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침대에 걸터 앉아 모르는 아저씨 다섯 분에게
말달리듯 키보드를 채찍질하며 열렬한 편지를 써보냈다. 

 
2011년 2월 16일, '대학원 등록금 인상 반대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하며
성균관대 총장, 기조처장, 교무처장, 학생처장, 대학원장 님께 드리는 공개 서한.

 
어떤 말이라도 좋다. 일단 답하시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김준영 총장님께

 

   총장님, 안녕하세요.

   이 서한은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들이 새 학기를 준비하거나 혹은 준비하지 못하며 총장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동봉한 성명서에 적은 대로 저희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들은 ‘대학원 등록금 인상 반대 475시간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합니다. 이 서한은 그럴 수밖에 없는 저간의 사정을 총장님께 말씀드리고, 이에 대해 학교와 소통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아래 내용을 읽어주시고, 저희들과 대화의 시간을 마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대학원 등록금 인상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합니다.

 

   대학원 등록금이 그렇게 비싸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총장님께 묻고 싶습니다. 2010년에는 학부 등록금은 동결하면서, 대학원 등록금만 5.1% 인상했습니다. 이번 학기에도 대학원 등록금은 기어이 올라 인문계열 등록금은 무려 4,749,000원에 달합니다. 입학생들이 납부해야 할 등록금은 거의 600만원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것은 누가 봐도 턱없이 비싼 금액입니다. 대학원 등록금은 이미 교수 당 학생 수 등을 고려해 학부의 경우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 등록금을 동결할 때 대학원 등록금은 인상하고, 학부 등록금을 인상할 때 대학원 등록금은 더 큰 폭으로 인상하는 것이 관례가 되고 있는 지금의 사정을 총장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게다가 이때 절대 간과될 수 없는 문제는 대학원 등록금 책정 과정에서 대학원 등록금의 인상 사유, 학부와 대학원 등록금 인상률의 차이 및 그간 등록금 인상에 따른 학생들의 수혜 내용 등에 관해 학교 당국은 대학원생들에게 이에 합당한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등록금 인상 사유 및 등록금 사용 내역 등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침해하는 비싼 등록금액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학교 당국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장학재단의 경우에서 보듯, 정부 및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장학금 제도가 점차 중단 ․ 축소되고 있어 학생들의 교육 조건은 날로 불리해져만 갑니다. 과연 이 같은 정황이 대학원 등록금 인상 결정 과정에 반영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에 대해 학교 당국은 어떠한 판단을 하고 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구상 및 실천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학교 당국의 처사는 이런 문제들이 학교 당국의 사유 대상으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총장님!

   대통령도 등록금 동결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판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생들은 이렇게 무기력하게 등록금 인상의 융단폭격을 맞고만 있어야 하는 것입니까. 학위과정을 이수하면서 20~30대의 소중한 젊은 시절을 보내는 기회비용은 말씀드리지도 않겠습니다. 석사, 박사 과정 동안 납부하는 개인당 4~5000만원에 해당하는 등록금(논문과정의 연구등록을 포함하면 더 큰 금액) 만큼의 교육 환경과 연구 환경, 장학금 혜택은 마련되지도 않고 계속해서 등록금은 오르기만 하고 있어 저희들은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이 등록금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검토되지 않는다면, 연구자들의 연구 조건을 살펴 대학원 일류화를 도모하겠다는 학교 당국의 비전과 목표는 사실상 허언에 불과한 것입니다.

 
2. 교내 장학제도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지급하는 장학금 규모는 정말이지 너무나 협소합니다. 입학 당시 홍보하던 80~90%에 가까운 대학원 장학금 수혜율은 도대체 어느 자료를 근거로 산출한 결과입니까? 그나마 수많은 재학생들 중 교내에서 지급되는 장학금 혜택, 그것도 등록금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를 지원받는 사람도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상대적으로 혜택이 많은 정부와 서울시에서 지급하는 장학금에 목을 매고, 그것에서 탈락할 경우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는 것이 평범한 대학원생들의 비참한 현실입니다. 물론 끝내 복학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대학원 학자금 대출은 학부생들에 비해 조건도 까다롭고 상환 일정도 빡빡합니다. 지속적인 시간을 투자하여 학업에 몰두해야 하는 대학원생이 온갖 일자리를 전전하며 학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총장님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을 위한 교내 장학금 제도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합니다.

    

3. 대학원생들의 지속 가능한 연구 지원 및 실질적인 대학원 발전안이 필요합니다.

  1) 연구 공간의 확장 및 관리가 절실합니다.

   저희들은 학교에 연구 공간의 부족 문제를 이미 수년간 몇 차례에 걸쳐 호소하고 있지만, 학교는 무기력한 대답과 비협조만으로 일관할 뿐입니다. 이제 총장님께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말씀드립니다.

   정말이지 대학원생들의 연구 공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과정생들은 물론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수료생들에게 안정적인 연구 공간 확보는 필수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당국은 이에 대해 전혀 무관심합니다. 국어국문학과의 경우, 호암관 8층에 유일하게 마련되어 있는 연구공간은 책걸상을 닭장처럼 비좁게 배열해도 10명 남짓의 인원만을 수용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한 과의 학생 수가 몇 명인지를 생각해본다면, 이 연구공간을 활용하고 있는 인원은 극소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수 연구실 한 칸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서 100여명에 달하는 대학원들의 연구 활동과 세미나, 논문 작업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은 경악 그 자체입니다.

   게다가 이 공간마저 사후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연구 공간에 응당 갖추어져 있어야 할 책걸상, 책꽂이, 컴퓨터 및 프린터, 복사기 등은 학과 예산에서 자율적으로 감당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학교는 공간만 내주고, 사실상 방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수료생들은 수료 이후에도 학위논문 준비에 필요한 학교 시설을 활용하기 위해 박사후연구과정비를 학교에 지불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료생들에게 연구 공간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이는 매우 부당한 것입니다. 이는 ‘연구 중심 대학원’이라는 학교 당국의 목표에 전혀 반하는 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의 현실입니다. 대학원 재학생 및 수료생들을 위한 연구 공간 확장 및 관리가 필수적으로 요청됩니다.

  2) 대학원 전용 강의실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대학원 전용 강의실이 마련되고 있지 않은 상황도 대학원의 교육 환경을 저해하는 큰 요인 중 하나입니다. 현재 인문사회캠퍼스의 대학원생들은 학부생들과 안달복달하며 강의실을 나눠 쓰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대학원 수업의 경우, 심도 있는 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정해진 수업시간을 넘어서기 일쑤인데 그 강의실에서 연달아 진행되는 다른 수업 때문에 강의와 발표의 연속을 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국어국문학과의 경우, 개설된 대학원 강의 수가 분과와 학생들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한 수업 당 20명 이상의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이처럼 학부보다도 열악한 교육 환경에서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을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고, 선진대학에 걸맞은 연구중심 대학원을 구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이제 더 이상 교수들의 열정과 대학원생들의 인내에만 기대는 방식으로 성균관대학교의 학문 발전을 견인하기 어렵습니다. 대학원 교육 여건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와 개선이 시급합니다.

   그 외에도 정부와 학교 당국뿐만 아니라 교수들조차 무관심과 억압으로 일관하고 있는 열악한 시간강사 처우 대책 등, 성균관대가 보여주고 있는 대학원생들의 가까운 미래상은 대학원생들에게 가장 큰 슬픔을 주는 요인입니다. 대학원생들은 우리의 연구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오직 생계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진로를 떠올리면서 큰 자괴감과 열패감에 빠집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개인의 역량과 경쟁 시스템을 통해서만 해결하려고 하는 학교와 사회의 편향된 의식을 떠올리면 더욱 절망스럽습니다. 특히 인문학과 같은 기초 학문 분야의 가치를 학문의 산실인 ‘대학’에서 알아주지 않는다면, 성균관대는 ‘선진대학’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그저 ‘거대 기업’이기를 자처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총장님!

   성균관대학교의 학문 발전을 힘차게 견인할 대학원생들의 꿈과 의지를 짓밟지 마시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마련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청원합니다. 대학원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학교의 진정어린 노력이 지속된다면, 학생들 역시 가치 있는 연구로 학교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입니다.

 

2011. 2. 16.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 일동 올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