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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톨로지 : 불평가, 문외한, 몽상가, 낙오자, 불법 거주자, 눈엣가시들의 역사 - 새로운 것을 도래케 하는 생각의 힘
페이건 케네디 지음, 강유리 옮김 / 클레마지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표지 혹은 제목만 봤을 때, 머릿속 깊이 숨어있던 반항기가 반응했다.
혹시 “전설적인” 혹은 “인류최강의” 돌아이를 조사한 책인가 싶었다. 어느 정도 맡는 부분도 있었다. 그보다는 희안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때때로 성공한 이야기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다.
“아,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 진짜 별 거 아닌데.”
날 때 부터 금수저 혹은 천재수재영재인재 소리 듣고 자란 사람이 이룬 일이라면, 자연스레 납득할 수 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 나와 별 다른 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반짝”이는 기발한 생각으로 성공을 이루는 경우가 있다. 이 때쯤 되면, 이미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지만.
책은 조금 사이즈가 작아, 잡기 편하지만 살짝 두껍다. 처음에는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읽다보면 쉽지 않다. 사례를 분류하고, 다시 분석하고 종합해서 의견을 곁들인 책이다 보니, 앞서 나온 사람들이 뒤에서도 나오는데, 언제쯤 나왔는지 떠올릴려면 쉽지 않다. 한 마디로 마냥 쉽게 눈에 들어오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었다. 희안하고 재밌는 생각은 어디서 시작했는지 궁금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확인하고 싶었다.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정주행하는 사람들은 거의 계획에 맞춰 성과를 이룬다. 학교다닐 때 보면 있는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그런 케이스였다. 그보다 호기심 많고 헛짓꺼리 잘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게 뭘까, 왜 이렇게 되는 걸까.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아이들 말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아이들이 크면 어떻게 될 지 살펴볼 수 있다.
적어두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 “차고”와 “잡동사니”들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생각나면 바로 해 볼 수 있고, 망가져도 상관없는 것들로 가득한 공간말이다. 지난 해 있었던 MAKER 책들이 생각났다. 나는 집안이 어질러져 있는 것을 참지 못한다. 정신도 어지러워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저런 잡동사니 속에서 살 수 있을까 생각했다. 10년전 일했던 지방의 사립대학교 생각도 났다. 취업률에 목메어 그 와중에 TOEIC 강좌를 열고, 시험을 보고 어떻게든 경쟁력을 높혀 취업에 유리한 단서를 만들어 주려고 애쓰던 시절이었다. 차라리 망가지고 어지를 수 있는 자유를 줬으면 어땠을까. 해커스페이스 같은 공간을 한 쪽에 만들어 줬으면 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만 둔지 오래되어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는게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