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전소현.이선우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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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타인의 삶을 알아가는 건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다. 특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가 생긴다. 바다에서 일한다고 하면 어부라는 직업이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를 읽고 난 후에는 바다에는 내 생각보다 더 많은 직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처럼 바다 위에서 선박의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직업, 선박 기관사는 흔히 말하는 남초 직업이다. 사고라도 치면 다음 해에 여성 사관 채용이 제한될 수도 있고, 일을 잘하지 못하거나 방해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더 신경 쓴다는 본문의 내용이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졌다.

여성 기관사라고 해서 남성 기관사보다 일을 못하거나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 단지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여성은 남성보다 약한 존재라는 고정관념일 뿐이다. '여성 기관사'뿐만 아니라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직업에는, 오랜 시간 사회적으로 굳어진 편견과 선입견이 존재한다.

각자 몸담은 분야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고 뚜렷하게 존재하는 여성들을 보며 깨닫는다. 여성은 없었던 게 아니라 그저 남성에게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라고. 여성은 남성의 배경이 아니다. 모두 각자가 오른 무대의 주인공이다.

내 마음대로 흘러가는 인생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항상 원하는 대로 풀리지는 않는다. 갑작스러운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닥친 시련을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매 순간 애쓰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통과 좌절, 시련을 겪은 사람은 다른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처음보다 더 의연하고 수월하게 헤쳐 나간다. 뿌리가 깊으면 더 흔들리지 않는다. 바다 위에도 길은 있고, 우리의 현재에도 미래로 나아갈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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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리턴즈 - 꿈과 열정이 있는 한 우린 영원한 스무살입니다
오애란.나애정.우희경 지음 / 대경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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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자기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사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사회에서 각 나이에 맞게 정해준 룰대로 따라가지 않으면 세상의 흐름을 거스르는 비주류의 삶이라고 낙인찍는다. 몇몇 무례한 사람들은 나이라는 숫자 하나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인생을 함부로 결정짓기도 한다. 이렇게 편협한 시각으로 남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자신을 포기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사회와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나이에 대한 스스로의 검열과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 일만 하면서 살아야 하는 삶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

평균 수명의 증가로 백세시대가 열렸다. 비록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잘못된 길이라도 100년 중에 1-2년 정도 허덕인다고 해서 크게 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망해도 나는 망하지 않는다.

결과까지 좋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인생은 결과보다 과정에 더 많은 가치가 있고, 진정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루고 싶었던 꿈이 있고, 동경해 왔던 인생의 발자취가 있고, 스스로 행복을 만들고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려는 마음이 확실하다면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는 이미 끝났다. 내 두 번째 스무살의 꿈을 향해서 전진하는 길이라면 모든 길이 기쁨의 과정이다.

내 마음에는 은하수가 흐르고, 내 노력은 찬란한 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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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난 물고기 모어
모지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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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어보지 못하고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알아간다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다. 이건 내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 잘 알지 못하는 분야나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배우는 건 늘 새로운 도전처럼 느껴진다. 특히 드래그 아티스트라는 직업은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가진 내게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회에서는 무용수를 성별에 따라 남성은 발레리노, 여성은 발레리나라고 지칭한다. 하지만 <털 난 물고기 모어>의 작가 모지민 아티스트는 발레리노가 아닌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딸도 아니고 아들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삶을 살아가며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모두가 다 같을 수는 없다. 모두의 취향은 각자 다르고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인 그냥 그런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세상이 정해놓은 주류의 인간상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주류의 인간이 되고, 그걸 납득시켜야 하고, 숨겨야 하고, 이해할 문제가 아닌데 이해해 달라고 하고, 죄지은 것처럼 긴장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틀린 게 아닌 다른 것이라는 걸 세상이 깨닫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좋아한다. 모순으로 가득한 삶 속에서 남성도 여성도, 강자도 약자도 아닌, 아름다운 한 인간으로 살아가겠다는 말이 계속 맴돈다.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의 해방, 슬픔에 삶의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 아이러니한 인생에 대한 수용과 구원.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그와 모어들이 어제보다 오늘 더 자유로운 날갯짓을 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의 차별과 편견에 맞서고 있는 모든 모어들에게 응원과 연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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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지민석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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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를 유난히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배려심이 깊고 이해심이 많다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분명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 또한 있는데, 모두를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면 결국 제일 힘들고 상처받는 건 나 자신이다. 이해심 많은 성격이 나쁘다는 건 아니며, 굳이 바꿀 필요는 없지만 가끔이라도 내 기분을 먼저 생각하고 나 자신 위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한결 편해진다. 삶은 끊임없이 나 자신을 살피고, 발견하고, 이해하고, 알아가는 일이다.

사람은 상처를 통해서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상처가 언제나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아니다. 한때 나를 다치게 하고 아프게 한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고, 아문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흉터로 남아있다. 성장은 나에게 진심 어린 격려와 지지를 해 주고 아낌없는 응원을 해 준 다정한 사람들 덕분이었다. 성장을 핑계로 상처를 주려고 하는 사람에게 감사할 일도, 가만히 당하고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나를 미워하거나 뭔가 이유가 있어서 상처를 주는 건 아니다. 단순히 '그냥' 상처 주는 말을 하고 나를 미워할 수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혹은 원래 그런 모난 말을 하는 게 버릇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누군가의 못된 말과 행동에 혼자 자책하며 하나하나 이유를 찾고 스스로 상처받는 일을 그만두자.

앞으로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하고 무탈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떠오르지 않더라도 현재의 다짐을 내 안에 담아놓고 있다 보면 분명 언젠가 스스로에게 찾아온 행복을 놓치지 않고 꽉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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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전학
정란희 지음, 신슬기 그림 / 현암주니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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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전학이란 가정폭력 피해 학생이 전학을 갈 때 아동학대 행위자, 가정 폭력 가해자에게 학생이 전학 간 학교, 거주지, 연락처 등을 비밀로 하여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남자가 죽기 전까지는 절대 웃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한 다미의 마음이 얼마나 슬펐을까. 또한 웃고 싶은 일이 생길 때면 웃음 목록을 적어 놓는 다미를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 무책임하고 강압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어른들로 인해 왜 죄 없는 작은 아이들이 고통받아야만 할까.

지금까지도 가정폭력은 그 집안의 '집안 일'로 여겨지며, 가장 혹은 가부장의 권위를 내세워 버릇을 고친다는 말로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 폭력의 가해자들은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오로지 가족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가족주의적 사고는 가족에 대한 결속력을 부여함과 동시에 가족 외의 사람을 타인화하고 소외시킨다. 물론 각자의 가정에는 그들만이 가지는 사생활이 있겠지만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아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어린아이들이 내부의 폭력에서 스스로 벗어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한 가정이 규정한 그들만의 이기적인 방식에 그대로 예속되는 것은 바로 아동이다.

부모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거나 위기 상황에서 자녀를 보호할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는 것이 정책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아동은 여전히 위험에 처해 있고, 아동에 대한 학대가 이루어지는 주된 곳은 사회가 아동에게 안전하다고 여기는 ‘가정’ 내에서 이루어진다. 약한 존재인 아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에서 냉정하게 외면당하고, 가정 내에서 홀로 싸우고 있다.

주변의 무관심 속에 살 수 있던 많은 아이들이 죽어갔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물론 큰 틀에서 보면 사회의 미비한 아동 보호 제도와 정책 또한 문제가 된다. 하지만 누군가 관심을 조금만 더 쏟았다면 한 생명이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피해 아동이 많다. 앞으로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약자인 아동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어른답게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싶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장 답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이 작은 다짐을 내 안에 담아놓고 있다 보면, 분명 언젠가 그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가 살고 싶어 하는 세상은 이런 것이라고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세상의 변화는 그렇게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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