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타인의 삶을 알아가는 건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다. 특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가 생긴다. 바다에서 일한다고 하면 어부라는 직업이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를 읽고 난 후에는 바다에는 내 생각보다 더 많은 직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처럼 바다 위에서 선박의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직업, 선박 기관사는 흔히 말하는 남초 직업이다. 사고라도 치면 다음 해에 여성 사관 채용이 제한될 수도 있고, 일을 잘하지 못하거나 방해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더 신경 쓴다는 본문의 내용이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졌다.여성 기관사라고 해서 남성 기관사보다 일을 못하거나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 단지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여성은 남성보다 약한 존재라는 고정관념일 뿐이다. '여성 기관사'뿐만 아니라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직업에는, 오랜 시간 사회적으로 굳어진 편견과 선입견이 존재한다. 각자 몸담은 분야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고 뚜렷하게 존재하는 여성들을 보며 깨닫는다. 여성은 없었던 게 아니라 그저 남성에게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라고. 여성은 남성의 배경이 아니다. 모두 각자가 오른 무대의 주인공이다.내 마음대로 흘러가는 인생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항상 원하는 대로 풀리지는 않는다. 갑작스러운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닥친 시련을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매 순간 애쓰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통과 좌절, 시련을 겪은 사람은 다른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처음보다 더 의연하고 수월하게 헤쳐 나간다. 뿌리가 깊으면 더 흔들리지 않는다. 바다 위에도 길은 있고, 우리의 현재에도 미래로 나아갈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