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난 물고기 모어
모지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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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어보지 못하고 경험해 보지 못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알아간다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다. 이건 내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 잘 알지 못하는 분야나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배우는 건 늘 새로운 도전처럼 느껴진다. 특히 드래그 아티스트라는 직업은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가진 내게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회에서는 무용수를 성별에 따라 남성은 발레리노, 여성은 발레리나라고 지칭한다. 하지만 <털 난 물고기 모어>의 작가 모지민 아티스트는 발레리노가 아닌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딸도 아니고 아들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삶을 살아가며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모두가 다 같을 수는 없다. 모두의 취향은 각자 다르고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인 그냥 그런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세상이 정해놓은 주류의 인간상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주류의 인간이 되고, 그걸 납득시켜야 하고, 숨겨야 하고, 이해할 문제가 아닌데 이해해 달라고 하고, 죄지은 것처럼 긴장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틀린 게 아닌 다른 것이라는 걸 세상이 깨닫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좋아한다. 모순으로 가득한 삶 속에서 남성도 여성도, 강자도 약자도 아닌, 아름다운 한 인간으로 살아가겠다는 말이 계속 맴돈다.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의 해방, 슬픔에 삶의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 아이러니한 인생에 대한 수용과 구원.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그와 모어들이 어제보다 오늘 더 자유로운 날갯짓을 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의 차별과 편견에 맞서고 있는 모든 모어들에게 응원과 연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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