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 - 동양 최고의 인생고전 채근담에서 배우는 삶과 관계의 지혜 Wisdom Classic 8
신동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채근담, 돈이 아닌 사람을 번다』는 고전 연구가 신동준이 《채근담》에 나오는 내용 중에 ‘나눔’의 관점에서 필요한 것을 발췌·채집한 책이다,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뒤 일상적인 삶에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덧붙(p.7)‘였다고 책 머리에 밝히고 있다.

 

이름만큼은 자주 들어본 《채근담》,이 제목은 무얼 뜻하는 걸까. 송나라의 왕신민이 소학(小學)에서 밝히기를 ‘사람이 항상 채근(菜根)을 씹을 수 있다면 백사(百)事를 이룰 수 있다’라고 한 것에서 《채근담》의 이름이 유래했다. 원래 《채근담》은 전집 222조, 후집 135조, 총 357조로 이루어졌다. 전집은 대인 관계에 해당하는 내용이 주가 되므로 이 책에 실린 내용들도 '전집'에서 유래한 글귀들이다.

고절·효제·신의·침려·역행 등의 5강은 《채근담》이 역설한 3분 미학과 취지를 같이 한다. 3분 미학 역시 그 내용에 따라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높은 명성과 뛰어난 절개의 3할을 남에게 넘겨주는 ‘여3분與三分’이다. 둘째, 세인의 손가락질을 받는 욕된 행실과 오명의 3할을 자신이 뒤집어쓰는 ‘귀3분歸三分’이다. 셋째, 큰 공을 세웠을 때 3할의 공덕을 주변 사람에게 돌리는 ‘양3분讓三分’이다. 넷째, 사람을 사귈 때 3할의 의협심을 지니고 친교를 맺는 ‘대3분帶三分’이다. 다섯째, 큰 이익이나 이윤을 남겼을 때 3할을 덜어내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감3분減三分’이다. 여3분은 〈장강〉의 고절, 귀3분은 효제, 양3분은 역행, 대3분은 신의, 감3분은 침려와 취지를 같이한다.(p.15)

 

이렇게 《채근담》의 내용을 ‘3가지씩 나눌 것’에 따라 ‘타인에게 줄 명성과 절개 세 가지(與三分), 내게 돌릴 오명과 지탄 세 가지(歸三分), 사양할 대공을 세운 후의 공덕 세 가지(讓三分), 유대감을 위한 강한 의협심 세 가지(帶三分), 덜어내야 할 이익과 이윤 세 가지(減三分)’ 즉,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두었다.

 

책속의 글귀는 훌륭하고 저자의 학식은 깊다. 사람들을 다루면서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지도 잘 보인다.

그러나, 책은 이 둘의 조화가 조금은 아쉽다. 발췌된 글귀와 그 뒤로 실린 일화가 맞지 않는 구석도 간혹 보인다.

가령 ‘담박하고 떳떳한 삶’에 실린 ‘전집 157’의 交市人 不如友山翁, 謁朱門 不如親白屋. 聽街談巷語 不如聞樵歌牧詠. 談今人失德過擧 不如述古人嘉言懿行은 그 다음에 나오는 양홍과 그의 아내 맹광의 일화와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어서 글귀에서 말하는 삶이 어떠한 것인지 쉽고 깊게 잘 읽힌다. 하지만 160페이지에 실린 ‘뜻이 정갈하면 마음은 맑아진다’의 일화는 명태조 주원장의 책략가 주승의 일화를 짧게 실어놓았지만 ‘전집 171’과 상통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242 페이지의 ‘고상한 인품이 사람을 부른다’에는 ‘전집 40’이 실렸다. 欲路上事 毋樂其便而姑爲染指 一染指 便深入萬仞. 理路上事 毋憚其難而稍爲退步 一退步 便遠隔千山이라고 하여 하고 싶어하는 일에 대해 편함을 너무 즐기지도 말고 사람의 도리와 관련된 일은 어려운 것 앞에 물러서지 말라고 해놓았다. 뒤이어 혜강이란 사람의 이야기를 실었는데 강직한 성품이 죽음을 불러왔다는 이야기와 고매한 인품 덕분에 훌륭한 명사들이 그를 찾아 모여들기도 했다며 이야기를 맺는다. 혜강이란 사람의 인품을 더 부각시킬 수 있는 일화를 많이 실었다면 글귀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흐르지 않을까 의문을 가져본 부분이기도 하다.

 

뜻이 작으면 그릇이 작고, 그릇이 작으면 담는 것도 작아진다. 나라와 사람이 작은 게 문제가 아니라 뜻과 꿈이 작은 게 문제라는 이야기다. 크게 주고 크게 얻는 이른바 대여대취大予大取에 해답이 있다. 이를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라고 한다. (p.12)

글귀와 일화가 편하게 읽히지 않는다는 핑계로 이 책의 작은 부분만 보고 ‘책이 별로다’라고 생각하면 그릇이 작은 사람인 것은 아닐까, 크고 넓게 보자면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데. 크게 주고 크게 얻는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많은 생각을 했다.

 

 

푸성귀는 쓰다, 그러나 오래 씹을수록 씁쓸함 대신에 담백함이 느껴진다. 이 책도 그러한가 보다.

투박하게 실려 있는 글귀와 일화의 조화가 쓰기도 하지만, 두고두고 좋은 글귀를 마음에 새기다보면 책을 꿰뚫고 있는 깊은 맛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겠지. 저자의 깊은 지식에 탄복하면서 침대 머리맡 도서로 채근담을 놓아본다.

위편삼절韋編三絶까지는 아니어도 풀뿌리菜根의 담백한 그 맛을 제대로 알아볼 수는 있어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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