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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전학
정란희 지음, 신슬기 그림 / 현암주니어 / 2022년 3월
평점 :
비밀전학이란 가정폭력 피해 학생이 전학을 갈 때 아동학대 행위자, 가정 폭력 가해자에게 학생이 전학 간 학교, 거주지, 연락처 등을 비밀로 하여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남자가 죽기 전까지는 절대 웃지 않겠다고 굳게 맹세한 다미의 마음이 얼마나 슬펐을까. 또한 웃고 싶은 일이 생길 때면 웃음 목록을 적어 놓는 다미를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 무책임하고 강압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어른들로 인해 왜 죄 없는 작은 아이들이 고통받아야만 할까.
지금까지도 가정폭력은 그 집안의 '집안 일'로 여겨지며, 가장 혹은 가부장의 권위를 내세워 버릇을 고친다는 말로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 폭력의 가해자들은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오로지 가족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가족주의적 사고는 가족에 대한 결속력을 부여함과 동시에 가족 외의 사람을 타인화하고 소외시킨다. 물론 각자의 가정에는 그들만이 가지는 사생활이 있겠지만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아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어린아이들이 내부의 폭력에서 스스로 벗어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한 가정이 규정한 그들만의 이기적인 방식에 그대로 예속되는 것은 바로 아동이다.
부모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거나 위기 상황에서 자녀를 보호할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는 것이 정책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아동은 여전히 위험에 처해 있고, 아동에 대한 학대가 이루어지는 주된 곳은 사회가 아동에게 안전하다고 여기는 ‘가정’ 내에서 이루어진다. 약한 존재인 아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에서 냉정하게 외면당하고, 가정 내에서 홀로 싸우고 있다.
주변의 무관심 속에 살 수 있던 많은 아이들이 죽어갔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물론 큰 틀에서 보면 사회의 미비한 아동 보호 제도와 정책 또한 문제가 된다. 하지만 누군가 관심을 조금만 더 쏟았다면 한 생명이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피해 아동이 많다. 앞으로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약자인 아동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어른답게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싶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장 답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이 작은 다짐을 내 안에 담아놓고 있다 보면, 분명 언젠가 그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가 살고 싶어 하는 세상은 이런 것이라고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세상의 변화는 그렇게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