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피
닐 블롬캠프 감독, 휴 잭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영화를 보고 나니, 은하철도999의 철이가 생각났다.

기계몸을 가지고 싶어, 기차를 타는 철이. 기차가 도착하는 곳에 가난한 사람들도 기계몸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자지고 있었다. 하지만, 끝내 가졌는지 어쨌는지 결말은 생각나지 않는다. 가까운 미래에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사는 세상이 오면, 인간은 기꺼이 기계가 되려고 할까.

인간이 아니라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면, 살아나가려고 할까. 로봇이 치안을 담당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영화다. 주인공인 메이커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그 인공지능을 폐기처분 직전의 로봇에게 이식해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켰다. 불완전한 몸을 가진 로봇 채피는 시간이 지날 수록 인간의 욕망을 배워간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플루토>에서 박사는 완벽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은 결코 깨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깨어나게 하는 방법은 한가지 감정으로 몰아가는 방법이라고 했다. 완벽하지 않은 무언가가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는 셈이다. 채피는 성장하면서, 자신의 불완전한 신체와 환경을 본다. 그리고 스스로의 욕망을 갖게된다.

우리는 모두 나사가 몇 개씩 빠져있다. 완벽하지 않다.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부족한 것을 탓하면서 살아간다. 어찌보면, 그런 모습들이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게만드는 에너지 일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비용을 지불하고, 로봇과 인공지능 주변에서 살아갈 것이다. 배고프지 않고, 피곤하지 않고, 더 이상 힘들지 않은 세상이와도 우리는 뭔가를 더 원할까. 그 때가 되면 다들 어떻게 살 지 참으로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읽다보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가 떠오른다.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해프닝이 넘치지만, 두 책의 가진 공통점은 너무나 가난했었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명성이 자자한 작가로 살고 있지만, 그 길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꾸밈없이 보여줬다. 왜 그리 먹고살기가 힘들었을까. 그런데도, 왜 작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시간이 지나서,

어휴, 맞다. 그런 일도 있었지.

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해도,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불편했다. 마치 한강에 벽돌을 던져 탑을 쌓는 수준의 덕을 쌓아야 하는 일이었을까. 폴 오스터는 그 어떤 자기계발서 보다도 담담하게, 자신의 인생을 담담하게 얘기한다. 스티븐 킹 처럼 웃기지 않고, 그저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풀어나간다. 이건 마치 굶다 지쳐 소리지를 기운도 나지 않는 사람같았다. 번역을 하고 하고 또 해도, 돈이 모자라서 다른 일꺼리를 찾아다니다, 결국은 파경을 맞는 모습은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웠다. 언젠가 김영하 작가가 TEDx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예술가가 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천가지지만, 예술가가 되어야 하는 단 한가지 이유가 그 사람을 예술가로 만든다.

어쩌면 같은 이유로 폴 오스터나 스티븐 킹 같은 사람도 작가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설령 그 이유를 당시에는 잘 몰랐다고 해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왕이면, 단순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생각하는 것에서 부터 행동에 옮기는 것까지 “단순함”이 주는 힘이 강하다고 믿는다.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쉽게 지친다. 그래서 말을 할 때도 간단하고 분명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나에게 말을 하는 상대방도 그런 것은 아니라, 나름대로 어떤 기준을 가지고 들어본다. 


 그냥 하는 말인가, 아니면 뭘 해 달란 말인가? 


두가지만 구분하면, 내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짜증, 너스레, 감탄, 넋두리 같은 것들은 그냥 하는 말이다. 이걸 “요구“로 받아들이면, 내가 피곤해진다. 반면에 똑같은 말을 자꾸 한다던가, 날짜, 시간, 금액 등 보다 분명한 내용이 들어가면 대개의 경우 “뭘 해 달란 말”과 같다. 이 경우에 가만히 있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오빤 내가 왜 화 났는지 몰라?”

“누구네 아들은 이번에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던데...”

”우리도 차바꾸면 안돼?” 

“집이 꼴이 이게 뭐야? 평수도 작고...”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해? 나한테 해 준 게 뭐야?” 

“이 성적에 니가 잠이 오냐?” 

“이봐 김대리, 이대리 억수로 일 잘하쟤?”


와 같은 경우에는 “그냥 하는 말”이다.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열이 받거나 어떤 감정의 변화를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다분하다. 


“재직증명서 떼 오래.”

“건강보험 피부양자 어쩌고 하는 거 내일까지 해야해.”

“공인인증서 갱신이 오늘 까진데?” 

“청소기 돌려!” 

“올 때, 콩나물이랑 두부사와!” 


간단하게 내가 듣고 있는 말에 “결론”이 없으면, 흘려버려도 상관없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 수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섣불리 본인의 감각과 센스를 발휘해서, “요구”로 인식하는 상대방은 말하는 방법을 고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만장 중년의 4개 외국어 도전기
김원곤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것도 병인가. 이런 종류의 책에는 눈보다 손이 먼저나간다. 


서가를 어슬렁 거리다가, 


“이건 또 뭐람?”


 하는 마음으로 집었다. “3개월안에 외국어 정복하기”식의 책도 사서 읽어보고, “이것만 알면..” 어쩌고 하는 시리즈도 사서 읽어봤다. 그 와중에 내가 한 일은 그저 “그 책을 샀다!” 정도. 그러면, 대개 책을 읽지않고 넘겨버릴 만도 한데, 이것 마저 읽어버렸다. 


책 날개를 펼치면, 사진과 간단한 저자의 소개가 나오는데, 사실 여기서 책을 놓고 싶었다. 서울대 의대 출신의 의사선생님이신 대다가 퇴근 후 영어학원을 10년 가까이 다니시면서 공부하신 내용이 바탕에 깔려있다. 그리고 신동아 기자의 요청으로 “나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다가 보니, 1년에 4개국어 시험을 보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 이야기다. 본인은 경상도 사람이라 발음이 시원찮은데도 불구하고, 노력하여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의 시험을 모두 단 한번에 합격 하였고, 지금도 열심히 공부 하였다고 말한다. 소박 하게도 여행을 나가면, 간단하게나마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와인 상표의 프랑스어도 읽을 수있으며, 베사메무초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중국의 한시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감격해 한다. 


책을 어찌어찌 읽다보니, 끝까지 읽었는데 솔직히 나에겐 어떤 감동을 느낄 수는 없었다. 책에서는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기술보다 마음가짐을 말한다. 일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반에서 1등 하는 친구가 나보고 


“이렇게 하면 되잖아! 이게 안돼?” 


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씁쓸하다.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이 퇴근해서 자그만치 10년도 넘게 외국어를 취미로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 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에도 몇 번씩 커뮤니티 사이트의 중고장터를 들락거리는 게 습관이 되었다. 


늘 구경만 하다가 창을 닫는다. 재래시장이나 마트 아니면 백화점을 가도 마찬가지다. 

가진 돈도 없거니와, 있더라도 선뜻 사지는 못했겠지. 설령 샀다고해도, 그걸 가지고 내가 뭘할까. 얼마나 가지고 놀까 생각해보면, 답은 뻔하다. 바짝 열을 내며, 꼼지락 대다가 이내 구석으로 치워지면, 먼지만 뒤집어 쓰겠지. 신기한 물건들이 많다. 소리가 나고, 번쩍거리면 일단 관심이 가고, 손안에 넣고 싶어 안달하지만, 더 이상 설레지는 않는다.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내가 만들기 전까지는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다는 사실마저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돈이 있거든, 시간도 있거든 차라리 밖을 나가 걷는 게 나에게 도움이 된다. 좋은 생각이 들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전화를 할 수도 있겠지. 경험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 낫다. 가지지 못한 것은 곧 새로운 것들에 밀려 잊혀지지만, 나의 시간을 들인 것들은 오래도록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