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들도 총장님을 존경하고 싶다

 - <비전 2020>에 대한 국어국문학과 ․ 사학과 대학원 학생회의 2차 성명서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학생회는 지난 5월 31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비전 2020>이 ‘비민주적’ 절차에 따라 입안된 ‘불균형 발전안’임을 지적한 바 있다. <비전 2020>이 말하는 “발전”이란 기초학문 분야의 명분없는 희생을 담보로 한 것으로, 사실상 인문사회과학 말살 프로젝트와 다름없다. 그간 발표된 문과대-사회대 교수들, 시간강사들 및 대학원생․학부생들의 성명서는 <비전 2020>이 초래할 여러 문제점들을 잘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엄연한 학교 구성원인 학생들을 소외시킨 채, 교수들만을 대상으로 발신된 “총장서한”은 이러한 반발이 단지 “소통부족”으로 인한 “오해”의 결과라고만 일축하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과연 학교당국은 진정한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우리는 총장서한이 보여준 비민주적 소통방식과 비인간적 경쟁주의에 경도된 인식구조가 <비전 2020>이 초래할 비극적 미래상을 예고한다고 판단하며, 다음의 질문을 제기한다.

1. 대학원생들에게도 총장님을 존경할 기회를 달라

학내 곳곳에서 졸속과 비상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비전 2020>에 대한 성토가 넘쳐난다. 이는 모두 성균관대의 더 나은 미래를 ‘함께’ ‘투명하고’ ‘진지하게’ 모색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현재 <비전 2020>과 관련된 논의는 학교당국과 교수들 사이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존경하는 교수님”과 “존경하옵는 총장님”만이 <비전 2020>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인가? 이러한 폐쇄적인 소통구조는 성균관대 발전안이 작동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필요로 하는 인적․금전적 자원을 제공할 학부생과 대학원생, 비정규직 강사들을 소외시킨다. 교수들의 질문에만 답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에서 보이는 학교당국의 권위주의적 발상을 당장 폐기하라.

2. <비전 2020>에는 ‘인문학 발전안’이 있는가

총장의 말대로 <비전 2020>이 인문학을 사실상 '방기‘ 혹은 ’폐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학교 측에서 가지고 있는 ‘인문학 발전안’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학교당국의 판단처럼 인문학이 우리 학교의 “특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그럴수록 인문학 분야에 대한 지원과 대책은 더더욱 필요하다. 이는 인문학을 소외시킨 채 강행된 <비전 2010+>의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비전 2020>은 이에 대한 반성없이 또 다시 인문학을 단지 “통합”과 “융복합”의 대상으로 삼는다. 모든 학문 분야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논문 편수’, ‘연구 용역 수주금’, ‘입학 성적 1% 이하 학생 수’ 등과 같은 지표가 ‘인문학 발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믿는가? 진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인문학에 대한 완전한 몰이해의 소치다. 인문학이 지니는 학문적 보편성과 특수성을 균형있게 고려한 <비전 2020>만의 ‘인문학 발전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답변하라.

3. “세계 수준”의 “열린 연구”를 수행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비전 2020>에는 대학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비전과 계획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중심의 연구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 대학원 입학률만 높이겠다는 학교당국의 안이한 발상은 가소롭다. 대학원생은 2010학년도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학부 동결―대학원 인상’이라는 사상 초유의 비상식적 정책의 희생양이 되었다. 대학원 수업 개설 과목 부족 및 연구 공간 부재에 따른 대학원생들의 어려움은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전 2020>은 기초 연구 인력인 대학원생에 대한 학교당국의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과연 대학원생을 외면한 채로, <비전 2020>이 목표로 삼고 있는 “세계 수준”의 “열린 연구”는 가능한가? 학교당국은 현재 산재한 대학원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함은 물론, 대학원생들을 진정한 학문적 성장의 파트너로서 존중하라.

  학교와 학문 발전을 위한 대학원생들의 진정어린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 학교당국은 교직원들 및 교수들만 열람할 수 있는 내부 전산망을 통한 ‘서신왕래’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착각하지 말라. 학교당국은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학문 간의 균형 발전을 통해 가능한 우리 학교의 진정한 발전방안에 대해 성실하게 검토하라.

2010. 6. 14.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 사학과 대학원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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