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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ㅣ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1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침실만이 그녀 삶의 핵심이자 내용이었다”(26면)
“우다왕에게 있서 그녀의 역사는 안개에 싸인 공백이었다.“(16면)
‘류롄’, 침대와 실크드레스 밖에 가진 것이 없는 무성격자. 다른 어떤 서술도 불허한다. 이 소설의 바로 이런 강박증이야말로 “인민”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당의 교조적인 성격보다 더 독자들을 불편하고 답답하게 만들 것이니, 주목해 보시라.
그리고 이 소설의 유일하고도 지루한 히어로, 우다왕. 승진과 같은 세속화된 가치에 가족애, 충, 의와 같은 진정성을 의심없이 투사하는 ‘무사유의 성찰성’을 지닌 스놉-동물이다. (“좋아. 아주 훌륭하군. 대단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야. 게다가 깊은 깨달음과 이상까지 담겨 있어. 이론과 실천을 하나로 결합한 점이 가장 훌륭하네. 단지 어휘 선택에서 남을 섬기는 것과 효도하는 것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83면))
그러니까, 우다왕의 앞에는 지금 전사-기계이면서 동시에 불임(不姙)인 상사, 의 부인인 류롄이 있는 것이다. 그녀는 “누님”같은 엄격한 섹시함의 소유자다. 그런 “누님”이 우다왕 자신과의 섹스로 인해 헛살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하며 급기야 ‘혼절’하셨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우다왕의 말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이제 너무나 익숙하게도 “도시와 문명, 아름다움과 사랑” 등 모든 욕망의 총체인 여성 육체에 대한 “질투와 분노”라는 내러티브가 이어진다. ‘살해 욕망’으로 이어지는, 이 맹목적인 리비도. 과연 이처럼 상투적인 클리셰로 구성된 이 불륜 서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쌍화점>을 떠올리기에는 조인성의 땀이 아까우며, <화양연화>, <색계>에 비교하기에는 감독님들께 너무 많이 죄송하다.
이 소설에서 ‘류롄’이야말로 내면 없는 인물이었던 우다왕으로 하여금 인간적인 욕망과 감정을 회복하게 함으로써 그를 온전한 ‘성인-남성’으로 개안, 회복, 갱생, 성장하게 하는 인물이다. 역사적으로 구조화된 비인간적인 지배 체제에 대한 (무)의식적 승인에서 오는 ‘인간성’을 회복하고 싶은 남성 성장 판타지. 그래서 이 글은 ‘류롄’과의 불같은 사랑으로부터 십 오년 후의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우다왕의 ‘기억’에 의해 쓰여지고 있다.
* 물론 ‘진실의 구호’이자, ‘구호의 진실’로 사유하게 하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말이 적힌 팻말은 어쩔 수 없이 인상깊다. 욕망의 규율장치이면서 동시에, 섹스의 신호로 작동하는 이 팻말이 의도치 않게 상징하게 되는 역사적 국면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역사적 사명감에 불타보이는 이 소설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포르노그라피의 서사를 차용할 수밖에 없는 국면에 대한 역사화가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