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클럽
김쿠만 외 지음 / 냉수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리기는 언제나 이상하다. 분명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데도 몸은 앞으로 나아가고, 고독하게 시작한 걸음이 어느새 세상과 가장 친밀한 인사가 된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턱끝까지 차올라도 ’조금만 더‘라고 외치며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그게 바로 달리기다.

<러닝클럽>은 바로 그 기묘하지만 다정한 달리기의 본질을, 다섯 개의 숨결과도 같은 단편을, ’러닝클럽‘이라는 하나의 세계관을 연결하여 엮어 만든 소설이다. 소설 속 각각의 이야기는 그저 단순히 ’달리기‘라는 단어 그 자체와 운동화를 신고 길 위를 달리는 행위를 넘어선다.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의도치 않은 자신의 실수를 숨기기 위해, 누군가는 실패를 딛고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기 위해, 또 누군가는 그저 단순히 자연과 하나 되기 위한 마음으로 달린다. 달리기를 통해 땀으로 적신 시간들은 결코 똑같지 않지만, 그 끝에는 어딘가 닮은 듯한 안도감과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것들에 대한 해방이 기다린다. 이렇게 달리기는 바로 ’나‘라는 존재를 다시 쓰는 조용한 치유의 방법이 된다.

달리기는 그저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일임을 책은 조용히 일러준다. 숨이 막히는 순간에도 우리는 계속 달린다. 멈추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음을 조금 더 확실히 느끼기 위해서. 그렇게 내딛는 한 걸음마다 우리는 어제의 나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진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분명 우리의 마음에도 분명 작고 선명한 다짐이 생겨날 것이다. 운동화 끈을 다시 조여 볼까. 이 다짐은 달리기를 시작하고 싶다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벅찬 열망이다. <러닝클럽>은 그 열망을 조용히 응원하며, 마치 오래 기다려준 벗처럼 우리의 곁에 묵묵히 서 있는다.

또한 <러닝클럽>은 가장 빛나는 지점은 달리기를 향한 순수한 예찬에 있다고 말한다. 달리기의 진짜 목적지는 기록도, 완주도 아닌 바로 우리의 마음이라고. 그러니 오늘, 잠시 밖으로 나가 바람을 등에 업고 걸음을 옮겨 보는 건 어떨까. 언제나 그렇듯, 달리기는 우리 편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윤지영 지음 / 클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사회의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 있다면 과연 거울에는 어떤 모습이 비춰질까. 아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스스로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는 노동자들의 삶이 아닐까. 우리 주변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거의 머무르지 않는 곳까지 모두 그들의 삶이 담겨있다.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의 저자는 스스로를 ‘노동 변호사’라고 칭한다. 또한 저자 역시 역시 노동자 집안의 딸로 태어나 평생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노동자라고 소개하며, 15년 넘게 노동 사건만 담당하며 노동자들 편에 섰다. 오직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애쓰는 노동자와 그들의 곁을 지키는 노동 변호사, 그들이 함께했던 수많은 사건을 책 한 권에 담아내기는 부족하다.

'노동자'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들이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버겁기도 하고, 때로는 슬프기도 하다. 아파트 경비원의 고된 밤, 콜센터 상담원의 숨죽인 분노와 울분, 비정규직 방송 PD의 끝없는 불안, 택배 노동자의 타오르는 여름과 살을 에는 겨울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다.

노동자의 삶은 부당함과 불안함 속에서도 끝내 존엄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내려는 강한 의지를 담은 과정이다. 개개인의 삶은 모두 다르고 품고 있는 사연도 제각각이지만 결국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억압된 사회 구조에서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이야기들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노동이라는 단어를 듣고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든 간에 결국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자, 나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노동'이 단순한 생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 우리는 노동을 통해 살아가고, 타인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며, 자아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꿔야 할까. 일하는 사람이 그저 '하나의 사람'으로 존중받는 사회, 노동자의 노동의 가치가 폄하되지 않는 사회, 누구나 일하는 노동자가 되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가 곧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와 같다는 걸 깨닫는 순간, 마음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울림이 생겨날 것이다.

'노동자'는 더 이상 타인이 아니다. 그들이 처한 현실을 깨닫고, 기억하고, 연대하는 것. 결국 그것이 우리의 삶을 지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 우리의 삶을 넘어선 본질에 대한 이야기 세스 시리즈
제인 로버츠 지음, 매건 김 옮김 / 터닝페이지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늘 무언가를 잃어버리며 살아간다. 사랑하는 사람, 지나간 시간, 잊히는 기억들. 그 모든 것들은 정말 완전히 사라지는 걸까?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존재와 소멸에 대한 철학적인 답변을 준다. 삶과 존재에 대한 사유와 영적인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어떻게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사라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우리가 상실이라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새로운 형태로 순환하며 계속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중했던 누군가가 떠나도, 그 사람과의 추억, 감정,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서 살아간다. 종종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면서. 한때의 감정을 결국 소멸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일부가 되어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우리가 경험한 모든 순간들은 흔적으로 남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해서 우리의 세계를 형성하고 확장시킨다.

우리가 이별이라 부르는 순간들은 완전한 단절이 아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우리의 존재와 의식은 단순한 물리적 세계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더 넓은 차원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깊은 통찰을 전한다.

우리는 육체적 감각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지만, 그 너머에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의식이 존재한다. 삶과 죽음조차도 하나의 순환이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시야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존재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 속에서 사라졌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닿을 수 없는 그들과의 기억, 돌아갈 수 없는 지난날의 자신,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순간 같은 추억들. 그 모든 것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겪는 상실은 더 이상 절망이 아니며, 모든 것은 형태를 바꿔 계속해서 존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의 주장법
허진희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의 주장법>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다. 일제강점기라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독초‘라는 기묘한 소재를 중심으로 얽혀가는 인간 군상의 서사를 통해, 우리는 선과 악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독초’가 놓여져 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과 그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권력의 실타래까지.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점점 선과 악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오히려 ‘악을 어떻게 주장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

독초는 얼핏 보면 죽음을 초래하는 상징물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약초가 될 수도 있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독초를 상징하는 인간의 논리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주장은 정의로움을 띠지만, 때로는 그 정의가 폭력적인 정당성을 띠고 악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마다 서늘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 <악의 주장법>은 그런 책이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선과 악의 경계는 더 흐려진다. 그럼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정당화하며 살아왔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텨온 시간은 전부 내 힘이었다
신하영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상처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깊숙이 자리 잡는다. <버텨온 시간은 전부 내 힘이었다>는 그런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 책이다. 또한 작가가 직접 겪은 삶의 이야기와 그 안에서 깨달은 불행과 용기에 대한 진실을 담아냈다.

책의 시작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고통의 순간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시작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겪었던 상처와 실망, 그리고 그 안에서의 성장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낸다. 우리가 종종 사랑을 이유로 참고 견디거나,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사랑이 반드시 고통을 수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받기 위해 애썼던 날들, 상대에게 맞추며 나를 지워야 했던 순간들,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한 자기 자신. 책 속의 이야기는 비단 한 사람만의 경험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겪어봤을 법한 감정과 맞닿아 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 다시 일어나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실패와 좌절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선택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처를 입고, 때로는 그 상처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두려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강한 존재이며, 버텨온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온 시간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버텨왔음을 인정해 본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도 내 힘으로 살아갈 용기를 낸다.

불행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상처 속에서도 빛을 발견하며, 여기까지 살아온 나를 다독여주고 싶다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지만 큰 위로이자 선물이 되어 줄 것이다. 버텨낸 모든 순간이 결국 우리를 빛나게 한다는 걸 잊지 말자. 결국 모든 건 내 선택과 의지를 통해 이루었던 거라고, 잃어버렸던 자기애는 사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했던 거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