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카드 없으면 등록금 못낸다(?)…대학가 불만 팽배
뉴시스 | 박성환 | 입력 2011.03.07 06:02
【서울=뉴시스】박성환 고무성 기자 = "학교는 왜 특정 카드로만 등록금을 분할 납부하라고 강요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서울 소재의 일부 대학에서 등록금 카드 납부를 특정 신용카드로 한정함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거세다. 등록금 납부가 가능한 카드가 없을 경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새로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형편상 등록금을 한꺼번에 내기 어려워 분할 납부가 가능한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특정카드만 고집하는 학교측의 모습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성균관대와 건국대는 삼성카드와 업무 제휴를 맺고 2011학년 1학기 재학생 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연세대와 서울시립대 등은 비씨카드(우리카드)와 업무 협약을 맺고 등록금을 받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최장 12개월까지 분납 가능'과 '12개월 할부로 등록금을 수납시 수수료 3회만 부담' 등 이자율을 낮추거나 수수료 면제 등의 조건으로 카드사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들을 대상으로 카드 사용한도 조정없이 특별 한도(등록금 전용)를 자동 부여하거나 카드를 즉시 발급해 당일 등록금 납부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등록금 분할 납부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특정카드를 발급 받는 것에 대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성균관대 재무팀 관계자는 "자세한 부분에 대해 말해줄 수 없지만 삼성카드와 계약 조건이 제일 유리했다"며 "삼성카드가 다른 곳 보다 많게는 할부 이율이 낮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한 카드사와 협약은 맺은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었다"며 "우리 대학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건국대 관계자도 "입찰에 참여한 10개 카드사 가운데 12개월 할부 혜택과 수수료를 3개월 분만 받는 등 학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시한 삼성카드와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새로 카드를 발급 받아 등록금을 분할 납부할수 밖에 없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학교측이 특정카드를 선정한 이유와 왜 한 곳만을 선정했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도서관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삼성카드로만 등록금 분할 납부가 가능하도록 한 학교측의 행태에 대해 '학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일방적인 처사'라며 비난했다.
삼성카드로 등록금을 분할 납부한 김모(23)씨는 "형편상 대학 등록금을 한꺼번에 내기 어려워 신용카드로 나눠 냈다"면서도 "삼성카드로만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는 말에 새로 카드를 발급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게시물을 지켜보고 있던 류모(26)씨는 "삼성카드로만 등록금 분할 납부가 가능하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랴며 "여러 카드가 업체가 경쟁을 통해 수수료나 이자 등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학교측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교내에서 등록금 인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정모(29·여)씨는 "아무리 같은 재단이라고 하지만 삼성카드로만 등록금 분할 납부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등록금 분할 납부는 환영하지만 특정카드로만 한정 짓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은 수수료와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등록금을 체납할 경우 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보였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김모(22)씨는 "신용 카드로 분납할 경우 수수료와 이자가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도 4년 동안 같은 방법으로 납부할 경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서모(24·여)씨는 "혹시 중간에 가정형편상 등록금을 체납할 경우 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들은 대학측의 이같은 등록금 카드납부 방식은 '눈 가리고 아웅'식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단체 전국 네트워크 김동규 팀장은 "신용카드사 할부 수수료와 이자에는 각종 고정비용과 영업마진 등이 포함해 아무리 내린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 팀장은 "특정 카드 업체에 몰아주는 대신 수수료나 이자를 최소화 했다고 하지만 고육지책 불과하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무이자 할부나 최소 할부수수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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