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 OWN XXX
Alfie Lee 지음 / Bits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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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 문학에서 등장하는 인물과 그에 따른 서사가 남성 위주인 작품을 알탕이라고 표현한다. 남성이 주인공이고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나 기타 비중 있는 역할을 맡는 사람 또한 남성이다. 이러한 문화에서 주로 여성이 맡는 역할은 그 자리에서 가만히 앉아 남성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예쁜 꽃이나, 남성이 구원하러 올 때까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 등으로 표현된다. 남성들이 그들만의 세계에서 서로 연대와 친목, 승리를 쟁취하는 동안 왜 여성들은 그들의 트로피가 되어 남성을 기다려야만 했을까.

남성이 주연이 아닌 오직 여성만이 등장하고 여성이 다 해 먹는 작품이 그리웠다. <UR OWN XXX>에서는 모든 등장인물이 여성이며, 어느 정도의 픽션이지만 보다 현실에 가까운 레즈비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단편 모음집이라서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있지만 구성된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여성과 여성의 사랑은 사람들이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한 종류일 뿐이라고. 우리는 여성과 남성의 사랑이 주류인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여성과 여성의 사랑이 비주류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저 각자의 사랑이 다른 것뿐이라는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깊게 남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 쉽게 그때의 감정으로 서로의 손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평소 같으면 화날 일도 아닌데, 서로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싸움이 더 커진다. 아마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계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분명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때의 미성숙한 사랑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가장 큰 발판이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다른 색채로 변해버린 내 과거의 미성숙한 사랑이 이제는 기억 속에서 온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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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E. M. 리피 지음, 송예슬 옮김 / 달로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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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예쁠 필요가 없고, 평가당할 이유 또한 없다. <스킨>의 도입부에서는 주인공 나탈리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자신을 보고 비웃는 것 같은 피해망상에 빠진 장면이 자주 나온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예쁘고 날씬한 몸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여성의 특권이라고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은 이 특권을 누리는 것이 여성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예뻐야 하는 나를 죽어도 포기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완벽하게 내 마음에 드는 아름다운 얼굴과 몸은 통과할 수 없는 시험 같은 것이다. 아무도 도달할 수 없는데 거울을 보면 나 자신만 불합격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사실 나만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게 아니라, 모든 여성이 거울을 보면서 자신만 불합격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건 애초에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닌데도.

여성들과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나탈리들은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더욱 마른 몸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외모지상주의의 명백한 피해자인 여성들이 끊임없이 피해를 입었고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여성이 지쳤다.

우리는 예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더는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어렸을 때부터 여성을 항상 평가 대상에 놓아 온 우리는 아무도 평가를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무지하고 무책임한 태도로 여성에 대한 평가를 정당화시킨다.

인생의 행복과 기쁨은 아름다운 외모나 날씬한 몸이 채워 주는 게 아니다. 지금 당장의 공허함은 예쁜 외모가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취와 건강한 내면을 돌보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채워지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 주는 마음이 커질수록 진정한 나와 만나는 것에 한 걸음 가까워진다.
 
더이상 세상의 모든 나탈리들은 한 철 피고 지는 꽃이 아닌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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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캔 별숲 동화 마을 41
은경 지음, 유시연 그림 / 별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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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 1972년 개정된 독일의 동물보호법 제 1조 1항의 내용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동물들이 양질의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은 갖춰지지 않고 있다. 또한 동물 학대 및 애니멀 호더, 대형 축산 산업 등과 같이 반려동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또한 울진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산속에 있는 개농장 주변의 산이 모두 불탔고, 개농장주가 철장을 열어주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서 많은 개들이 철장 안에서 재가 묻은 채로 질식사로 죽는 일이 일어났다. 300마리 이상의 개들이 있던 대형 개농장은 개농장주의 소유라 살아있는 개들을 임의로 구조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구조를 위해 방문한 동물권 케어 단체가 할 수 있는 건 지자체에 민원 넣는 일뿐이었다. 평생을 철장 속에 갇혀있다가 화재로 질식사한 개들과 눈, 얼굴, 몸에 화상을 입고 살아남은 개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감정과 고통을 느낀다. 동물의 크기가 인간보다 작다고 느끼는 고통도 작은 것은 아니다.

22년 3월 기준, 최근 3년간 설•추석 연휴와 여름휴가에 버려진 반려동물이 3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은 쉽게 사고파는 물건이 아닌데 너무나 쉬운 선택과 결정으로 수많은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있다. 보통 어릴 때의 모습이 귀여워서 키우다가 나이가 들고 몸집이 커지면 유기하는 사람들. 그들은 진심으로 내가 정말 아이를 데려와도 되는 걸까 고민해 본 적이 있을까. 모든 생명은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자라는 게 당연한 일인데.
 
한 아이라도 평생을 함께할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된다면, 한 명이라도 펫샵 소비보다 유기동물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면, 모든 동물들이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 번 가족으로 데려온 반려동물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너무나도 짧지만, 반려동물의 살아가는 동안 우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삶의 전부이니까.

반려동물에게 우리는 곧 하나의 우주이자 완전한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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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법 -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인간관계 처방전
정재훈 지음 / 마인드셋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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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맞는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인생에 쉬운 일은 없다고 하지만 그중에서 인간관계는 왜 이렇게 혹독하게 얽혀있는지, 시작과 끝 둘 중 어느 하나도 무탈하게 지나가는 것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만남은 두렵고 헤어짐은 아쉽다. 이런 모순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나는 떠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헤어짐은 이유가 뭐든 잘 헤어진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고, 반드시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를 아껴 주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도 많다. 내가 싫다는 무례한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데 애쓸 시간에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한 번 더 생각하기로 했다.

나를 아프게 하고 상처 입히는 것은 주로 인간관계에서 일어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는 존재 또한 인간관계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가족이든 타인이든 나를 가장 잘 이해하면서 나와 제일 잘 맞는 건 나 자신이다. 누구든 너무 가까워지고 붙어있으면 몰라도 되는 부분까지 알게 되면서 점점 불편해지고, 친하고 편해져서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으면 안 된다.

나를 절벽으로 민 사람 덕분에 내가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날이 있듯, 앞으로는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가장 우선시 여기면서 행복한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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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체력
클레어 데일.퍼트리샤 페이튼 지음, 이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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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과 친절은 체력에서 나온다. 인터넷상에서 유명했던 구절이다. 타인에게 다정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자신에게 있다. 나 자신의 체력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충만해야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이 구절은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체력이라는 건 단순히 러닝머신을 오래 뛰는 신체적인 체력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체력도 포함된다. 또한 체력이 는다는 건 신체적인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적 체력도 함께 증가한다는 것이다. 정신적 체력은 고통을 견디고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밀고 나가는 힘이며, 인내심이나 자제력, 판단력 향상 등 겉으로는 알 수 없지만 건강한 마인드를 유지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준다.

살아가면서 체력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은 너무나도 많다. 체력이 좋아지면 고통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져서 인내심 또한 길어진다. 또한 호흡이 길어져서 표현력이 향상되고, 집중력 또한 증가한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상태면 예민하거나 신경질적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이는 체력이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최고의 체력>을 읽으면서 체력의 중요성과 긍정적인 생각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고 내가 깨달은 것은, 수없이 그냥 죽을까 고민하던 사람이 일단 하루라도 살아내는 게 잘 사는 일이다.

꼭 거창한 뭔가를 해내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더라도, 설령 여전히 깊은 자기혐오를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그냥 하루라도 삶을 이어가는 게 잘 사는 것이다. 타인에게 일부러 상처와 고통을 주려는 게 아니라면, 모든 삶은 잘 사는 거라고.

나와 인연을 맺고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평안하고 즐겁기를 바란다. 또한 앞으로 나를 갉아먹었던 사소한 기억을 오래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넘기며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인 체력을 기를 것이라고 다짐한다. 오늘보다 내일 더욱 성장한 나는 오늘 밤도 좋은 것들을 떠올리며 내일의 체력을 비축하며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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