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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낮잠처럼 봄은 느릿느릿 온다. 아니 따뜻한 햇살에 속아 밖으로 나갔다가 차가운 바람에 화들짝 놀라면 봄은 "내가 그렇게 쉽게 너의 곁으로 올 것 같니?" 새침하게 말하곤 다시 사라져버린다. 그래도 분명한 건, 봄은, 오고야 만다는 사실이다. 느릿느릿. 3월 봄보다 한발짝 먼저 우리곁으로 온 책을 읽으며 느릿한 봄을 기다려 보기로 하자.



젊은 날의 책 읽기 -그 시절 만난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시계를 바꿔놓았다

김경민 지음 | 햄앤파커스 펴냄


이미 차고 넘치는 '책읽기'에 관한 책이지만 이 책은 새로워보인다. '젊은 날'이라는 수식어와 푸른 빛 감도는 표지가 봄처럼 싱그러워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비주얼이 아닌 통찰,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 야심이 아닌 진심, 스펙이 아닌 통찰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젊은 날, 한 권의 책이 마음으로 훅- 들어왔을 때... 어느 한부분에 밑줄을 긋고 까맣게 잊어버렸다가 그 밑줄 그은 말들이 어느날 툭- 내 삶에 떨어졌을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젊은 날 한번 쯤 읽어도 좋을 이 책의 선택에 주목해보자. 






자고 있어, 곁이니까

김경주 지음 | 난다 펴냄


아, 내게는 너무 어려운 시를 쓰는 시인. '아버지'라는 이름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남자, 김경주가 아이의 태동부터 태어나는 순간부터 쓴 글이라니. 이 책 출간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이 책은 반드시 사야한다고, 생각했다. 아이 엄마가 된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이 '보통일'이 아닌 '기적'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런 기적의 순간들을 경이로운 마음으로 기록한 글이라면 그것은 단지, 그와 그이 아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에게도 울림이 될 것 같다. 





  • 3시의 나
  • 아사오 하루밍 지음 | 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펴냄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듯 일상이 차곡차곡 쌓이면 내가 되고 인생이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깨닫게 되면 하루하루가 새롭다. <3시의 나>는 매일 매일 오후 3시의 일상을 소소하게 기록한 책이다. 참 매력적인 기획이다. 지루하고, 별 것 아닌 일상인데 모아놓으면 특별해지고 '별 것'이 되는 마법같은 책을 보면 나도 '3시의 나'를 기록하고 싶어질 것 같다. 그나저나 최근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읽고 일본 일러스트 작품에 흥미가 생겼는데 이 작품도 그 흥미를 이어가게 돕는 역할을 할까?





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상실에 대한 153일의 사유

량원다오 지음 | 김태성 옮김 | 흐름 펴냄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용서가 아니라 위로야"라고 드라마 여주인공은 말했다. 사람이 사람의 상처를 극복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위로'다. 진정한 위로는 서로의 상처를 꺼내놓고 그 상처들끼리 만나게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가 연인을 잃은 상실의 슬픔에 빗대어 하나의 세계가 닫히는 고통을 그린 산문집"이라는 책에 대한 설명을 보면 지은이와 함께 따뜻한 차를 나누며 그 상처를 보듬고 위로하고 싶을 것 같다. 그러다보면 그 사람이 위로받는게 아니라, 내가 위로받게 될 것 같다. 지은이가 상처를 꺼내었으니, 이제 내 상처를 꺼내어 서로 만나게 하자. 그리고 묻자. "당신 상처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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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2013-03-06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신간평가단 책인 <마흔의 서재>에 대한 리뷰를 올려주세요.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 엄마는 '가방끈'이 짧다. 그러나 엄마는 세상 누구보다 지혜롭다. 우리 엄마는 책 읽을 여유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평생 고단한 노동을 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가끔 엄마가 쓰는 글은 마음을 울린다. 만약 엄마의 일생이 엄마에게 조금 더 너그러웠다면... 엄마는 멋진 소설가가 되었을 것이라 가끔, 확신하곤 한다.


얼마 전, 엄마가 큰 수술을 받았다. 약 3개월 이상 다리에 깁스를 해야 하는 수술이었다. 엄마가 아프니, 엄마가 세상 밖으로 갑자기 훌쩍 떠나버릴 것만 같아 자꾸만 엄마 곁을 서성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부터 한 권씩, 한 권씩, 엄마에게 책을 선물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평생 고단하게 살아오신 엄마가 책을 통해 위로받고, 책을 통해 엄마가 살아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고 꿈을 꿔봤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엄마가 책 읽고, 글을 쓰는 활동을 통해 엄마의 인생을 보상받기 원했다.

<엄마와 함께 한 마지막 북클럽>는 그런 나의 마음을 이해한 책 같았다. 저자 윌 슈발브와 췌장암 진단을 받은 엄마, 메리 앤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함께 '단 두명 뿐인 북클럽'을 통해 책에 대해,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엄마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엄마, 함께,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보기만 해도 이 책이 무엇을 의미하는 줄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책 내용은 그 의미 이상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그래서 이 책은 '내 마음 같은 책'이다. 

처음에는 '책'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책보다는 인생, 특히 죽음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낸 책이었다.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엄마에 대한 회고를 통해 인생과 죽음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그러므로 이 책은 결국 '엄마'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셈이다. 

우리는 어떻게 삶의 보폭을 지켜나가야 할지 배워야 한다.어떤 속도로 살아가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삶 속에 무엇을 끼워 넣고 포기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기념하고 무시할지, 어떤 책을 읽고 치워야 할지, 심지어는 언제 어머니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야 하고, 또 언제 죽음에 대해서만은 결코 이야기해서는 안되는지 배워야만 한다. p.146

엄마와 함께 한 마지막 북클럽이, 엄마를 잃고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윌 슈발브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죽어가는 사람의 곁에 있다면 과거를 기념하고, 현재를 살아가며, 동시에 미래도 애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워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때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나는 어머니가 사랑했던 책을 기억하게 될테고, 아이들이 충분히 나이 먹으면 그들에게 그 책을 주고, 그것이 바로 할머니가 사랑했던 책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너무나도 어린 손주들은 결코 할머니의 눈을 통해 영국제도를 바라보지 못할 테지만, 할머니가 사랑해 마지않던 작가들의 눈을 통해서는 얼마든지 볼 수 있을 것이다. pp.183-184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은 이러하다.

어머니의 침대 옆에는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이 있었고, 여전히 9월 11일 금요일에 책갈피가 꽂힌 채였다. 나는 책을 펼쳐 그날의 [성경] 구절을 먼저 읽어보았다. 책 전체에서 가장 짧은, 단 세 마디로 이루어진 글귀였다. "당신의 나라가 임하옵소서"

그다음에 나머지 부분도 읽었다. 맨 마지막 인용문은 존 러스킨의 글이었다. "주님의 나라에 들기를 소망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위해 기도하지 마라. 하지만 그곳에 들고자 한다면, 기도만으로 부족하다.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나는 이 문장이 어머니가 생전에 읽은 마지막 글이라 믿는다. p. 431.

이 책을 엄마에게 선물해야겠다. 그리고 엄마가 세상에서 읽을 마지막 문장,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읽을 마지막 문장은 어떤 문장일까... 고민하며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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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어쩌면 중력을 버텨내는 일, 그게 전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45


지구에서 사는 게 힘겹지 않은 존재는 없습니다. 그들은 사랑을 하고, 씨를 퍼트리고, 서로 죽고 죽이며, 지구에서 버티고 있죠. 그게 다인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지구가 시속 1,667킬로미터로 돌고 있다는 걸 안다면, 어느 누구도 그렇게 고개를 쳐들고 다닐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느 순간 무지막지하게 돌고 있는 지구에서 떨어져나갈지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신의 손이 조금이라도 빨라지기라도 한다면 모두 지구에서 떨어져나갈걸요. 이제부터라도 납작 엎드려 무엇이든 붙들고 다녀야 할 겁니다. 지구에서 살아남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p.75



우연히 읽은 문장이 어떤 날 큰 위로가 된다면, 그 문장은 차가운 글자들의 나열이 아니라 살가운 '벗'이 되기도 한다. 차가운 기계와 따뜻한 이야기의 만남. 그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도리어 특별해지는 이유이다. 무명의 목수 김진송이 나무를 깎고, 그 위에 이야기를 입힌 이 책을 읽으며, 작은 물건에도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반갑고 고마웠다. 책 속에 담긴 작품도 의미있었지만 내가 눈여겨 보았던 부분은 그 작품의 배경이 된 설계 도면이었다. 아, 한 편의 이야기가, 하나의 삶이 저런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구나... 생각하니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더랬다.

글은 쉽게 읽히지만 가끔 여러번 읽게 되는 문장들이 있고, 오래 시선을 잡아 끄는 작품들도 보여 눈과 마음이 풍요로웠다. 다만 책의 만듦새나 글의 품질이 고르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웠다. 역시, 책이란 편집 영역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책이었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중력을 버텨내는 일, 그게 전부인지도 모르겠'다는 작가의 말처럼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그저 견디는 것 뿐일 때가 훨씬 더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자꾸 욱신거린다. 버티기는 커녕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리는 내가 버겁기만한 삶의 중력을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싶어 아득하기도 하다. 삶을 품은 기계처럼, 기계를 어루만졌던 이야기들처럼 팍팍한 일상을 견뎌낼 '이야기'들을 많이 만들어내면 중력을 버텨내는 일이 조금 더 가벼워지려나? 음... 나도 나무를 깎으며 수양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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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은 2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목숨값이 가장 비싼달" 

짧기에 더 애틋할 수밖에 없는 2월.

2월에는 어떤 책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소설의 기술 -밀란 쿤테라 전집 11

밀란 쿤테라 지음 | 권오룡 옮김 | 민음사 펴냄

소설가의 소설이나 시인의 시보다 그의 에세이를 읽을 때 늘낄 수 있는 글의 맛이란게 있다. 김훈의 에세이가 그러하고, 최근에 읽은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가 그러했다. 산문이란 소설보다 정직하기에 나는 소설가나 시인의 산문을 즐게 읽게 되는 것 같다. 마치 멀게만 느껴졌던 선생님 댁에 방문하여 선생님의 일상을 본 후 급 친해진 느낌이랄까. 

이 책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유명한 밀란 쿤테라의 산문을 모아놓은 책이다. 정확하게는 자신의 소설들에 대해서 쓴 산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밀란 쿤테라의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하고 싶거나, 그가 쓴 문장의 맛을 더 진하게 느끼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이 책에는 어떤 밀란 쿤테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가 된다.




벼랑 위의 꿈들 -길에서 만는 세상, 인권 르포르타주

정지아 지음 | 삶창 펴냄

얼마 전 <현시창>을 읽고, 당분간 잔인한 현실에 내몰린 이웃들의 이야기를 외면하고 싶었던게 사실이다.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우리는 그들의 이웃이니까. 아니, 그들이 곧 나이기도 하니까. "작가란 언제 어디서든 당대의 모순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작가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어디 작가뿐이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당대의 모순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증인이 되어야 하는 사람들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텔레마케터, 장애인활동보조인, 간호사, 택시운전사, 강정마을 주민, 드라마 보조작가, 오토바이 배달원, 요양보호사, 운동선수, 청년구직자, 영화 미술감독, 트럭 운전사 등 작가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누구도 귀기울여주지 않을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 대신 담아주어, 고맙고 미안하다.


달콤한 소금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맛내기

프랑수아즈 에리티에 지음 | 길혜연 옮김 | 뮤진트리

솔직히 처음에는 요리 에세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반전! 평생을 학술 연구에 바친, 80세의 저명한 인류학자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라니! 게다가 이 짧은(94페이지) 책이 2012년 프랑스 서점계를 뒤흔들었다니! 흥미롭다. 저자는 "우리가 인생의 맛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글을 시작하는데... 요즘 나의 고민과도 맛닿아있다. 늘 같은 삶, 맛으로 친다면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그렇고 그런 맛'같은 삶을 살며 인생의 감칠맛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이 그런 나의 고민에 해답을 던져줄 수 있을까? 일단, 제목이 참 감칠맛 난다^^




한 번 해도 될까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셰릴 T. 코헨 그린, 로나 가라노 지음 | 조윤정, 이병무 옮김 | 다반 펴냄

얼마 전 지인이 이 영화를 소개하며 "꼭 봐야 할 영화"라 극찬했는데, 책으로도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워 소개해 본다. 평생 900명의 의뢰인과 섹스를 시도한 남다른 직업 '대리 파트너(surrogate partner)'로 살아가는 셰릴 코헨 그린이 평생동안 9백명의 의뢰인들과 만났던 이야기를 회고하는 내용이다. 대리 파트너란 의뢰인의 성적 고민에 대해 상담하며 실습을 하는 직업인데... 이 회고록은 그녀의 의뢰인이었던 버클리 출신의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인 마크 오브라이언의 치료를 돕는 내용에서 시작된다. 그녀를 통해 듣게 되는 섹스, 사랑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 책도 읽고, 영화도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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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요"

"니가 찾는 어디는 어디에도 없을꺼야"


일상에서 느끼던 답답함을 토로하던 나에게 선배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사실, 그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여기든, 어디든,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여행보다는 일상의 신비를 찾아내는 편이, 사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체념해버렸으니까. 


<안녕 다정한 사람>은 열명이 자신의 '어디'를 정하고 자유롭게 여행하고 쓴 에세이다. 작가 이병률이 사진을 찍고, 은희경, 이명세, 이병률, 백영옥, 김훈, 박칼린, 박찬일, 장기하, 신경숙, 이적이 글을 썼다. 이 책은 여행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가령, 기획은 하되 여행지는 여행할 사람이 스스로 선택하게 한달지, 어떤 프로그램을 가지고 접근하는게 아니라 여행자의 취향과 개성을 최대한 살렸달지... 이런 노력들이 이 책을 더 반짝거리게 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하여 우리는 은희경의 여행에서는 호주라는 장소보다는 와인에 대해, 태국에서도 지속되는 영화에 대한 이명세의 열정에 대해, 백영옥과 함께 왕가위의 도시 홍콩에 대해, 미크로네시아에서의 김훈의 지적 성찰에 대해, 박칼린을 통해 '아름다운 곳이란 조금 멀리서 그리워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장기하와 이적의 여정을 통해 예술과 음악에 대한 진지한 그들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우리에게 질문을 하게 되는 책이다. "당신의 어디는 어디입니까?" 이 질문은, 일상에 너무 깊게 담궈져 더이상 '어디'를 꿈꿀 수 없는 우리에게 선물과 같은 질문이다. 책을 덮으며 뒷편에 실린 여행에 대한 각자의 단상을 유심히 보았다. 

-은희경에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의 게임
-이명세에게 여행은 책상을 걷어차고 이미지 만들기
-이병률에게 여행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
-백영옥에게 여행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도돌이표
-김훈에게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
-박칼린에게 여행은 물이고, 시원한 생수고, 수도꼭지
-박찬일에게 여행은 좋은 친구와 여행을 떠나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
-장기하에게 여행은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타게 된 전철 창밖으로 바라본 풍경이 문득 참을 수 없이 아름다운 것
-신경숙에게 여행은 친숙한 나와 낯선 세계가 합해져서 넓어지는 일
-이적에게 여행은 현실을 벗어나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것,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 것

좋은 책이란, 질문을 남기는 책이라 생각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에게 여행의 의미는 뭘까. 나의 '어디'는 어디일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든, '여기' 삶이라는 여행이든, 질문을 던지며 사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리라. 관광과 여행은 분명 다른 표현이다. 똑같이 파리를 가더라도 어떤이는 관광을, 어떤이는 여행을 하게 된다. 여행에 대한 책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속깊은 친구와 함께 소중한 기억을 나누어가진 여행'과 같다. 

자, 이제 책을 읽었으니 지도를 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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