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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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다보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가 떠오른다.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해프닝이 넘치지만, 두 책의 가진 공통점은 너무나 가난했었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명성이 자자한 작가로 살고 있지만, 그 길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꾸밈없이 보여줬다. 왜 그리 먹고살기가 힘들었을까. 그런데도, 왜 작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시간이 지나서,

어휴, 맞다. 그런 일도 있었지.

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해도,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불편했다. 마치 한강에 벽돌을 던져 탑을 쌓는 수준의 덕을 쌓아야 하는 일이었을까. 폴 오스터는 그 어떤 자기계발서 보다도 담담하게, 자신의 인생을 담담하게 얘기한다. 스티븐 킹 처럼 웃기지 않고, 그저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풀어나간다. 이건 마치 굶다 지쳐 소리지를 기운도 나지 않는 사람같았다. 번역을 하고 하고 또 해도, 돈이 모자라서 다른 일꺼리를 찾아다니다, 결국은 파경을 맞는 모습은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웠다. 언젠가 김영하 작가가 TEDx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예술가가 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천가지지만, 예술가가 되어야 하는 단 한가지 이유가 그 사람을 예술가로 만든다.

어쩌면 같은 이유로 폴 오스터나 스티븐 킹 같은 사람도 작가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설령 그 이유를 당시에는 잘 몰랐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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