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성균관대 국문과 대학원의 ‘등록금인상반대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 종료에 부쳐⎯



 

 

   지난 2월 16일부터 3월 7일까지 20일간 진행된 국문과 대학원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가 종료됐다. 학교당국은 부당한 등록금 인상을 끝내 철회하지 않았다. 예산기획팀장은 ‘사실 대학원 등록금은 더 인상해야 한다’(󰡔한국대학신문󰡕, 2011. 3. 4)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으며, 김준영 신임 총장은 우리의 면담 요구를 철저히 외면한 채, ‘등록금이 비싼 건 어쩔 수 없으니 대출 받아라’(󰡔성대신문󰡕, 2011. 3. 2)라는 요지의 무책임한 말을 부끄러움도 없이 내뱉었다. ‘대출 권하는 대학총장’이라니, 이것이 “글로벌 리더”를 자처하는 성균관대 총장의 진심인가. 학생들과 직접 대화하며 고액 등록금에 대한 문제의식과 개선안을 공유한 타 학교의 경우를 떠올려본다면, 실로 통탄할 일이다.

 

   2010년 성균관대 일반대학원 인문사회계열 등록금액은 전국 1위를 자랑했다. 그럼에도 또다시 등록금 인상을 단행하며 “수익자 부담 원칙”, “학자금 대출” 운운하는 학교의 발언은 돈 없으면 학교를 떠나라는 말과 같다. 학자금 대출로 인한 빚과 이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춘들의 현실을 보도하는 기사가 연일 쏟아지는 지금, 과연 학교는 이들의 고단한 생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있는가. 학업과 생계를 파괴하는 고액 등록금을 반성하기는커녕, 학생들을 기만하는 파렴치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학교의 노골적인 횡포를 우리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우리는 ‘돈 내는 기계’가 아니다!

 

   지난 475시간 동안 수많은 학우들이 저마다의 고통과 슬픔을 모두의 희망으로 바꾸기 위한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동아시아학과 ‧ 사학과 ‧ 철학과 대학원생 및 교육대학원 총학생회, 우리역사연구회, 김귀정생활도서관, 다함께,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학부생 모임, 그리고 온 ‧ 오프라인을 통해 서명한 1000여명 학우들의 뜨거운 응원과 연대 덕분에 우리는 이 지루하고 외로운 등록금 투쟁을 끝까지 지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오직 총학생회만을 학생의 대표기구로 인정하겠다며 수많은 학우들의 목소리를 폄하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원 총학생회는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학교의 기만과 횡포를 묵인하며 자기 안위만을 도모하고 있다. 성균관대의 ‘미친 등록금’이라는 괴물을 만든 장본인인 이들은 학생들의 권익 옹호를 위한 최소한의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 특히 대학원 총학생회는 우리가 수차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으며, 학교측과의 삼자대면마저도 거부함으로써 학생들의 대변자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 이에 우리는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불신임을 선언하는 바이며, 국문과 ‧ 동아시아학과 ‧ 사학과 ‧ 철학과 대학원생 및 교육대학원 총학생회로 구성된 ‘성균관대 대학원 등록금인상반대 연대회의’(가칭)를 출범한다.

 

   이제 늦겨울의 찬바람에 이어, 이른 봄의 꽃샘추위가 우리를 기다린다. 학교는 우리의 시위가 진행되는 475시간이 어서 지나고 등록금 최종 납부기한인 3월 11일이 오기만을 고대했겠지만, 우리의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통 받고 있을 수많은 학우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미 등록금을 납부한 학우들의 고달팠을 지난 겨울방학의 시간도 아프게 각인되어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동학(同學)들이 등록금 때문에 학교를 떠나 노동현장으로, 혹은 삶의 끝으로 떠밀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다. 오늘 싸우지 않으면, 우리의 생계와 복지를 유린하는 학교 당국의 교묘한 술수와 폭력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우리는 앞으로도 ‘등록금 부당인상 규탄대회’를 통해 학교당국의 기만과 폭력에 저항할 것이다. 학생들의 권익이 진정으로 존중되는 그 날까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2011년 3월 8일

성균관대 대학원 등록금인상반대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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