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필요한 여름 큰숲동화 15
조은경 지음, 임나운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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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가 필요한 여름>은 어린이들 혹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실제로 학교에서 겪을 법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쉬쉬하거나 침묵하기 바쁜 문제를 다뤘다. 또한 논란이 될 수 있는 책의 소재를 다루기 위해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취재하고, 현직 교사의 감수를 받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동화의 설정이지만 사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법한 사실적인 이야기라서 나 또한 내가 민유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의 나라면 당연히 친구를 위해서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민유 나이의 어린 시절이라고 생각하니 진실을 등지고 회피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책 속에서 주인공의 친구가 했던 '내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말이 마음에 깊게 와닿았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또한 살아가면서 깊은 고민에 빠지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겪기도 한다. 이런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우리는 머뭇거리는 대신 용기를 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실을 마주하지 않는 방관자의 모습에 타협하지 않고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구별하여 아닌 건 아니라고 소리 낼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개인의 작은 목소리가 모이면 결국 큰 함성이 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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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북극곰
아델 타리엘 지음, 제롬 페라 그림, 이보미 옮김 / 바나나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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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북극곰>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곰이 처한 현실을 사스키와 엄마 북극곰의 만남과 우정에 담아 따스하게 그려 낸 동화책이다. 감성적이고 따뜻한 책 속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동물들과 소리 없이 쓰러지는 자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북극곰들이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갈 미래는 우리 손으로 지켜야만 한다.

지구가 구름을 만들어 지구 온도를 스스로 낮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극지연구소 연구팀에서 지구온난화로 늘어난 북극의 미세조류가 구름 생성에 기여하면서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를 차단하는 과정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한다.

우리 모두 예전부터 기후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은 자주 들어왔을 것이다. '지구야 미안해'를 남발하며 농담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하고 듣는 사람들은 기후 위기라는 것을 어디 먼 나라에 있는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마트에만 가도 급격하게 치솟은 물가 때문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이 줄어들면 수요는 많아지고 공급은 점점 감소한다. 이렇게 물가가 오른 제품은 현재 한둘이 아니다. 바닐라, 생크림, 초콜릿, 커피, 감자, 설탕, 딸기... 다음 기후재앙 흉작으로 가격이 오를 식료품은 또 뭐가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후 변화 대응은 기부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 즉 부자들이나 하는 이타적인 행동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고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 각자의 자리에서 환경과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지금은 우리가 우리의 멸망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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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간호사
송상아 지음 / 포널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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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는 아름답기만 한 백의의 천사가 아닌 질병과 죽음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사다. 환자들을 케어하는 건 기본이며 화장실을 갈 시간도, 밥을 먹을 시간도 없이 더 이상 쪼갤 시간도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든 그 시간을 쪼개며 매일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질병과 싸운다. 세상에 병과 고통, 병원과 치유로부터 벗어난 사람은 없다. 작은 동네 병원에서부터 큰 대학병원에서까지 우리가 만나는 모든 간호사는 우리를 이러한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해 주기 위해 오늘도 발 벗고 뛰는 중이다.

<낭만 간호사>를 읽으면서 유난히 책장을 넘기기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 읽기 어렵거나 힘들어서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속의 파동이 잔잔하게 울려 깊은 여운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질문과 답이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이 글은 당장 내년의 봄을 생각할 시간도 여유도 없는 환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환자를 위해 손안에 작은 봄을 선물한 간호사 작가님의 배려와 애정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누군가에게 봄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보통 봄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따뜻함, 꽃, 새싹, 새로운 시작 등... 나의 작은 애정과 행동이 누군가에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봄이라는 계절이 되는 건 한순간이고, 잊지 못할 순간은 정해진 시간에 찾아오는 것이 아닌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생의 편을 들지만, 생은 늘 죽음의 편이다. 죽어가고 있는 생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 슬프다. 하지만 슬퍼서 아름다운 것이 우리의 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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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도리의 그림 수업 - 낙서부터 드로잉, 캐리커처까지
박순찬 지음 / 아라크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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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뭐 이런 말이 다 있나 싶었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뭘 하면 되는지 방법을 알려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하면 된다'라니. 참 무책임하고 멋없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일에 열중함을 넘어 미쳐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그냥 하면 된다. 물론 처음 시작할 때는 방법도 모르고 요령도 모를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신만의 요령이 생기고 어찌어찌 비슷하게나마 흉내 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뭐든 된다.

<냥도리의 그림 수업>에서는 앞서 내가 소개한 다소 무식한 방법이 아닌 다정하고 차분한 방법으로 낙서부터 드로잉, 캐리커처까지 쉽게 그리는 것을 도와준다. 무엇을 배울 때 내 곁에 조력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크게 차이가 난다.

또한 <냥도리의 그림 수업>은 일반적으로 그림 그리는 데 필요한 스킬 위주로 알려 주는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스킬보다는 그림의 원리와 사물을 관찰하는 방법을 공들여 설명하는 것에 더 집중한다. 그림을 잘 알고 있는 고수의 시각이 아닌 초보자와 배움을 원하는 학생의 시각에서 천천히, 그리고 세심하게 살피며 도움을 준다.

박순찬 작가는 그림 그리기는 말을 하는 것, 글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소통의 방법이자 세상을 보는 시각을 키워나가는 행위라고 말한다. 말이나 글처럼 그림 또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누군가는 미적 재능은 타고나야 하는 것이며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타고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다. 꾸준히 준비하고 노력하면 설렘이 두려움을 압도한다는 말도 있다. 내일을 위해 하고 싶지 않은 내 일도 잘은 아니더라도, 완벽하지 않더라도 묵묵히 해나가 보면 뭐든 된다. 우리는 그렇게 하면 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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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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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노래 중에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라는 가사가 있다. 헤어짐의 순간은 누구나 그렇듯 힘들다. 하지만 만남은 헤어짐을 기약하는 새로운 시작이고, 헤어짐은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는 새로운 순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만남과 헤어짐은 계속되고 있다.

이어령 선생의 유고집 <작별>은 삶엔 작별을 했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생명을 위해 남긴 마지막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우리의 삶은 하나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끊고 싶다고 해서 쉽게 끊어지는 끈도 아니다. 우리가 태어난 순간 우린 죽었고, 시작과 끝이 다 공존하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살아있는 존재일까 죽어가는 존재일까.

나이가 들고 살아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견디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진다. 세월에 무뎌지고 연륜이 생기면 삶이 좀 더 쉬워질 거라고 생각했던 건 내 오만한 착각이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토해내는 밤은 길었고, 와중에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것들까지 흘러 내려갔다.

잘 있어라, 하는 ‘잘’은 디지로그의 생명 자본, 눈물 한 방울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잘 있으라는 작별의 말은 슬프다. 모든 일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아름다운 이별을 이룩하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우리는 모두 안다. 내가 없는 이 땅에 태어날 미래의 생명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떤 말을 전할까. 적어도 내 마지막 메시지는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 세상을 얼마나 미워하면서도 사랑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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