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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의 '등록금 인상 반대 475시간 릴레이 1인시위'를 심층취재해주셨네요.

http://goham20.com/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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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 대학원생들,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선 까닭은?
2011/03/08 13:07
[현장취재]









유난히 매서웠던 추위는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쌀쌀하기만 한 날씨에 ‘등록금 부당 인상 절대 반대’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들이다. 점점 심화되는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분담한다며 3년 간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고, 올해도 이전 인상 폭보다 낮은 3%로 인상률을 정한 것과는 달리 겁이 날 만큼 치솟아 버린 대학원 등록금에 반발한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인문계열 등록금은 2008년 6.6%, 2010년 5.1%에 이어 2011년에는 4.2% 인상되어 4,749,000원에 달하게 됐다. 국문과 대학원생들은 등록금 4,749,000원에 저항하는 의미로 지난 16일부터 475시간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이번 시위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오혜진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600주년 기념관 앞에서 진행되었던 1인 시위









조용했던 대학원생들의 이례적 투쟁



국문과 대학원생들은 시위 시작 전날인 2월 15일, 총장, 대학원장, 학생처장, 교무처장, 기조(기획조정)처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대학원 등록금 인상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개서한에는 어떠한 해명도 설득도 없는 등록금 인상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 턱없이 부족한 장학제도에 대한 비판, 대학원생들의 열악한 연구 환경 개선 촉구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16일부터 총장실이 있는 600주년 기념관 앞에서 매일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으레 등록금 인상에 강력히 반발해 단체행동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던 주체는 학생회를 필두로 한 학부생들이었다. 또한 지나치게 비싼 대학교 등록금이 화두로 떠올랐을 때도 오히려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대학원생은 주목의 대상도 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었다. 대학의 일방적인 등록금 인상 원인이 부족한 예산 때문에 허덕이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사석에서의 불평불만으로 그쳤을 뿐, 본격적인 문제 제기나 눈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없었던 탓이다. 인터뷰에 응했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 오혜진 씨도
“대학원 등록금이 무섭게 치솟는 것은 매년 반복되는 일이었는데 당사자인 대학원생들이 방관한 면이 있었다.”며 그 점을 수긍했다. 


사실 대학원생들은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은커녕 조그마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학부 시절과 비교해 100만원 이상 상승한 등록금 때문에 대학원생들은 생활비라도 벌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학부보다 소극적인 총학생회 등 제도 상의 미비, 학업 때문에 부족한 시간, 이미 만연해 있는 개인주의가 겹쳐 사중고를 맞는 것이 현실. 더구나 대학원 진학을 결정한 본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들이 나서 충분한 합의 없이 학교의 일방적 통보로 이루어진 등록금 인상이 부당하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교내/외 단체들의 ‘호응’, 학교 측은 ‘무반응’
















국문과 대학원생들의 릴레이 1인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성명들







국문과 대학원생들의 이러한 시위는 교내 안팎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철학과, 사학과 등 문과대 대학원생들, 동아시아 학술원 소속 동아시아학과 등 대학원생들의 지지성명이 이어졌고 대학생 단체 ‘다함께’도 힘을 보태고 있다. 연세대, 이화여대, 동국대 등 타 학교 학생들도 이번 시위에 지지 반응을 보였다. 신임 총장이 왔다는 점, 대학원 등록금을 5% 가까운 수치로 올리려고 했다는 점 등 비슷한 점이 많은데 협상 끝에 2.8%로 인상률을 낮춘 바 있는 동국대와의 연대는 좀 더 특별했다. 동국대를 본보기로 삼아 기준도 이유도 불분명한 등록금 인상 폭을 낮추는 데 힘을 쏟겠다는 것이 국문과 대학원생들의 입장이다. 서울경제의 첫 보도를 시작으로 조선일보, 한국대학신문 등 언론 보도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외에도 600주년 기념관 앞 지지 서명, 아고라 서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더 많은 이들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학교의 반응은 무관심에 가깝다. 공개서한에 대한 답도 없고, 시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학교는 졸업식 전에 국문과 대학원생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논의가 진전되기를 바랐으나 학교 측은 25일 졸업식 때 600주년 앞에서 시위하는 것을 중단해 달라는 말부터 꺼냈다. 시위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겠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3월 초에 더 진전된 대화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학교 측은 3월 초 진행된 면담에서도 '기다리라'는 말을 반복해 협상은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매년 무섭게 상승했던 대학원 등록금 연도별 추이



국문과 대학원생들은 그 동안 학교가 학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등록금 인상이 대학원생들에게 어떤 것을 가져다주는지 묻는 물음에서는 비전 2020을 들며 그 안에 문과대 발전안이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이 왜 이렇게 비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속 시원히 답해 주지 않고, 앞으로 무엇을 해 주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거죠. 학교에서 말하는 미봉책에 가까운 대책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어요.”



릴레이 1인 시위 이후에는…




학교 측의 무반응에도 국문과 대학생원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위를 지속하는 중이고, 추후 계획도 세워 둔 상태다. 이른바 ‘등심위 회의자료 열람 운동’이다. 등심위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약어로 대학 내 등록금 논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학교 측이 결정된 등록금을 통보하는 식에서 벗어나 학생과 외부인사도 참여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등록금 책정 과정의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한 것. 그러나 등심위는 명목만 존재할 뿐 강력한 권한이 없으며 관련된 조항들도 권고에 가깝기 때문에 학생들의 입장이 효과적으로 반영되지 못한다. 더구나 대다수의 학생들이 등심위의 회의자료 열람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국문과 대학원생들은 이 점에 착안하여 ‘등심위 회의자료 열람 운동’을 추진하려고 한다. 등록금 책정 과정은 숨김없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기초해 일반 학생들의 관심을 모으고 의문 해결도 해 주는 방법으로 고안한 것이다. 대부분 등심위 회의록은 난해할 것이라 예상하지만 회의록을 열람했던 오혜진 씨의 말은 예상과 달랐다.

“평이한 내용이라 고등학교만 나왔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요. 다만 절차가 복잡한 게 흠이죠. 학교 측에서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것도 걸림돌이고. 그래도 누구든지 학생지원팀에서 신청하면 볼 수 있어요. 단, 관계자들이 보는 앞에서. 복사, 촬영 금지구요."

일반 학생들이 등심위 회의록을 열람하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 등록금 책정 과정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에 이 운동이 확산되면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또한 등록금과 관련해 더 많은 이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는 어제 3월 7일 오후 6시까지 진행되었다. 호응과 관심을 얻으며 진행되었던 릴레이 1인 시위는 무섭게 오르는 대학원 등록금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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