계획만 세우는 당신을 위한 심리학 강의’라는 부제보다는 저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늑장을 많이 부렸고 그것 때문에 ‘늑장심리학’을 연구했으며 이제 세계적인 권위자가 되었다는 저자 피어스 스틸.

의 약력을 보면서 배알이 살살 꼬였던 기억이 난다.

처음엔 ‘늑장의 세계적인 권위자?’라는 표현이 앞뒤가 맞지 않는 말 같아서 반감이 들었고 그 다음에는 저자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더욱 궁금해졌다.

‘늑장’ 앞에서만큼은 손꼽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그가 뭘 했을까를 기대하며 나는 책을 펼치게 되었다.

 

전두엽 피질과 변연계의 싸움

뇌 과학에서 밝혀놓은 늑장의 핵심은 ‘싸움’이다.

다시 말해 전두엽과 변연계의 싸움!

진화의 단계를 거치면서 먼저 발달하기 시작한 변연계는 ‘지금 이 순간’과 같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힘을 쓴다.

그리고 조금 늦게 진화한 전두엽 피질은 미래의 목표를 추구하는 등 전체를 총괄하는 사고나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이 두 싸움은 낯설지 않다.

플라톤이 제시한 인간의 본성 내면의 두 가지의 갈등,

혹은 프로이트가 말한 욕망과 충동과도 상통하고,

문자 알림음을 들으면 일을 하다가도 달려와 폰을 만지작거리는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이 모든 것이 늑장을 만들어내는 원리(!)인 것이다.

 

인류의 오래된 습관, 늑장

농업이 시작되면서 늑장은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배가 고플 때 음식을 먹던 시기를 지나고 미래를 위한 준비와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기다림이 필요해졌다.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수확하는 것은 인류 최초의 인위적인 마감 기한(p.83)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정해진 특정한 기한-수확시기까지 참거나 기다려야 했고

틈을 노리듯이 새로운 ‘하고 싶은 것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길고 긴 마감기한은 아주 잠깐씩 잊혀지기 시작했고 새로운 욕망은 사람들을 향해 유혹의 노래를 불렀다.

제때에 적절하게 해야하는 작은 농사일로부터 귀를 닫고 눈을 감기 시작한 사람들의 버릇은 늑장의 기원이 되었다.

이후로 전쟁과 정치, 종교 할 것 없이 늑장이 확장되기 시작했고

산업 혁명과 함께 늑장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혁명을 겪기 시작했다.

과거와 현재할 것 없이, 사람들은 누구나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여유를 부리는 늑장아닌 늑장을 즐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늑장이라는 유혹의 이면

그렇다면 늑장은 즐겁기만 한가. 늑장을 불러 일으키는 유혹은 거의 매력적인 것들이다.

재미있거나 흥미롭거나 힘들지 않은 일들이 그것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그 ‘찰나의 유혹’은 유익했는가를 돌아보면 어떨까.

약간의 치통이 시작되었지만 치과에 들르는 것을 미루다가 결국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플 때 치과에 가서 큰 돈을 날린 기억은 없는가.

시험공부를 하겠다고 책상에 앉자마자 지저분한 책상이 신경이 쓰여 청소부터 하는 늑장을 피워본 적은 없는가.

카드 결재일이 며칠 후인 것을 알면서도 은행잔고 확인을 미루는 통에 본의 아니게 신용불량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이런 일들 말고도 늑장의 예는 많을 것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자신의 연구 결과 수치를 보여준다.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던 결과는 -이익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계산이 빠른- 경영 대학원생들이 만들어줬다.

최대 300달러의 상금을 걸고 게임을 실시한 후, 우승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

지금 당장 수표로 받을지 2주 후에 조금 더 큰돈으로 받을지.

(물론 수표의 거래 방식이 우리나라와는 조금 달라서, 다른 기관에 가서 현금으로 바꾸어야 쓸 수 있다.)

대부분의 연구 대상자들은 '2주 후의 큰 돈' 대신 '지금 당장의 수표'를 선택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들은 대부분 평균 4주가 지난 후에야 그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서 썼다고 한다.

늑장의 힘이다. 참고 기다리면 2주 후면 더 큰 돈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돈을 위해 선택을 하고는

4주 동안 그 수표도 조금 더 큰돈의 기회도 썩히는 셈이다.

 

늑장부리는 사람들의 세 가지 유형

책 속에는 p.36~37에 걸쳐 스물 네 가지의 테스트 항목이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우리는 어떤 스타일의 늑장에 소질이 있는지 판단해 볼 수 있다.

일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서 늑장을 부리는지, 일에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건지,

기한 직전까지 동기를 부여하지 못해서 본의 아니게 늑장꾸러기 소리를 듣는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7~9장에 걸쳐 각각의 요소에 맞게 늑장을 뜯어고치는 방법들을 제시하여 준다.

테스트 항목을 보면서 속는 셈치고 계산을 했고 그 뒤의 길잡이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

친절한 저자 덕분에 나는 각 장에서 제시한 항목에 따라 내게 필요한 장치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다만 느릴 뿐이다’고?

이미 미루기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한 실천 과제: 만성적으로 늑장을 부리며 매 순간마다 변명거리를 찾아내 스스로를 속이며 계속 일을 미루고 있다면,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찾고 있던 방법일지도 모른다. 늑장은 이미 여러분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으므로 이를 몰아내려면 늑장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p.184)

늑장의 원리야 과학적인 근거와 연구 결과를 보여주지 않더라도 우리는 ‘늑장의 치명적 매력’을 체험하고 있다.

때문에 1부에 드러난 빼곡한 연구 결과들은 저자가 ‘늑장의 권위자’가 될만 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책의 가치는 2부(7~9장)에서 빛이 난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를 자주 읽어본 사람이라면 책속에 실린 ‘늑장을 이기는 기술’들은

여느 자기 계발서에서 한두번 쯤은 마주친 적 있다고 할지 모른다.

우리의 반응을 미리 예측했는지 저자는 말한다, 늑장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보편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발 더 나아가 ‘여기서 설명한 방법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늑장 방정식‘도 별 볼 일 없는 책일 뿐이다(p.253)’라고 능숙하게 지도편달(!)하기도 한다. 책을 처음에서부터 차근히 읽은 나는 배짱두둑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뒤이어 등장하는 에디와 밸러리의 일상이나 톰의 직장 성공기를 보면서

살짝 낯간지러워 하면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결과군!’하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면

나는 저자에게 매료된 것이 확실하겠지?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한 마디로 ‘늑장방정식’이다.

(책의 원제가 The Procrastination Equation, 늑장방정식이다.)

기대치와 가치가 커질수록 충동성과 지연이 적어질수록 의욕이 발휘되고

이것은 늑장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이 흔한 원리를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책이 필요하지 않겠지.

하지만 실행할 자신이 없다면 이 책을 권한다.

어떨 때 어떤 방식으로 늑장을 제어할지 당신의 눈을 뜨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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