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노래 중에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라는 가사가 있다. 헤어짐의 순간은 누구나 그렇듯 힘들다. 하지만 만남은 헤어짐을 기약하는 새로운 시작이고, 헤어짐은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는 새로운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은 계속되고 있다.이어령 선생의 유고집 <작별>은 삶엔 작별을 했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생명을 위해 남긴 마지막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우리의 삶은 하나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끊고 싶다고 해서 쉽게 끊어지는 끈도 아니다. 우리가 태어난 순간 우린 죽었고, 시작과 끝이 다 공존하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살아있는 존재일까 죽어가는 존재일까.나이가 들고 살아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견디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진다. 세월에 무뎌지고 연륜이 생기면 삶이 좀 더 쉬워질 거라고 생각했던 건 내 오만한 착각이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토해내는 밤은 길었고, 와중에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것들까지 흘러 내려갔다. 잘 있어라, 하는 ‘잘’은 디지로그의 생명 자본, 눈물 한 방울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잘 있으라는 작별의 말은 슬프다. 모든 일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아름다운 이별을 이룩하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우리는 모두 안다. 내가 없는 이 땅에 태어날 미래의 생명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떤 말을 전할까. 적어도 내 마지막 메시지는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 세상을 얼마나 미워하면서도 사랑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