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덫에 걸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몇개월은 외국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이년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지역을 아는 기회로 생각했다. 하지만 일을 해야한다, 하고 싶다는 내적인 압박이 상당했다. 닥치는대로 단기 알바를 했다. 돈을 벌고 싶기보다 무엇이든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이런저런 일을 했지만 무엇 하나 즐겁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붕 뜬 기분인데 이건 아이를 낳고나서 생긴 문제만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나서 선택지가 좁아지고 시간이 부족해졌다. 잠깐 하는 일의 출퇴근 시간과 등하원 시간을 조율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불안과 불만을 아이에게 투명했다. 내가 이런 상태일수록 아이 맘도 덩달아 종잡을 수 없어지고 다시 그 영향이 내게 왔다. 전에 없이 아이가 칭얼거리면 나는 맘을 추스리고 아이를 보듬지만 아이가 그걸로 부족해서 다시 그러면 견디기 힘들어한다.
집안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좋아지지 않는다. 엄마가 된 건 바꿀 수 없는 경험이지만 '엄마의 일'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아이의 의식주를 책임지고 시간을 같이 보내고 감정을 보듬어줘야한다. 무엇 하나 쉽지 않다. 요근래 내가 부쩍 아이한테 짜증을 내서 맘을 끌어 올려 '솔'정도의 톤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가끔은 톤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싶은 건 매한가지다.
산후우울감이 너무 늦게 방문했다.