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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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노래 중에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라는 가사가 있다. 헤어짐의 순간은 누구나 그렇듯 힘들다. 하지만 만남은 헤어짐을 기약하는 새로운 시작이고, 헤어짐은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는 새로운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은 계속되고 있다.

이어령 선생의 유고집 <작별>은 삶엔 작별을 했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생명을 위해 남긴 마지막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우리의 삶은 하나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끊고 싶다고 해서 쉽게 끊어지는 끈도 아니다. 우리가 태어난 순간 우린 죽었고, 시작과 끝이 다 공존하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살아있는 존재일까 죽어가는 존재일까.

나이가 들고 살아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견디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진다. 세월에 무뎌지고 연륜이 생기면 삶이 좀 더 쉬워질 거라고 생각했던 건 내 오만한 착각이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토해내는 밤은 길었고, 와중에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것들까지 흘러 내려갔다.

잘 있어라, 하는 ‘잘’은 디지로그의 생명 자본, 눈물 한 방울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잘 있으라는 작별의 말은 슬프다. 모든 일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아름다운 이별을 이룩하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우리는 모두 안다. 내가 없는 이 땅에 태어날 미래의 생명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떤 말을 전할까. 적어도 내 마지막 메시지는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 세상을 얼마나 미워하면서도 사랑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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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업데이트할 시간입니다 - 흔들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당신에게
남궁원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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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업데이트를 통해 발전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휴대폰, 휴대폰 속의 작은 어플리케이션도 수많은 업데이트를 거쳐 발전한다. 이러한 기계들도 무수히 많은 업데이트를 하며 발전하는데, 우리의 마음은 왜 매번 상처받고 여리기만 한 걸까. 이제는 마음도 업데이트해야 할 시간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현실을 살아간다. 하지만 속을 알고 보면 이 현실이 버겁고 지쳐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사람이 꽤 많다.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내 잘못이 아닌 일로 아파하고, 꿈과 자신감이 한순간에 시들어버리는 일이 허다할 것이다. 그저 가슴속에 묻어두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감정을 끌어안고 억지로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

조금 더 단단한 마음을 지녔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하지만 고통의 순간은 언젠가 지나가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면 아픈 기억은 풍화되어 잊혀진다. 분명 살고 있는데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날도 올 것이다. 그냥 존재하며 버티다 보면 또 괜찮아지는 날이 온다. 우리는 이렇게 스스로를 업데이트하며 단단해지고 있다.

원래 인간은 불안하고, 그 불안함을 잘 감당하고 견디는 것이 성숙의 과정이라고 한다. 가끔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살아내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과거와 미래는 아무런 죄가 없고, 더욱 멋지게 현재를 살아낼 것이다. 그 과정에 작은 웃음과 행복이 존재해 우리를 강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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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니 시티 상상초과
임선경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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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는 '여자의 평생 숙제'라는 말은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다이어트를 해 보지 않은 사람 또한 찾기가 힘들다. 또항 자신을 다이어트라는 감옥 안에 가두고 혹사시켜도, 날씬하지 않으면 자기관리에 실패한 사람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한 가지의 음식만 먹으며 몇 주를 버틴다거나, 심한 부작용이 가득한 다이어트 식품이나 약을 먹으며 기본적인 식욕도 사라지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몸무게가 표준 체중에 해당해도 다이어트 부작용을 감내하면서까지 살을 뺀다.

<스키니시티>는 아름다운 인간만이 가치 있으며, 모든 인간의 목적은 오직 아름다움이어야 한다는 사상을 지닌 소설 속 인물 ‘굿펠로’의 사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소설 속 설정을 위해 허구로 창조한 사상이지만 왠지 모르게 우리 현대 사회의 모습과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외모 등급이 곧 삶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믿고 있는 파인 시티의 모든 시민과, 스키니시티가 옳지 않은 것이란 걸 알면서도 그 거대함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수긍하며 살아가는 가족들. 카타를 제외한 모든 인물은 삶의 방식이 자신의 온전한 행복보다는 사회의 기준에 맞춰져 있다.

평소에 별생각 없이 살던 같은 조건의 사람들이 이런 체계를 처음 접한다면 한두 번은 인식하는 정도로 넘어가더라도,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은연중에 높은 미의 기준과 다이어트 강박을 지니게 된다. 이런 강박을 계속 전시하다 보면 그 강박감이 다른 사람들까지 신경 쓰이게 만들고 서로에게 불안과 스트레스만 주다 결국 다른 사람들의 코르셋까지 조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외모를 가꾸는 것에 대해서 자기만족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유행따라 바뀌는 기준의 미를 따라가는 행동은 절대 자기만족이 될 수 없다. 아무리 더욱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몸매를 가꾼다고 해도 본인이 남과 비교하는 걸 끊을 수 없다면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S등급을 받는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과 만족은커녕 더욱 열등감을 느끼고 자존감은 더 낮아질 것이다. 본인에 대한 만족은 절대 남과 비교해서 얻을 수 없다.


급작스러운 변화가 무섭고 두렵다면, 사회의 잘못된 점을 깨닫는 것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변해 나가면 된다. 지금, 우리가 세상을 바꿔 놓지 않으면 수백 년이 지나도 이 사회는 그대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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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잊은 그대에게 - 불안하고 막막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
김성중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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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문학, 그리고 낭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낭만을 잊은 그대에게>는 사랑, 순수, 자유, 감수성, 아름다움의 가치에서부터 자연에서의 삶, 고독의 즐거움, 삶의 덧없음을 관조할 줄 아는 시선에 이르기까지 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이 설파했던 주요한 가치들이 소개되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오글거린다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감성과 낭만을 개인적인 기호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글거림'으로 치부하고 진심 어린 이야기를 웃어넘긴다. 오글거린다는 말은 문학과 감성, 낭만의 독이다.

우리는 누구라도 마음속에 낭만을 품고 있다. 하지만 뭐든 '안 될 거야'하며 낭만을 상상 속에서 즐길 기회조차도 신포도 취급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널려있다. 또한 낭만을 좇는 사람들을 비주류 취급하거나 유별난 사람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메마른 감성을 가지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낭만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나 친숙한 나머지 우리가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는 것들을 낭만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다면 일상 속의 소소한 것들이 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먹고살기 바쁜데 낭만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삶이 언제나 거친 파도 속을 지나는 것은 아니다. 몰아치는 파도를 뚫고 폭풍 사이를 지나갈 때도 있지만 잔잔한 물결과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순간도 온다. 일상에서 낭만이 가득한 순간은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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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일기 4 영혼일기 4
한병대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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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서는 죽으면 굿플레이스, 멕시코에서는 죽으면 영화 코코, 한국에서는 죽으면 신과 함께 7대 지옥이라는 우스갯소리를 좋아한다. 친구들과 지금 열심히 살지 않으면 나중에 죽어서 나태지옥에 간다는 농담도 자주 하곤 한다. 누군가는 사후세계가 미신과 같은 거라고,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후세계에 대한 콘텐츠는 주변에 많고 우리가 농담처럼 던지는 말의 배경에는 사후세계가 있다.

〈영혼일기〉에서는 한없이 초월적이고 심오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오늘의 삶을 이야기한다. 숙영매와 영적 존재가 던지는 질문과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현재와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하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정확하게 나누어진 것 같지만 사실 그 경계는 모호하다. 성경에서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구절이 있다. 이렇게 허무하고 연약한 존재가 사람이다. 또한 우리는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는 동시에 죽어가고 있는 것이며, 죽음이 반드시 완전한 끝이 아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한 사람의 삶은 정말 작은 단면에 불과하다. 이렇게 시작과 끝이 동시에 공존하는 우리의 삶은 존재 자체로 꽤 의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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